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프로 골퍼가 말하는 정확한 스윙은?

2018.06.01GQ

말하자면 스윙은 모든 것이 하나의 점으로 완벽하게 만나는 순간이다. 모두 스윙하지만 전부 다른 야구, 골프, 탁구, 테니스의 이상을 들여다봤다.

스윙이라는 두 글자만 입력해도 유튜브는, 검색 포털은, 단박에 골프를 연관 짓는다. 야구, 탁구, 테니스도 모두 스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만, 스윙 교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아마도 골프일 테다. 경기를 하지 않고 스윙만 하는 (게임장이 아닌) 연습장이 있는 것도 골프가 네 종목 중 유일하다. 연 1조원이 넘는 시장이 된 스크린 골프장은 이제 규모로나 이용객 수로나 실내 골프장을 가뿐히 넘어서는 중이다.

골프 분야에 유독 스윙을 다루는 교본과 교습 비디오가 넘치는 이유는 뭘까? 혹시 평균 연령 40~50대가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 스포츠라, 책으로 배우는 게 더 익숙해서? 장난 같은 생각을 눌러버린 건 지난해보다 80만 명이 더 늘어난 골프 인구 통계다.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는 이들까지 통계에 잡힌 것이긴 하지만 올해로 곧 골프 인구 500만 명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절대적인 골프 인구가 많다는 것이 가장 선명한 이유이지만, ‘보기만 해도 골프 스윙을 잘하게 되는 그래픽 동영상’ 같은 걸 반복적으로 보고 있노라면, 골프 스윙은 스포츠의 영역을 뛰어넘어 어딘지 주술이나 술법에 근접해 있는 듯하다. “스윙 연습은 하루 200번 이상 해야 한다”, “스윙 연습은 세끼 밥 먹는 것과 같다”, “스윙 자세는 6년이 지나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이른바 골프 명언을 접했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의 스윙 자세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황금비율처럼 점과 선을 마구 올려 바로 분석하는 어플리케이션, 내로라하는 골프 스타의 스윙 포즈와 나의 포즈를 겹쳐 올려 비교해보는 분석기는 이제 동네 골프 연습장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골프란 기술적이고 심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골프 스윙의 절대 해답을 찾으러 떠나는 구도자의 스포츠 같았달까?

문경준 프로 골퍼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다 우연히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통해 소질을 발견하고 뒤늦게 골프를 시작한 경우다. 그에게 골퍼들이 유독 스윙 자세를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골프는 가만히 서 있는 작은 공을 치는 운동이지만, 막상 필드에 나간 골퍼가 영향을 받는 환경은 생각보다 다이내믹해요. 골프장은 테니스 코트처럼 늘 같은 규격의 경기장도 아니고, 탁구처럼 실내에서 날씨의 영향을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요. 제아무리 정확한 스윙을 훈련했다 하더라도 지형의 방해를 이겨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야 합니다. 게다가 4시간 30분간 홀로 싸우는 스포츠라 사격과 양궁만큼 선수의 멘탈도 경기력을 크게 좌우하고요.” 의지하고 기댈 것은 정확한 그립과 어드레스, 어깨를 유연하게 돌려 몸통의 코일로 만들어내는 충분한 백스윙, 그 스윙이 풀리면서 이어지는 다운스윙, 그 힘이 모두 공으로 전달될 수 있게 하는 딱 맞춘 순간의 임팩트…. 그러니까 스스로 컨트롤하는 정확한 스윙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확한 스윙이 반드시 정확한 폼에서 기인하는 건 아니다. 어깨 트는 각도, 무릎의 각도, 팔꿈치 각도, 두 팔 사이의 간격, 허리 각도, 엉덩이의 방향까지 하도 공식이 많아서 이 당연한 사실을 어쩐지 놓칠 뻔 했지만, 야구 타자들이 그렇듯 폼이 좋다고 타율도 좋은 것은 아니다. 정석을 벗어난 스윙이지만 보란 듯 성공가도를 달리는 골퍼 김혜윤의 드라이버 샷을 보면 알 수 있다. 스윙과 동시에 두 발이 자리에서 떨어지며 스텝을 밟는다. 스윙 교본에 따르면 몸이 완전히 흔들리는 경우다. 지난 2월 PGA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한 부바 왓슨은 스윙의 마지막 순간에 오른발이 몸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뒤로 빠져버린다. 큰 키와 파워 스윙으로 유명한 허인회 선수는 공을 치는 순간,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슬로 모션으로 보면 야구 선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윙이 예쁜지, 그럴싸한지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마음 먹은 방향으로 정확히 공을 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파악했는지 여부다.

야구 선수도, 농수 선수도, 기계체조 선수도, 축구 선수도 골프를 치고 프로를 딴다. 어떤 종목이라도, 그 운동을 통해 취득한 감각이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골프 스윙엔 웬만한 운동 감각이 두루 적용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감각이라면 동체 시력 정도랄까? 배드민턴이건 족구건 공을 타격하는 형태의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공에 힘을 싣는 임팩트에 대한 감이 있어 골프에도 유리하다. 축구 선수를 하다 골퍼로 전향한 김봉섭 프로는 왼발을 디딘 상태에서 몸의 힘을 오른발에 실어 힘을 전달하는 센스가 탁월해 평소 장타왕으로 불린다. 하체가 단단히 잡힌 상태에서 어깨와 몸통의 회전각을 이용하는 힘이 장타로 연결된다는 엑스펙터 이론에 맞춰보면 김봉섭 선수의 장점이 확실히 이해가 된다. 테니스 선수 출신 문경준 프로는 공을 짧고 정확하게 치는 쇼트 게임을 할 때 공을 다루는 능력을 테니스의 커트 스윙 덕에 터득했다고 설명한다. 공을 어느 정도 길이로 떨어뜨려야 할지에 대한 감각도 테니스로 익혔다. 야구 선수 출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스윙의 원리가 비슷해 타자 출신 선수가 확실한 우위에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투수 출신 선수들이 감각을 빠르게 터득한다고 한다. “왼발을 디디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 듯이 열면서 최대한 팔의 각도를 유지한 채 레깅을 하는 투구 동작이 골프 스윙과 오히려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문경준 선수가 말했다.

골프공은 지금 43밀리미터, 무게 45그램의 작은 공이다. 공은 탁구공보다 1~2밀리미터 크지만 골프채는 드라이버건 아이언이건 그 면적이 탁구채보다 훨씬 적다. 뻗어가는 거리는 몇백미터를 넘어가니 스윙 상태에서의 작은 차이가 막상 그린 위에선 큰 격차를 만든다. 모든 운동에서 스윙은 핵심적이겠지만, 손가락 길이까지 정확하게 재서 골프 장갑을 맞추는 게 일상인 골프의 세계에선 스윙은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뛰어넘어, 극도로 세심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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