지금 다시 유행하는 90년대 아이템

지금 다시 유행하는 90년대 아이템

2018-05-11T16:30:55+00:00 |STYLE|

비닐 옷, 힙 색, 마이콜 선글라스, 츄리닝. 촌스러움의 상징이었던 90년대 아이템이 오명을 벗고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PVC 시원해 보이는 PVC 소재가 여름에 유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가방 정도였는데 이번 시즌은, 유행의 강도가 다르다. 버버리, 오프 화이트, 질 샌더, 라프시몬스 등…. 많은 브랜드에서 셔츠, 신발, 코트, 재킷 등 다양한 PVC 아이템을 선보였다. PVC 소재 아이템은 사실 1990년대에 이미 등장했다. 1996년 알렉산더 맥퀸의 봄 컬렉션에는 남자 모델이 흰색 안감이 덧대진 투명한 팬츠에 투명한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통풍이 안되는 PVC 소재 때문에 그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1998년 봄, 디자이너 헬무트 랭 역시 자신의 컬렉션에서 PVC 후디와 재킷을 선보였다. 알렉산더 맥퀸과 헬무트 랭의 뒤를 잇는 디자이너는 라프 시몬스다. 라프 시몬스의 2018 봄 여름 컬렉션의 배경은 비 오는 차이나타운이었다. PVC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은 모델들은 비닐 우산을 쓰고 런웨이를 걸었다. 그 뿐만 아니다. 라프 시몬스가 이끄는 캘빈클라인 2018 봄 여름 컬렉션에는 파란색 비닐 우비도 등장했다. 20년 전, 속이 환히 비치도록 맑았던 박진영의 비닐 바지는 잊자. 라프 시몬스는 두 컬렉션을 통해 맨살을 보이지 않고도 PVC를 입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PVC를 입는다면 티셔츠는 꼭 챙겨 입자.

 

 

패니 팩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니 팩은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떠날 때 소매치기를 예방하기 위해 옷 안에 숨겨 배 앞 쪽으로 메는 가방이었다. 이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은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랬던 패니 팩이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가방이 됐다. 패니 팩은 엉덩이를 뜻하는 패니(fanny)와 배낭을 뜻하는 팩(pack)이 합쳐진 말로 엉덩이 위에 걸쳐 메는 배낭을 말한다. ‘웨이스트 백’ 혹은 ‘벨트 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패니 팩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작은 주머니나 가방을 벨트에 끼워 메는 형태였다. 한국에서는 90년대에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으로 ‘힙 색’으로 불렸다. 통이 넓고 길이가 긴 ‘힙합 바지’를 입고 허리에 나일론 소재 패니 팩을 두르면 그 시절 가장 유행하던 패션이 완성됐다. ‘힙 색’에는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만 넣어도 가득 찼다. 실용적인 가방은 아니었다. 요즘 나오는 패니 팩은 소재와 크기가 다양하다. 가죽이나 비닐 소재 패니 팩도 있고, 휴대폰을 겨우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패니 팩도 있다. 메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허리에 메기도 하고 크로스백처럼 패니 팩의 끈을 바짝 조여 메기도 한다. 요즘 식으로 패니 팩을 메는 방법이다.

 

 

레트로 선글라스 외계인? SF영화? 요즘 유행하는 선글라스를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실제로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쓰고 나온 폭이 좁고 길쭉한 모양의 선글라스를 사이파이(Sci-fi) 선글라스라고 부른다.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가 비니와 함께 쓰던 선글라스 역시 사이파이 선글라스다. 90년대 유행했던 사이파이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의 2017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 다시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썼던 작고 동그란 렌즈의 타이니(Tiny) 선글라스도 요즘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타이니 선글라스를 꼈다고 마이콜이라는 비웃음을 살 일은 없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극단적으로 작은 렌즈의 타이니 선글라스, 렌즈에 색을 넣은 틴트 선글라스, 변형된 형태의 사이파이 선글라스 등 다양한 레트로 선글라스를 쓴다. 시야가 안 보일 만큼 폭이 좁을수록, 코에 얹어서 쓰는 구식 안경처럼 렌즈가 작을수록 더 쿨하다.

 

 

트레이닝 복 90년대 힙합 가수에게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은 ‘트레이닝 복’이었다. 트랙 수트, 스웨트 수트, 아노락, 윈드브레이커 등 스포츠를 할 때 입는 운동복이 90년대 힙합 가수에게는 무대 의상이자 일상복이었다. 통이 크고 바닥에 끌리는 트레이닝 팬츠 위에 엉덩이를 덮는 큰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트레이닝 복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동네 백수의 상징이 됐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집 밖에 나가는 일은 슈퍼에 가거나 목욕탕에 가는 일 정도였다. 게다가, 트레이닝 복의 상의와 하의를 맞춰 입는 건 상상도 못했다. 촌스러움의 극치였으니까. 2000년대의 오명을 벗고 트레이닝 복이 요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발렌티노, 알렉산더 왕, 겐조 등 많은 브랜드에서 트레이닝 복을 선보였다. 심지어 팜 엔젤스의 2018 봄 여름 컬렉션은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 복이다. 단, 요즘 입는 트레이닝 복은 90년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사이즈로 고르고, 셔츠나 수트 재킷과 함께 입는다. 운동화 대신 더비 슈즈를 신기도 한다. 스웨트 팬츠를 입을 때는 리브 위로 양말을 올려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