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케아 ‘2018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2018.06.26GQ

이케아의 데모크래틱 디자인 콘셉트 덕분에 버질 아블로가 만든 가구, 바이레도의 벤 고헴이 만든 향을 이케아 핫도그를 먹으면서 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낑낑거리는 조립 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매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더 좋은 생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지난 6월 7일, 이케아 ‘2018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Democratic Design Days) 행사’를 위해 스웨덴 시골 마을 엘름훌트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이케아 제품 개발 & 공급 총괄 페테르 반 데르 풀은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 가능성, 낮은 가격을 고민하는 이케아의 디자인 콘셉트다.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 바이레도의 벤 고헴, 스피커 브랜드 소노스, 틴에이저 엔지니어링 등 지난해의 협업을 통해 이케아는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을 구성하는 음악, 향 등 모든 요소를 디자인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버질 아블로는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1958년에 첫 번째 이케아 매장을 연 엘름훌트에서 내년에 판매할 제품을 공개했다. “Sculpture”라고 쓰여 있는 방수 종이 가방, 이케아 영수증이 프린트된 러그, “Textiles”라고 쓰여 있는 데이 베드 등등이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케아 가구에 아이러니를 더해 오프화이트 × 나이키 신발을 구매하는 사람이나 플레이보이 카티 앨범을 듣는 사람 모두 관심을 갖게 하겠다는 것. 대학 시절 이케아에서 샤워 커튼과 커피 테이블 등을 구매했다는 그는 협업 이유에 대해 “이케아는 민주적인 가격, 모두를 위한 가격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을 보장하죠”라고 설명했다. 이케아와 함께 집을 위한 향을 개발 중인 바이레도의 벤 고헴 역시 ‘민주적인 것’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집안에 있는 냄새는 종종 감정과 연결돼요. 엄마가 인도 출신이라서 우리 집에서는 항상 인도 냄새가 났죠. 제가 옷을 갈아 입어도 친구들은 제 냄새를 알아차렸어요. 한국의 소녀와 스웨덴의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집의 향은 다르겠죠. 하지만 그 안의 공통된 요소를 찾는 게 이케아 같은 큰 회사와 일할 때의 특권이죠.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잖아요.”

 

이케아 프락타 백을 들고 버질 아블로의 제품을 줄 서서 사는 풍경을 모두가 떠올리고 있을 때 이케아는 유명한 이름값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새로운 협업을 통해 알렸다. 홈 트레이닝을 위한 아디다스와의 협업, 창조적 놀이를 위한 레고와의 협업, 게임족을 위한 e스포츠 회사 에어리어 아카데미와 3D 프린팅 회사 유니크와의 협업, 더 나은 홈 오피스 환경을 위한 스테판 디에츠(Stefan Dietz)와의 협업 등등이다. 이케아 디자인 총괄 마르쿠스 엥만은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집은 밤새 게임하다가 지쳐 잠드는 공간이고 회사에서 못 다한 일을 어쩔 수 없이 가져오는 공간이자 데이트를 앞두고 운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케아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해프닝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는 듯했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이케아와 협업해 홈 파티를 위한 스피커, LP 플레이어, 파티 조명 등의 음악 기기를 선보인 틴에이저 엔지니어링의 CEO 예스페르 코우토프드는 가격 단가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한다. 최상의 품질에 대한 각 브랜드의 노하우, 제작 및 물류 비용에 대한 이케아의 노하우가 만나 소비자들을 위한 ‘데모크래틱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그게 바로 이케아가 생각하는 협업의 이유다.

잠깐만, 그럼 조립 시간은? 모두가 공평하게 끙끙거려야 하니까 민주적인 걸까? 조립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이케아의 오랜 노력은 이날 ‘15분 완성 소파’로 구현됐다. 조립 시간을 줄이는 건 단순히 우리의 짜증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제품 포장 및 운송에 드는 자원 낭비를 줄여 친환경적이다. 이케아는 공기 오염을 줄여주는 커튼과 공기청정기, 물 사용을 절약해주는 수도꼭지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비건 아이스크림, 비건 핫도그도 공개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열여덟 살 때 이케아 매장에서 산 식기를 지금도 쓰고 있다는 페테르 반 데르 풀의 설명이다.

    에디터
    나지언
    사진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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