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과 신사동의 음료 맛집

연남동과 신사동의 음료 맛집

2018-08-24T15:47:03+00:00 |drink|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뭘 마실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신나는 이들을 위한 드링크 메뉴판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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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 베이커리 토스트 바 연남동

1 컨트리 브레드 같은 와인과 맥주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가 서울에 등장하면서 ‘천연효모 빵’이 좀 더 근사한 이미지를 얻은 건 확실하다. 듬직한 고양이만 한 크기의 타르틴 ‘컨트리 브레드’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 귀한 작품을 낙찰 받은 경매 참가자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타르틴이 서교동에 2호점을 내고 ‘토스트 바’라는 캐주얼한 다이닝 공간을 만들면서 주류 리스트를 맡은 차헌태 소믈리에는 머릿속에 이 ‘컨트리 브레드’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타르틴을 대표하는 빵이잖아요. 신맛이 있는 이 천연효모 빵과 어울리는 와인들로 뼈대를 잡았어요. 술은 형태만 다를 뿐, 음식에 곁들이는 일종의 소스 같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잘 맞는 내추럴 와인으로 와인 리스트를 꽉 채우고, 맥주도 새콤한 프루트 람빅과 크래프트 맥주로 골라 넣었다. 구운 빵과 간단한 샌드위치 위주로 구성된 메뉴에 맞게 산미가 매력적인 와인이 주를 이루는데, 생각해보면 음식이 코스로 나오는 일부 레스토랑에서나 맛보던 내추럴 와인을, 대부분 잔술로, 이렇게 캐주얼한 음식과 함께 곁들일 수 있다는 게 새삼 기회처럼 느껴질 정도다.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우리나라 내추럴 와인 문화를 깨고 싶기도 했고, 새로운 영역을 타르틴이 먼저 개척하고도 싶었고요. 곧 한남점에서도 더 다양한 빵과 함께 내추럴 와인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 플라스크와 잔술 이곳은 전체 와인 리스트의 2/3가량을 글라스 와인으로 판매한다. 따로 리스팅해두지 않은 건 그때그때 오픈 가능한 와인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정화 작업을 거쳐야 마실 수 있는 내추럴 와인도 있고, 오픈한 이후에도 시시각각 맛의 변화 폭이 큰 편이라 병에 흰색 마커로 날짜를 크게 표기했어요.” 이곳의 글라스 와인은 삼각 플라스크에 먼저 서브되는데 용량, 재미, 디캔터 효과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3 콤테 치즈와 화이트 와인 내추럴 와인의 쿰쿰하면서도 발랄한 맛은 콤테 치즈의 녹진하고 진득한 풍미와 조화가 잘 맞는다. 하나를 콕 집자면 ‘Alexandre Bain’의 화이트 와인이 이곳 샌드위치와 두루 잘 맞고, ‘Le Mazel’은 콤테 치즈에 쪽파까지 추가된 샌드위치와 척척 어울린다. 이탈리아 에밀리아냐 로마냐 지역의 내추럴 레드 와인 ‘La Stoppa Macchiona’는 버섯이 들어간 오픈 타르틴의 제대로 된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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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누들타이 연남동

1 들여다보고 싶은 드링크 메뉴판 연남동의 ‘쿨한 형님’ 툭툭누들타이가 시즌 3의 메뉴를 활짝 열면서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은 드링크 메뉴판이다. 반복적으로 판매되는 대표 메뉴를 만들기보단 갖가지 태국 요리를 신나게 즐길 수 있게, 술로 정확한 어시스트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드링크 메뉴판을 담당한 김은지 이사는 교과서적인 와인 구색은 피하고 싶었다. “긴 와인 리스트는 흥미롭지 않잖아요? 그래서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이 강렬한 툭툭누들타이 음식에 밀리지 않도록 새콤하고 감칠맛이 좋은 와인을 골라 넣으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이 눈에 많이 띄었고요.” 와인 리스트뿐만 아니라 문배술, 토니 포트 와인, 벨기에 맥주 등 고심 끝에 고른 다른 술들도 드링크 메뉴판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자연스레 음식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이나 드링크 메뉴판에 할애하는 시간도 길어지는데, 술에 붙은 설명을 읽다 보면 조곤조곤한 추천사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와인 설명이 와인 업계의 코드만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최대한 일반적인 단어로 설명하려고 했어요. 물론 독특한 페어링을 즐기러 오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전문적인 정보도 포함했고요.” 한 손에 참새처럼 가볍게 들어오는 일본 브랜드 ‘기무라’ 잔에 와인을 마시면서 재미삼아 훌훌 읽기에도 좋다.

2 차갑게 마시는 레드 와인 메뉴판에 독특한 카테고리가 있다. “레드 와인의 떫은 맛이 매콤한 음식과 만나면 매운맛이 더 뾰족하게 부각되고 약간 쇠 맛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레드 와인을 조금 차게 마실 때 타닌은 덜 느껴지고 과실 맛이 도드라지니까, 차갑게 마시기 좋은 레드 와인을 묶어 두었습니다.” 흥미로운 카테고리가 하나 더 있는데, 내추럴 와인을 두 잔 묶은 ‘내추럴 플라이트’다. 요리가 달라질 때마다 술을 바꿀 수 없다면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 파르르 살아 있는 이 두 잔으로도 꽤 충실한 여정을 즐길 수 있다.

3 농어튀김과 샴페인 요즘이 제철이라 테이블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툭툭누들타이의 농어튀김에는 깊은 풍미와 산도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Charles Heidsieck NV’ 샴페인이 잘 맞는다. 효모의 뉘앙스와 산미가 피시 소스의 구수한 감칠맛, 신맛과 잘 어울린다. 요즘 가장 많이 추천하는 와인은 부르고뉴의 내추럴 와인인 ‘Domaine Derain Vol a Voile’. 호두, 잣, 아몬드 계열의 견과류 향이 든든한 샤도네이의 보디와 잘 어우러져 다양한 태국 요리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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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 신사동

1 경계는 경계일 뿐 김태윤 셰프의 새 레스토랑 이타카는 한두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요리와 공간은 갈수록 복합적으로 변하는데 콘셉트가 꼭 한마디로 딱 떨어져야 할 이유가 없으니, 느슨하게 둘레를 그리자면 이렇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의 음식에 주목했어요. 영역도 광범위합니다. 남유럽, 북아프리카, 레바논, 이스라엘,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비슷한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조리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타카의 메뉴판은 경계 없이 과감하다. 하리사 소스와 백년초가
한 코스에서 교차한다. 또 가능한 한 모든 식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명확한 농장과 거래처의 이름과 위치를 메뉴판에 기재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고, 생산자를 식문화의 적극적인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 공간을 한 뼘 더 느슨하게 ‘자유롭고 의식 있는 외식 공간’이라고 정의하면 어울릴까? 메뉴판 위에서 흐려진 경계는 드링크 페어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음식의 흐름에 맞춰 6가지 혹은 3가지 술이 페어링되는데, 와인, 사케, 맥주, ‘우리술’이 번갈아가며 서브된다. 페어링에 영역이 없다 보니 소믈리에를 비롯해 셰프와 주방팀이 모두 드링크 페어링에 고심을 보탰다. ‘7pm’와 ‘주반’에서부터 우리술에 관심이 컸던 김태윤 셰프가 부쩍 많아진 ‘우리술’ 중에 양식과 어울릴 만한 술을 고르고 또 골랐다.

2 반가운 얼굴 이타카 메뉴판은 두툼하고 묵직한데, 한 장만 넘겨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와인과 사케 카테고리엔 모두 병 레이블이 사진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레이블을 보면 마신 기억이 탁 떠오르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첨단인 메뉴판이 없다. 이제 막 오픈한 레스토랑이라 곧 와인 리스트가 좀 바뀔 예정이지만, 레이블이 보이도록 한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

3 산미가 있는 ‘우리술’ 양식 요리에 ‘우리술’을 곁들일 때는 산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득하고 무거운 풍미의 정통 프렌치 요리라면 누룩 향이나 약재 향이 강한 청주 계열 ‘우리술’이 어울릴 수도 있지만, 이타카 스타일의 가벼운 요리에 잘못 곁들이면 불협화음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김태윤 셰프는 깔끔하면서도 산미가 좋은 술을 최대한 리스트에 포함시키려고 했다. 김 셰프가 처음 ‘우리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3~4년 전에 비하면 선택지가 훨씬 많아졌고, ‘녹고의 눈물’처럼 처음 맛보고 바로 리스트에 넣은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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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로컬 잠원동

1 주방과 바의 어깨동무 잠원동에 새로 문을 연 리빙 숍 챕터원 에디트로 들어서는 길목에 자리한 파운드 로컬은 직사각형 공간에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차분하고 묵직하게 채워진 곳이다. 먹고 마시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쪽에 길게 자리 잡은 주방 공간을 두어 번 더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오픈 키친의 한쪽은 화구가 있는 조리 공간, 또 다른 한쪽은 백바가 있는 바와 바리스타의 공간이다. 저녁이면 바텐더와 셰프가 같은 공간에서 어깨동무를 하듯 손님을 맞는다. 이 바의 형태만 봐도 파운드 로컬이 음식만큼이나 술에도 힘을 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테이블 자리보다 바 자리가 훨씬 활기차고,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드링크 메뉴판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파운드 로컬은 일상적인 한식에 경쾌한 양식의 재미를 조금씩 더한 메뉴가 많아 전반적으로 술도 가볍고 상쾌한 쪽이 많다. 술을 중심으로 마시면서 간단히 안주를 곁들여도, 그 반대여도 아쉬운 부분이 없다. 가만히 앉아서 챕터원에서 판매하는 물컵이나 트레이로 채워진 빈 테이블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환기된다. 혼자 술 마시러 가도 마음이 꽉 찬다.

2 거들고 이끄는 칵테일 와인 리스트는 내추럴 와인을 필두로 작성됐다. 고기가 메인 식재료로 들어가는 메뉴가 많지 않은 음식 메뉴에 맞춰 레드보다 화이트의 비중을 높게 맞췄다. 내추럴 와인은 초보자가 즐길 만한 얌전한 내추럴 와인과, 코를 화들짝 놀래키는 향을 자랑하는 심화반 내추럴 와인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칵테일은 탄산감이 있는 하이볼, 진토닉, 줄렙과 같은 가벼운 스타일로 꾸렸다. 민트줄렙 칵테일을 살짝 변형한 모로칸 민트줄렙은 손님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메뉴로 소라 샐러드나 가지튀김 요리에 잘 맞는다. 오렌지 와인인 ‘Lammidia Frekt’는 아보카도 비트 사시미와 딱이다.

3 바가 부럽지 않은 바 자리에 앉는 장점은 원하는 걸 바텐더나 셰프에게 요청해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스 술을 고를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드링크 메뉴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원하는 클래식 칵테일이 있다면 저녁 시간에 상주하는 바텐더에게 주문할 수 있으며 메뉴판에도 칵테일이 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이곳의 직원들은 재미있는 시도를 즐기는 편인데 핸드앤몰트 IPA 맥주에 아페롤을 섞은 간단한 칵테일은 새 메뉴를 구상하며 이것저것 만들다 탄생한 흥미로운 칵테일이다. 파운드 로컬표 돼지고기 목살구이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