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히어로즈

우리들의 일그러진 히어로즈

2018-08-24T16:58:12+00:00 |culture|

히어로즈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사람들의 회의감을 불러오고 있다. 두고 보는 수밖에 없을까?

2010년  7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전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황정곤을 만났다. 새 홈구장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 아들의 응원 차 방문한 자리였다. 아들의 이름은 황재균. 이 해 7월 20일 넥센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3루수 황재균과 내야수 김민성 , 투수 김수화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아버지에게 “히어로즈 구단에선 황재균이 멘탈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더군요”라고 전했다. 아버지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족한 아들입니다.” “멘탈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는 말은 트레이드 직후 히어로즈에서 나왔다. 한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히어로즈에는 선수에 대한 악평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누가 봐도 현금이 개입된 트레이드였다. 히어로즈는 “김민성과 김수화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KBO가 이례적으로 황재균 트레이드 승인을 이틀 미룬 것도 현금 트레이드 의혹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는 창단 첫해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컨설턴트 출신 이장석이 2007년 7월 설립한 투자회사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현 ㈜서울 히어로즈)는 이해 1월 30일 가입금 1백2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1백31억을 1백20억으로 깎았다) KBO 회원사가 됐다. 선수단은 해체 예정이었던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인수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선수단 연봉은 대폭 삭감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에 빛나는 명문 구단이었다. 2006년에도 70승으로 정규 시즌 2위에 올랐다. 이장석이 이 강력한 선수단을 인수하는 데 지불한 비용은 0원이었다.

2007년 프로야구 총관중은 4백만 명에 불과했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려는 기업을 물색하기 어려웠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는 이장석에게 현대 선수단과 함께 서울 연고권도 넘겨줬다. 여기까지는 이장석이 협상을 잘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히어로즈의 대표이사 겸 구단주 이장석이 가입금을 낼 돈이 없다는 데 있었다. 그의 구상은 우리담배의 메인 스폰서비로 가입금을 충당하는 것이었지만 몇몇 사건이 터지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히어로즈의 가입금은 분할 납부 조건이었다. 12억원을 먼저 낸 뒤 2008년 상·하반기에 각각 24억원, 2009년 상·하반기에 각각 30억원. 하지만 2008년 상반기부터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이장석은 가입금 1차분인 24억원의 납부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목동구장 개보수 비용 40억원을 가입비에서 감면하고, 홈구장 위탁경영을 명문화해달라는 조건 등을 내걸었다. 서울시가 소유한 목동구장의 위탁은 KBO의 능력을 벗어난 사안이었다. 이번엔 이장석이 불리했다. 가입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정관과 규약에 따라 회원 자격이 상실된다. 결국 일주일 뒤 가입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2008년 12월 31일까지 내야 할 2차 가입금이 있었다. 여기에서 이장석은 히어로즈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두 가지 일을 실행한다.

2008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재미동포 사업가 홍성은에게 구단 지분 40퍼센트를 양도하는 조건으로 20억원을 받았다. 그래도 돈이 모자랐다. 공짜로 넘겨받은 선수단에 눈을 돌렸다. 2008년 11월 14일, 투수 장원삼을 삼성으로 보내고 투수 박성훈과 30억원을 받는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KBO가 받아들일 수 없는 트레이드였다. 프로야구는 ‘균형 잡힌 경쟁’이라는 원리를 갖고 있다. 신상우 당시 KBO 총재는 이 트레이드를 무효화했다.

하지만 결국 이장석이 승리했다. 2009년 12월 30일 히어로즈는 핵심 선수 이택근과 이현승을 각각 LG와 두산으로 트레이드한다. 이 거래에 포함된 현금은 각각 25억원과 10억원이었다. 1년 전 트레이드가 불발된 장원삼도 다시 2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 보냈다. 하루 뒤인 12월 31일은 히어로즈의 최종 가입금 납부 마감일이었다. 실제 트레이드 머니는 이택근 38억원, 장원삼 35억원, 이현승 30억원이었던 것으로 얼마 전 밝혀졌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이듬해 3월, 투수 마일영을 한화로 보내며 현금 3억원과 투수 마정길을 받는 트레이드를 다시 발표했다. 역시 실제 트레이드 머니는 12억 5천만원이었다.

‘올스타 선수’ 황재균의 트레이드에는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려웠다. 그래서 “현금은 개입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다. KBO는 올해 5월 30일 8개 구단의 신고를 바탕으로 2009년 12월 30일부터 히어로즈와 진행한 트레이드 23건의 트레이드 머니가 총 1백89억 5천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가입금보다 69억 5천만원 많은 액수였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 장사’는 가능하다. 리그 내 전력 불균형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프로축구에서는 이적료가 구단 운영의 중요 수단이다. KBO규약도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트레이드는 KBO 총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히어로즈가 SK를 제외한 8개 구단과 진행한 트레이드는 허위 작성한 양수도계약서를 KBO에 보내 총재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규약 위반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적자 사업이라고 하소연한다. 엄살만은 아니다. 지난해 KBO리그 구단 전체 매출액은 5천2백7억원, 당기순손실은 54억원이었다. 비교적 견실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모기업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특수 관계자 매출 비율이 40퍼센트에 이른다.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이나 일본, 대만과 달리 주요 대기업이 운영한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수천억 원을 쏟아 부은 결과 프로야구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실을 가장 많이 누린 사람은 이장석이다.

여기에 이장석은 규약 위반뿐 아니라 형사 범죄까지 저질렀다. 그는 올해 2월 사기,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프로야구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흥행 산업이다. 이장석과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전체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법 중 하나는 히어로즈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지만 쉽지는 않다. 현재 이장석은 구단 주식 40퍼센트 권리를 주장하는 홍성은과 지분 분쟁 중이다. 지분 분쟁이 불보듯뻔한 상황에서 구단을 인수할 기업은 없다.

지분 분쟁을 피하는 방법도 있다. 제명이다. 히어로즈가 리그에서 나가면 지분 분쟁은 프로야구와 무관한 일이 된다. KBO규약 4조는 “리그 관계자가 KBO규약을 위반하는 경우 재결을 통해 적절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원 자격 박탈이 포함된다.

규약 9조와 14조는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구단 양도 신청”을 해야 하며, “이를 태만히 하거나 규정을 위배할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결처럼 홍성은의 지분 40퍼센트가 인정되면 현 히어로즈의 최대 주주는 홍성은이다. 하지만 홍성은과 20억원을 받는 계약을 했을 때, 또 증자로 지분율 변동이 생겼을 때 히어로즈는 KBO에 이를 알린 적이 없다.

프로야구단의 가치는 크게 두 개에서 나온다. 하나는 배타적 지역 연고권이다. 과거 히어로즈의 구단 매각 가치가 1천억원대로 회자됐던 것도 서울에서, 한국 유일의 돔구장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규약으로 보장받는 선수에 대한 독점계약권, 즉 보류권이다. 이장석이 공짜로 인수한 전 유니콘스 선수들을 팔아 가입금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에서 제명된 구단의 보류권은 보호되지 않는다. KBO리그 회원 자격 박탈 즉시 이장석은 두 가지 권리를 모두 잃는다.

하지만 이장석은 억울해할 것 없다. 적어도 홍성은과의 지분 분쟁에서 나온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관련 재판에서 히어로즈는 홍성은의 지분율은 인정하지만 구단에 주식이 없으므로 지분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손해 금액을 배상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적자 기업인 구단의 주식 가치는 ‘0원’이므로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가치 0원’인 히어로즈가 리그에서 쫓겨나도, 이장석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글 / 최민규(전 <일간스포츠> 야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