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웨스 앤더슨 감독과 배우들

2018.05.13GQ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는 독보적인 ‘룩’이 있다. 그의 ‘룩’은 종종 유쾌한 방법으로 패러디되지만, 성공적으로 모방된 적은 없다. 그의 작업 비밀은 정교하게 계산된 세트 디자인이나 사운드트랙이 아닌 유머, 온기, 그리고 웨스 앤더슨이 배우들로부터 불러내는 생경함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았다. 웨스 앤더슨과 여러 차례 작업한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제프 골드블럼, 그리고 웨스 앤더슨의 새 영화 <개들의 섬>에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타이, 톰 포드. 그 외 의상은 웨스 앤더슨의 것.

Wes Anderson
웨스 앤더슨 “첫 영화 <바틀 로켓>을 만들 때, 빌(머레이)을 캐스팅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오웬(윌슨)과 나는 빌의 드라마 연기를 그의 코미디 연기만큼이나 사랑했다. 그 당시에는 드라마를 위한 역할이 많지 않았고 빌보다 더 좋은 배우를 바랄 수 없었다. 게다가 어떤 분야의 권위자를 연기할 배우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미 누가 최고인지 알고 있으니까.”

 

블레이저, 드리스 반 노튼. 셔츠, 마르니. 타이, 톰 포드. 반지는 빌 머레이의 것.

블레이저, 드리스 반 노튼. 셔츠, 마르니. 타이, 톰 포드. 반지는 빌 머레이의 것.

Bill Murra
빌 머레이 웨스 앤더슨 영화 4편에서 바람 피우는 아내를 둔 남편으로 출연.

“웨스가 무척 아끼는 사람 중에 분명히 아내가 바람난 남자가 있을 것이다. 아내의 외도는 언제나 동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바람난 아내를 둔 남편은 밉상이기보다는 피해자로 그려지니까. 사람들은 안됐다고 생각할 거다. ‘왜지?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라면서 말이다. 어쩌면 과거에 웨스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한 일종의 방어일 수도 있겠지.”

 

블레이저, 구찌.

블레이저, 구찌.

Greta Gerwig
그레타 거윅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배우들이 어떻게 대사를 읽으면 좋을지를 항상 알고 있다. 리듬, 억양 등 아주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그 배우에게 딱 맞아서 디렉션 대로만 하면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우도 안다.”

 

수트, 셔츠, 모두 브루넬로 쿠치넬리. 부츠, 지방시. 선글라스는 노무라 쿠니치의 것.

수트, 셔츠, 모두 브루넬로 쿠치넬리. 부츠, 지방시. 선글라스는 노무라 쿠니치의 것.

Nomura Kunichi
노무라 쿠니치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 앤더슨 파리에서 종종 우산을 들고 나가곤 했다. 런던에서도 그랬다.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으로 바닥을 두드리면서 걷는다.

노무라 쿠니치 이른 여름에 파리에서 당신을 본 기억이 난다.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우산을 지팡이처럼 들고 나타났는데 한 번도 펼치지 않더라. 그런데 정말 멋졌다.

웨스 앤더슨 아이였을 때 내가 아닌 누군가인 척하며 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말하면서. “흠, 우리 아버지는 롤스로이스를 가질 수 있지만, 그냥 갖지 않기로 했어.” 그건 사실이 아닌데 말이다. 이 놀이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를 만들 때 다시 해봤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맥스는 아버지가 이발사인데 신경외과 의사인 척한다.

제이슨 슈워츠먼 여덟 살 때 밴드를 하려고 하는데, 내가 가진 드럼이 너무 커서 창고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 “그냥 냄비랑 프라이팬, 베개들을 두드릴게. 그게 훨씬 쉬울 것 같아.” ‘척’하는 건 정체성을 가지고 노는 것, 그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웨스 앤더슨 바로 그거다.

 

수트, 메종 마르지엘라. 셔츠, 해밀턴 셔츠. 타이, 타미 힐피거.  부츠, 플로쉐임.

수트, 메종 마르지엘라. 셔츠, 해밀턴 셔츠. 타이, 타미 힐피거. 부츠, 플로쉐임.

Jason Schwartzman
제이슨 슈워츠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판타스틱 Mr. 폭스>,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개들의 섬>에 출연.

“첫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를 촬영할 때, 우리는 모두 한 골목에 살았다. 그래서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 허전함이 컸다.”

 

수트, 돌체 & 가바나. 셔츠,  드리스 반 노튼.

수트, 돌체 & 가바나. 셔츠, 드리스 반 노튼.

Akira Takiyama
타카야마 아키라 <개들의 섬>에 출연.

“때때로 웨스의 캐릭터들은 장면 안에 그려넣은 것 같다.”

 

블레이저, 카날리. 셔츠, 마르니.

블레이저, 카날리. 셔츠, 마르니.

Yojiro Noda
노다 요지로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의 영화를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수트, 구찌. 셔츠, 드리스 반 노튼. 타이, 돌체 & 가바나. 슈즈, 톰 포드. 시계는 리브 슈라이버의 것.

수트, 구찌. 셔츠, 드리스 반 노튼. 타이, 돌체 & 가바나. 슈즈, 톰 포드. 시계는 리브 슈라이버의 것.

Liev Schreiber
리브 슈라이버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그의 그런 면이 내가 <개들의 섬>에서 개 ‘스팟’을 연기하는 데 어느 정도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스팟은 순수하고 사랑이 많은 멋진 개다. 충직하고 진실하다.”

 

호텔 알돈, 베를린의 미테 지구 <개들의 섬>의 위대한 창조자, 웨스 앤더슨 감독은 꼼꼼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서기 2018년의 두 번째 달, 음력으로 개의 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개들의 섬> 프리미어가 열린 건 우연이었을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의 프리미어가 열리는 날, 5성급 호텔 ‘호텔 알돈’에 모이기 위해 영화의 출연진은 일본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스코틀랜드에서, 그리고 뉴욕에서 달려왔다. 이 호텔은 클린턴, 오바마,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등 미국의 역대 전 대통령들이 묵은 곳이며, 마이클 잭슨이 갓난아기에게 담요를 씌운 채 발코니 밖으로 내민 사건의 무대이기도 하다. 틸다 스윈튼은 샤넬을 입고, 제프 골드블럼은 페도라를 쓰고, 빌 머레이는 그가 직접 디자인한 플로럴 패턴의 플레어 골프 팬츠 차림으로 프리미어에 참석했다. <개들의 섬>의 주인공이며 자신의 개를 구하기 위해 부패한 정부를 무너뜨리는 영웅을 연기한 열한 살 소년 배우 랜킨 코유도 왔다. 여배우 그레타 거윅, 밥 밸러밴, 앤더슨 감독의 오랜 창작 파트너인 로만 코폴라와 제이슨 슈워츠먼, 노무라 쿠니치, 그리고 그레타 거윅이 연기한 퍼펫의 얼굴에 올라간 321개의 주근깨 위치를 모두 기억하고 손으로 그려낸 퍼펫 마스터도 함께였다. 프리미어에 참석한 제작진은 거의 대부분 감독과 과거에 한 번 이상 작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최신작이며, 아마도 그의 최고작일 <개들의 섬>을 함께 만든 600명이 넘는 사람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블레이저, 팬츠, 모두 하이더 아커만. 슈즈, 처치스.

블레이저, 팬츠, 모두 하이더 아커만. 슈즈, 처치스.

Tilda Swinton
틸다 스윈튼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들의 섬>에 출연.

“우리는 베니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함께 있던 자리에서 웨스는 “당신의 역할(<개들의 섬>의 오라클 역)의 연기를 지금 녹음해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그때 아래층에서는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연한 핑크색 실내복을 입은 웨스가 계단을 내려가 흥청망청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녹음하는 동안 잠시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모습은 작업 중인 웨스를 설명하는 거의 완벽한 이미지다.”

 

수트, 셔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수트, 셔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Bryan Cranston
브라이언 크랜스턴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매우 박식하고 패셔너블한 동시에 부드러운 겉모습, 또 그만큼 부드러운 매너를 갖추고 있다. 친절하고 관대하며 열려 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텍사스 출신 중 가장 텍사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다.”

 

재킷, 폴로 셔츠, 팬츠, 모두 프라다. 시계, 주얼리, 안경은 제프 골드블럼의 것.

재킷, 폴로 셔츠, 팬츠, 모두 프라다. 시계, 주얼리, 안경은 제프 골드블럼의 것.

Jeff Goldblum
제프 골드블럼 <스티븐 지소와의 해저생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들의 섬>에 출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촬영한) 독일의 괴를리츠에서 우리는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마치 겨울 왕국 같은 느낌이었다. 눈 오던 어느 날 저녁, 웨스와 나, 에드워드 노튼과 몇몇이 걸어서 다리를 건너 괴를리츠에서 폴란드로 국경을 넘었다.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 여권을 보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소를 찾아내는 웨스 덕분에 우리는 지하에 있는 폴란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거기에서 배우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공동체적 즐거움은 그 자체로 예술의 한 조각이었다.”

당신의 옷장을 웨스 앤더슨 영화처럼 바꾸고 싶다고 해서 캐러멜색 코듀로이 옷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 페이지들에 소개한 디자이너들을 기억하면 된다. 특별한 실루엣과 관습적이지 않은 색깔,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수트로 표현해낸 이름들이다. 이들의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디자인은 앤더슨 감독이 창조한 세계를 가득 채운다. <로얄 테넌바움> 속 리치 테넌바움의 아이코닉한 캐멀색 투피스와 <판타스틱 Mr.폭스>에서 미스터 폭스가 입은 자그마한 더블 코듀로이를 떠올려보라. 그러니 스스로 “오늘 뭘 입지?”라고 묻는 대신에, ‘오늘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까’를 생각하면 된다. ― 새뮤얼 하인(미국 <GQ> 에디터)

 

수트, 링 재킷.

수트, 링 재킷.

Mari Natsuki
나츠키 마리 <개들의 섬>에 출연.

이 영화에는 일본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일본에서 따로 캐스팅 디렉터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캐스팅 디렉터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린 노무라 쿠니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쿠니치는 ‘앤티’ 역할로 나츠키 마리를 추천했고, 마리는 흔쾌히 수락했다.

 

블레이저, 마르니. 셔츠, 조셉. 안경은 밥 밸러밴의 것.

블레이저, 마르니. 셔츠, 조셉. 안경은 밥 밸러밴의 것.

Bob Balaban
밥 밸러밴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노예 감시인이다. 그가 내게 전화해서는 <문라이즈 킹덤>의 내레이션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 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웨스와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가장 먼저 그는 우리가 가게 될 로케이션들을 찍은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그러고는 그 사진들의 내레이터가 되어 내게 내레이션을 들려줬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느낌으로 말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전해준 거다. 나는 웨스에게 최면당한 것 같았다.”

 

재킷, 에트로. 베스트, 구찌. 셔츠, 조셉. 쇼츠, 드리스 반 노튼. 타이, 마르니. 양말, 팔케. 슈즈, 처치스.

재킷, 에트로. 베스트, 구찌. 셔츠, 조셉. 쇼츠, 드리스 반 노튼. 타이, 마르니. 양말, 팔케. 슈즈, 처치스.

Koyu Rankin
코유 랜킨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내면의 연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의 부드러운 연출 지시를 들으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쉽게 느껴진다.

 

수트, 바티스토니. 안경, 칼라 아이웨어. 셔츠, 타이는 로만 코폴라의 것.

수트, 바티스토니. 안경, 칼라 아이웨어. 셔츠, 타이는 로만 코폴라의 것.

Roman Coppola
로만 코폴라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 폭스>,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들의 섬>에 출연.

“웨스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과 비슷하다. 그의 무리가 되는 것, 본능이라고 하진 않겠다, 그건 즐거움이다.”

    에디터
    Anna Peele
    포토그래퍼
    Daniel Jackson
    스타일리스트
    Tony Irvine
    세트 디자이너
    Peter Klein at Frank Reps
    프로덕션
    Made in Germany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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