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온 '투팍'

살아 돌아온 ‘투팍’

2018-08-24T16:56:03+00:00 |interview|

스타가 살아 돌아왔다.

“투팍의 공연이 특별했던 건 관중들을 향해 ‘모두 잘 지냈나?’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 순간 모두 마음속에 울림을 느꼈을 거예요. 오래된 영상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였죠. 그 덕분에 이후의 일도 가능했을 겁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공연장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작아 지더니 검은 장막이 걷힌다. 금빛 재킷을 걸친 마이클 잭슨이 무대 중앙에 있는 왕좌에 앉아 노래를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오며 미발표곡 ‘Slave To The Rhythm’에 맞춰 춤을 추기 직전 섬광이 번쩍인다. 조명은 그의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손가락에 감긴 테이프까지 또렷하게 비춘다.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생생한 무대에 정신을 빼앗긴다. 관중은 팝의 황제가 돌아왔다는 착각에 빠진다.

2014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선보인 이 공연은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홀로그램 무대 중 가장 최근작이다. 그보다 2년 앞서 투팍 샤커의 영상이 코첼라 Coachella 무대 위에 투사된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잭슨의 부활은 성공하지 못할 뻔했다.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공연 제작사인 펄스 에벌루션 Pulse Evolution은 긴급 특허권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펄스 에벌루션이 보유하지 않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공연 취소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후 수개월에 걸쳐 두 회사 사이에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휘트니 휴스턴, 엘비스 프레슬리, 빌리 홀리데이, 마릴린 먼로 등 앞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스타의 부활 계획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혼란스러운 권력 다툼에 휩싸인 것이다.

‘Slave To The Rhythm’이 끝나고 흥분한 관중이 모두 기립하는 것을 보며 펄스 에벌루션의 창립자 존 텍스터와 동료들은 성공을 자축했다.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몇 달간 매달려왔고, 결국 이긴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텍스터는 TV에서 자신의 회사를 고소한 사람이 펄스 에벌루션이 어떻게 팝의 황제를 되살렸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런던에 사는 공학자 헨리 더크스와 과학자 존 헨리 페퍼의 공동 발명품인 페퍼스 고스트 Pepper’s Ghost는 찰스 디킨스의 <신들린 사람>을 각색한 연극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페퍼스 고스트는 간단하지만 교묘한 눈속임을 통해 환영을 만든다. 어두운 실내에서 관객이 볼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빛을 비추고 비스듬히 기울인 유리에 반사시킨다. 사람이 마치 무대 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페퍼스 고스트는 이처럼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장치다. 스타의 ‘환생 무대’에 쓰이기 전부터 뮤지컬 <고스트>와 디즈니 랜드의 ‘유령의 집’ 등에 활용되었다. 초자연적 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으스스한 연극은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독일의 발명가 우베 마스는 다루기 어려운 유리를 반투명포일로 대체하고, 진짜 공연자를 숨겨두는 대신 고화질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바꾼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마스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뮤젼 Mus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자 뮤젼은 음악 업계를 휘어잡았다. 2006 그래미어워드 시상식에 마돈나와 애니메이션 기반 밴드 고릴라즈가 한 무대에 올랐다. 뮤전의 기술이 만들어낸 무대였다.

하지만 이 기술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것은 힙합의 아이콘이었다. 텍스터가 말했다. “페퍼스 고스트는 오래된 기술이에요. 투팍의 공연이 특별했던 건 관중들을 향해 ‘모두 잘 지냈나?’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그 순간 모두 마음속에 울림을 느꼈을 거예요. 오래된 영상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였죠. 아마도 그 덕분에 이후의 일도 가능했을 겁니다.”

텍스터는 한때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와 대학 기숙사 방을 함께 썼다. 댄서가 되고 싶었지만 투자자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소프트웨어 투자에 성공해 제법 많은 재산을 모았다. 2006년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시각 효과 회사인 디지털 도메인 Digital Domain을 인수하기도 했다. 디지털 도메인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등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명성이 쌓이자 2012년 투팍의 애니메이션 무대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영상 투사만으로는 뮤젼이 만들어내는 3D 효과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나머지 비결은 유사한 신체 조건의 대역에 모션 캡처용 마커를 붙이고 그린 스크린 앞에 세우는 것이다. 시각 예술가들은 대역의 안무나 움직임에서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것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스타의 공연 영상 및 3D 스캔 자료에 결합해 닮은꼴을 만들어낸다. ‘페이셜 리그 Facial Rig’라는 것을 제작하는 과정인데, 장시간에 걸친 세심한 작업을 요한다. 투팍을 담당했던 팀은 그의 사진으로 도배된 방에 두 달간 틀어박혀 하루 종일 작업했다.

하지만 일단 완성하고 나면 얼굴의 움직임과 표정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거울에 영상을 투사하고, 거울은 이 영상을 반사가 쉬운 재질로 만든 얇은 배경막으로 보낸다. 주변 댄서들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2D 영상이 진짜 공연 무대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투팍의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디지털 도메인은 그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티타늄 상’을 받았다. 성공이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디지털 도메인은 재정적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수년간 쌓인 부채와 악덕 채권자들과 맺은 불합리한 계약을 견디다 못해 2012년 9월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창립자 텍스터는 8천만 달러 규모의 공적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한편 뮤젼의 운영진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안한 1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뮤젼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매각 절차를 밟았다. 텍스터는 인수자금 1백만 달러를 마련했으나 마스는 아직 귀중한 특허권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013년 선착순 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다고 결정됐고, 마스는 인수자금 마련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장난기 많은 악동이자 억만장자로 소개하는 자를 찾아냈다.

알키비아데스 데이비드는 그리스계 레벤티스 Leventis 그룹이 소유한 코카콜라 보틀링 사업의 상속자다. 1968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태어났다. 어떻게 하다 서아프리카에서 태어났냐고 물어보면 “어머니의 자궁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다.

데이비드는 땅딸막한 체구에 눈썹이 짙다. 짧게 친 머리는 은회색이며 양팔에는 문신이 가득하다. 그는 영국과 스위스의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묵직한 바리톤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억양은 영국 상류층 영어와 출처가 불분명한 영어 사이를 오간다. 과거 데이비드는 영화를 제작하고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6년 그는 ‘필름온’이라는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업체를 설립해 유명한 채널을 무료로 재전송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발하고 웃기는 장난에 돈을 쏟아 붓기도 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곁에서 알몸으로 달리는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에게 1백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우베와 뮤젼의 이사 지오반니는 디지털 도메인에 매각되는 게 싫어서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뮤젼을 찾아가 그들이 제작한 투팍 영상을 본 후 경영진을 거쳐 계약을 체결했죠.” 데이비드와 마스, 그리고 기업 팔마 Palma는 2013년 9월 뮤젼의 특허에 대한 권리를 취득했고, 곧이어 ‘홀로그램 USA’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무려 2천5백만 달러나 투자했다고 자랑한다.

언제나 쇼맨십을 잃지 않는 데이비드는 유명인 재단들과 접촉해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리버라치, 리처드 프라이어와 버디 홀리 등 사망한 스타의 홀로그램 공연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하고 다녔다. 그의 큰소리를 뒷받침할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2012년 인도에서 재선에 출마한 모디 총리가 53개 마을에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뮤젼이 제작한 캠페인 영상이었다.

같은 시기, 텍스터는 이미 펄스 에벌루션을 설립하고 디지털 도메인 출신의 페이셜 애니메이터들을 채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등장하는 디지털 공연을 비밀리에 제작하기 시작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 끝난 이후 그에 따른 법정공방, 그리고 데이비드의 대담한 CNN 출연이 뒤따랐다. 텍스터와 펄스 에벌루션의 변호사들은 페퍼스 고스트는 19세기에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공공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반박했으나 데이비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의 특허를 가져가서 그저 뒤집기만 한 거예요.” 데이비드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다.

둘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텍스터는 데이비드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인스타그램에 히틀러의 사진을 게시하며 텍스터를 태그하거나 총을 든 사진에 “덤벼봐”라고 쓰는 등 공개적으로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텍스터는 괴롭힘과 사이버 스토킹을 이유로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했으나 결국 기각되었다. 2016년 3월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비공개 합의로 마무리됐다. 양측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 결과를 해석했다. 텍스터가 말했다. “데이비드가 아무런 증거 없이 공연 중지를 신청한 건에 대해 법원은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어요. 하지만 이 사건은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합의를 하기로 한 거예요. 결론적으로 펄스 에벌루션이 이겼다고 보는 게 맞아요.”

반면 데이비드는 “그들은 덜미가 잡혀 합의를 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이긴 거죠. 펄스 에벌루션은 우리처럼 못해요. 엉망이었던 마이클 잭슨 공연을 제외한다면 그들은 무엇 하나 내놓은 게 없어요”라며 합의 결과를 설명했다. “태미 와이넷, 팻시 클라인, 잭슨 파이브, 버니 맥의 공연권을 확보했고, 지미 헨드릭스는 손을 떼야 했어요. 재단이 엉망이었거든요.” 데이비드는 앞으로 부활시킬 스타를 줄줄 늘어놓았다. 홀로그램 USA의 가능성을 열변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공연이 북미 지역 150개 극장에 걸려 있어요. 그리고 대형 극장 체인을 통해 개봉할 프로젝트도 몇 개 준비하고 있죠. 지금은 150개 극장이지만, 2천 또는 3천 개 극장으로 단기간 내에 늘어날 수도 있어요.

홀로그램과 음악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펄스 에벌루션이 이용하는 4.5미터 너비의 믹싱 데스크.

홀로그램과 음악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펄스 에벌루션이 이용하는 4.5미터 너비의 믹싱 데스크.

“GMO 식품이든, 말하는 섹스돌이든, 자연을 거스르는 뭔가를 창조해내면 사람들은 반발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대중의 동의을 원하는 건 아니예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반응하기만 한다면 그걸로 된 거죠.”

데이비드는 펄스 에벌루션이 유명 인사들의 재단과 맺은 계약에 대해 별로 동요하지 않는 듯했다. 펄스 에벌루션은 현재 엘비스 프레슬리 공연을 제작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아바의 홀로그램 투어를 할 예정이다. 데이비드가 이런 사실에 의연한 이유는 분명하다. “존 텍스터는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은 이제 없어요. 발을 뺀 거죠.”

데이비드가 텍스터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한 지 6개월 후 텍스터와 한 차례 더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를 찾았다. “여전히 주주이긴 하지만 사임한 것은 맞아요”라고 텍스터는 인정했다. 알고 보니 2017년 7월 그는 펄스 에벌루션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태양의 서커스단 마케팅 담당 부사장 출신인 조던 픽센바움을 펄스의 CEO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였다. 텍스터가 말했다. “저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객을 끌어 모을 줄 아는 사람을 영입하는 게 옳은 일이겠죠.”

텍스터의 퇴출과 관련해선 그가 납득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가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펄스 에벌루션에서 자문을 제공하고, 홀로그램 USA가 그리는 페퍼스 고스트 기반의 기술을 폄하한다. “이미 죽은 사람이 허공에 떠다니고, 댄서들이 그 주변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며 스타가 살아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속임수도 한두 번이에요. 그게 진짜 공연이 될 수는 없는 거예요.” 홀로그램 USA에 대한 텍스터의 입장이다.

그러나 홀로그램 공연이 대규모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하며 사망한 스타의 부활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이 밖에도 많다. 로이 오비슨 Roy Orbison은 이번 달 영국 투어를 할 예정이다. 홀로그램 USA의 경쟁사이자 홀로그램 USA의 사무실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인 아일루전 Eyellusion은 프랭크 자파를 다시 한번 무대에 세우기 위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데이비드도 당연히 어렵게 얻어낸 특허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영역을 침해하는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특허권은 앞으로 7년이나 유효해요. 페퍼스 고스트는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산이 아니란 말입니다. 발을 들이는 그 순간 소송을 당하게 될 거예요.”

데이비드와의 첫 만남 이후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는 극장 앞에서 한 남자를 다급히 따라가고 있었다. 조금 전 해고당한 무대 설치기사 카일이다. 손가락질과 욕설이 오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았다. 데이비드는 카일을 다시 고용했고, 둘은 전광판의 일렁이는 스크린 아래를 지나 어두운 극장 안으로 함께 되돌아갔다. 과거에 성인영화 전용관이었던 2백 석 규모의 극장은 앞으로 홀로그램 USA가 만들어나갈 글로벌 극장 체인의 본점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미비했다. 데이비드는 24시간 이내에 갈라 오프닝을 열어야 했지만, 예정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무대에 있어야할 UHD 스크린은 아직 상자에 담긴 채 로비를 메우고 있고, 전선은 천장에 매달려 흉하게 드러나 있었다. 객석 설치도 안 된 공연장 안에서는 아직도 전동 공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데이비드는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인력이 풍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솔선수범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열릴 초연 행사와 관련된 전화를 여기저기 돌렸다. “노력해보겠다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확실히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분주하게 움직이던 데이비드가 한 작업자에게 한 말이다. “페퍼스 고스트는 분명 자연스럽지 않아요. 거부감이 들죠.” 제프 잼폴이 그의 사무실에 앉아 말했다. 근처 선반에는 2011년에 받은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뮤직 필름상이 놓여 있었다. “GMO 식품이든 말하는 섹스돌이든, 자연을 거스르는 뭔가를 창조해내면 사람들은 반발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대중의 동의을 원하는 건 아니예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반응한다면 그걸로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잼폴은 70년대 후반 펑크 밴드의 매니지먼트로 활동했고, 80년대에는 헤로인에 중독되었다가 빠져 나왔다. 그 후 90년대엔 잼 주식회사 Jam Inc.를 설립했다. 그는 도어스, 재니스 조플린, 라몬스, 그리고 오티스 레딩 등을 클라이언트로 거느렸다. 라이선스, 소셜 미디어, 다큐멘터리, 전시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이미 사망한 유명 인사들의 잠재 소득을 끌어올리는 세부 산업을 활성화시킨 사람이다.

투팍의 코첼라 공연 당시 그의 재단을 맡은 사람은 잼폴이었다. 직접 데이비드를 만나기도 했지만, 잼폴은 홀로그램이 라이브 공연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디지털 인간의 활용 가능성이 매력적인 건 맞아요.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페퍼스 고스트는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저의 생각이에요. 영상 주위를 움직일 수도 없고요. 중고 VHS 테이프와 같다고 봐야죠.” 물론 모든 재단 관리인이 잼폴처럼 회의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망한 스타들을 중심으로 가상 현실 공연이 계속해서 제작되는 한 브랜드 관리인과 재단이 모든 패를 쥐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텍스터가 말했다. “우리는 극사실적인 인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예요. 그렇기 때문에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같은 유명인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거죠. 사망한 스타의 무대를 똑같이 재현해 주요 재단들을 안심시킨 회사는 지금껏 단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펄스 에벌루션은 공연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까진 함부로 이야기를 하고 다니지 않는 회사예요”.

공연 계획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다. 홀로그램 USA의 휘트니 휴스턴 글로벌 투어다. 2015년 발표된 휘트니 휴스턴의 부활 계획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의 공연 프리뷰 영상이 유출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휴스턴과 닮은 누군가의 흐릿한 모습 옆에서 꿋꿋하게 노래하는 아길레라의 영상은 사방으로 퍼졌고, 데이비드는 이를 의식해 “아직 얼굴에 대한 디지털 작업을 하기 전이었어요”라고 해명했다. 해당 영상은 비웃음을 샀다. 휘트니 휴스턴 재단은 결국 계약을 파기했고, 홀로그램 USA는 2017년 7월 계약 위반을 이유로 휴스턴 재단을 고소했다.

사망한 스타의 공연 재현을 둘러싼 윤리 문제는 홀로그램만큼이나 흐릿하다. 평생 금주를 한 이소룡이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나 조니 워커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다. 사망한 자를 부활시키는 것이 고인의 생전 정체성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로빈 윌리엄스는 사망 전 그의 이미지를 2039년까지 새로운 영화에 삽입할 수 없고, 홀로그램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유서를 작성했다. 점점 많은 유명 인사가 사후에 홀로그램으로 부활하는 의미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심할 필요가 있긴 해요”라고 잼폴은 인정한다. “제니스 조플린과 짐 모리슨이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유족들과 함께 그들을 대변해야 하는 거죠.” 텍스터는 펄스 에벌루션이 상황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잭슨의 경우 이미 3D 스캔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었어요. 우리 회사와 재단 측은 마이클 잭슨의 유족이 3D 스캔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어요. 유족을 상대하는 건 항상 조심스럽고 까다로워요.”

홀로그램 USA의 플래그십 극장 개관식이 열리는 날 LA를 찾았다. 초대 받은 무료 입장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29.95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이 하나둘 극장을 채웠다. 이윽고 불이 꺼졌다. 짧게 준비된 시사회 영상에서 부활한 재키 윌슨이 춤을 추고, 코미디언 존 로비츠가 손가락으로 레이저를 쐈다. 줄담배를 태우는 마술사의 입에선 기괴할 정도로 진짜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왼쪽부터 | 펄스 에벌루션의 CEO 조던 픽센바움과 창립자 존 텍스터.

기술적인 면에서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문제점들이 보였다. 죽은 사람들을 되살려내긴 했으나 투팍이나 마이클 잭슨처럼 눈에 띄는 생동감은 없었다. 진짜보다는 어설픈 닮은꼴에 불과했다. 추후 이 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데이비드는 “우리 회사의 전문가들은 유명 인사를 부활시킬 홀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사용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의문이 생겼다. 굳이 사망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영상을 볼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아 있는 코미디언이 여기저기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개관식이 끝난 후에도 데이비드는 출구 근처에 남아 어슬렁거렸다. 4시간 전만 해도 그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무전기에 대고 고함치듯 명령하고, 직접 스피커를 설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장비 오작동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미래를 낙관한다. 홀로그램 USA는 첫 상영작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라이브 코미디로 분위기를 띄우는 빌리 홀리데이의 40분짜리 공연이고, 다른 하나는 섹시 할리우드 프릭 쇼 Sexy Hollywood Freak Show다.

우연이든 아니든 데이비드가 그리는 미래가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버니 맥, 잭슨 파이브, 리버라치 등 그가 언급한 공연 중 다수는 홀로그램 USA의 웹사이트에 ‘커밍 순’이라고 적혀 있거나 아예 삭제되어 있었다. “사망한 사람을 되살리는 일은 논란을 일으키죠. 대신 타임스 스퀘어에서 윔블던 대회를 라이브로 관람하고, 집 근처 극장에서 가장 최근에 열린 복싱 경기를 관람한다면요? 2D가 아니고 진짜 경기장에서 보는 것처럼요. 제가 그리는 또 다른 미래예요.”

데이비드의 오랜 앙숙인 텍스터 또한 지적재산권이나 유명 인사의 재단에 얽매이지 않고도 홀로그램을 활용할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회나 박람회장 천 곳을 다니는 것보다 마이클 잭슨 한 명을 통해 디지털 인간의 가능성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었어요. 정보를 전달하는 디지털 인간을 USB 드라이브에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질문에도 정답을 알려주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쨌든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다. 어른거리는 사진 안에서 뛰쳐나오는 잭슨 말이다. 19세기에 더크스와 페퍼의 발명품은 여러 방식으로 활용되었지만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결국 유령이었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망한 자를 지금 여기에 되살려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욕망이다. 그리움은 언제나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불멸은 어떨까? 제프 잼폴이 한 이야기가 있다. “아직 홀로그램 기술은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죠. 돈은 언제나 영혼을 이깁니다.”

홀로그램 USA의 창립자 알키비아데스 데이비드.

홀로그램 USA의 창립자 알키비아데스 데이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