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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이 만든 남자 향수

2018.06.09GQ

루이 비통 향수 공방이 있는 그라스에 다녀왔다. 여행길에 다섯 남자를 만났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그라스는 공방과 장인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향수 마을이다. 향수 원료인 풀과 나무와 열매 이름을 구구단보다 먼저 익히고, 숨 한번 들이키면 어느 공방에서 어떤 향을 증류하는지 맞출 수 있는 재능이 저절로 생기는 곳. 루이 비통 향수도 여기서 시작했다. 2013년, 루이 비통은 향기로운 분수라는 뜻을 가진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레 퐁텐느 파르퓌메에 공방을 차렸다. 그라스 골목 사이사이의 향을 맡으며 자란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의 지휘 아래 2016년 루이 비통 첫 여자 향수가 출시됐다. 전례 없던 향과 세련된 형태의 향수는 그라스의 기분 좋은 바람을 타고 전 세계 여자들을 좋은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루이 비통 남자 향수 차례가 됐다.

여행 전문가 루이 비통의 향수인 만큼, 자크는 여행에서 발견한 원료와 감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섯 가지 향수를 만들었다. 광대함이라는 뜻의 리멍시테 L’immensite는 무한한 자유를 상징하는 향수다. 자크는 답답하고 지쳤을 때 광활한 바다를 본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자몽과 생강, 라다넘에 용연향을 더했다. 먼 미래에 공기도 생수처럼 고를 수 있다면 이 향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시원하다. 새로운 세계를 뜻하는 누보 몽드 Nouveau Monde는 탐험가 기질이 있다. 자크는 과테말라에서 우유 없이 물, 꿀만 섞어 만든 마야 초콜릿을 먹으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거칠지만 단 코코아에 알싸한 우드 아쌈을 더했고, 사프란 향으로 둘을 섞었다. 해질녘 사막에서 맡을 수 있는 따뜻한 향이 떠올랐다. 오라쥬 Orage는 폭풍처럼 거대한 자연을 만난 인간을 상상하게 한다. 강한 우디 향에, 파우더리한 토스카니 아이리스 향을 결합했다. 처음엔 폭풍처럼 거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현실적인 맑은 날을 만난 것처럼 신선해진다. 쉬르 라 루트 Sur la Route는 길 위에서라는 뜻을 가진 향수로, 여행에서 만난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레몬보다 훨씬 우아한 세더 향에 칼라브리안 시트러스를 결합했고, 오랜 시간을 들여 얻은 페루산 발삼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치 다이내믹한 여행을 막 끝낸 기분이 드는 향수다. 마지막으로 우연함을 담은 오 아자르 Au Hasard는 예상치 못한 여행의 순간을 상징한다. 스리랑카산 샌들우드에 우아한 머스크 향을 내는 암브레트 씨앗과 카다몸을 더했다. 흔하지 않은 향이라 특별한 날 아껴 뿌리고 싶은 향수다.

긴 여정을 거쳐 완성된 다섯 가지 향은 모두 오 드 퍼퓸으로 구성되며,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향수병에 담긴다. 물론 여행자들을 위한 휴대용 스프레이 세트도 잊지 않았다.

10ml 미니어처 5개로 구성된 루이 비통 남성 향수 세트.

10ml 미니어처 5개로 구성된 루이 비통 남성 향수 세트.

 

    에디터
    박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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