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고등래퍼] 참가자를 인터뷰한 책

2018.05.18GQ

<비트주세요!>는 <고등래퍼>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름난 사람들의 말을 그럴듯하게 편집한 여느 인터뷰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디터십’이 돋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GQ> 디지털 디렉터 나지언과 프리랜스 에디터 강예솔이다. 질문의 답은 <GQ> 디지털 디렉터 나지언이 했다.

<고등래퍼>의 열렬한 시청자였던 게 이 책의 시작이었나? 맞다. 10대 고등학생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문화 현상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엠넷이 이런 서브 컬처를 목격하고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는 것에 놀랐다. 다만, 왜 그들이 이렇게 힙합에 열광하는지, 무슨 얘기를 그렇게 랩으로 쓰고 싶은지 궁금했고 그걸 좀 더 자세히 기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 현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좋아한 래퍼는 누구였나? 최하민을 응원했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힙합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 확신을 갖고 학교 교육을 포기할 수 있었는지. 그동안 함께 음악을 해온 친구들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것도 좋았다. 투팍의 쿠지 니트를 입은 이수린도 좋아했다. 이 책을 위한 인터뷰를 마친 이후에는 모두를 응원하게 됐다. 참고로, <고등래퍼 2>에서는 이병재를 좋아한다.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돈, 여자, 차 자랑하는 가사를 덜 들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진 게 없는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랩 스킬은 다소 서툴고 부족해도 가사는 더 절실하다. 친구, 가족, 돈, 꿈이 10대라는 세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나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들렸던 것 같다. 언제쯤 돈을 모아서 슈프림 진품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그들이니까 ‘스왜그’를 내세워도 허세가 아니라 간절한 꿈으로 들렸다. 기성 래퍼들의 냉소가 없달까. <고등래퍼 2>까지 본 지금은, 그들이 서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성 래퍼보다 가사를 더 잘 쓰는 친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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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힙합’이라기보다 ‘청소년’이 보인다. 인터뷰어와 꽤나 먼 세대에게 가진 이 관심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나? 나이 든 사람이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힙알못’이라고 생각했는지 인터뷰 도중 켄드릭 라마와 사이퍼 문화를 설명해주려고 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하. 인터뷰 중간중간 조이 배드애스와 포스트 말론도 아는 사람이라고 계속 어필했다. 젊은이들이 언제나 시대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쪽으로 시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듣고 싶었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 제도권 교육의 허점 등에 대해 10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평어로 답하는 점이 탁월하다. 혹시 입으로 소리 내면서 다듬었나. 이 책을 출간해준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김광철 대표가 낸 아이디어였다. 지금껏 그는 많은 단행본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인터뷰 형식을 실험해왔다. 잡지와 달리 단행본에서는 인터뷰가 그다지 매력적인 형식이 아니다. 잘 읽히지도 않는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본 결과 질문을 평어체로 하고 대답을 평어체와 반말체로 섞는 게 제일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10대 독자들이 읽기도 쉽고.

서문에서 그들의 답변이 하나의 랩 가사라는 점을 은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기획이었나? 아니면 인터뷰 과정에서 그들에게서 받은 어떤 인상이 있었나. 인터뷰에서 받은 인상이 있었고, 편집 과정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인터뷰 도중 털어놓은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랩 가사에 반영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책의 주제와 형식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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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답을 싣지는 않은 듯하다. 어떤 기준으로 더할 것과 뺄 것을 나눴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문학성’이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잡지와 달리 단행본은 특정 시기를 타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나와 전혀 다른 상황의 전혀 다른 캐릭터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들의 인터뷰를 10년 뒤 40대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보통 이전 세대는, 과거의 젊은 세대에게 록이었던 것이 지금은 힙합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들을 만난 결과, 이것은 얼마나 타당한 비교라고 생각하나? 맞는 말 같다. 젊은 세대들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록 대신 힙합으로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록과 힙합은 기존의 생각을 욕하기도 좋고 새로운 생각을 담기도 좋은 장르다. 다만, 시대가 달라져서 밴드로 함께하지 않고 혼자 랩 가사를 쓰는 거다. 그럴 시간도 돈도 없으니까. 어쨌거나 어른들은 찢어진 스키니 진도 싫어하고 질질 끌리는 힙합 바지도 싫어하지 않나.

책의 디자인이든 편집이든 관점이든 상당히 중립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어떤 기록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맞다. 사실 저자라기보다 엮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있었고, 난 그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기록하는 역할이었다.

이 책을 완성하고 당신이 이 세대에게서 받은 이미지를 어떻게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든 지금의 어른보다 나은 세대.

<고등래퍼 2>처럼 <비트주세요! 2>도 나오나? 글쎄,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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