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클래식의 기준을 정립한 까날리

2018.09.09GQ

모두 ‘스웨그’를 외칠 때 ‘클래식’을 말한 까날리.

자연스럽고 우아한 이탤리언 클래식이 남성복 시장을 호령하던 때가 있었다. 패션에 관심을 둔 남자라면 우선 같은 고전부터 독파하고, 타이 매듭짓는 방법을 여섯 개쯤은 거뜬히 외우던 시절. 당시 궁극의 브랜드는 나폴리식 수트 장인으로 알려진 체사레 아톨리니와 분방한 패턴 타이가 일품인 타이 유어 타이였다. 밀라노의 편집 매장 ‘알 바자’의 주인 리노 레루치가 클래식 맨들의 우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상황은 이제 급격히 달라졌다. 뎀나 바잘리아, 버질 아블로 같은 걸출한 스트리트 웨어 디자이너들이 판도를 바꿨다. 박시한 실루엣, 현란한 레이어링이 아니고선 요즘의 스타일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클래식은 젊고 쿨한 스트리트 웨어에 밀려 맥없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2019 S/S 시즌의 까날리 컬렉션을 보고 어떤 확신이 들었다. 디자이너 이현욱이 만든 까날리의 세계엔 ‘품위’란 단어가 어울렸다. 정직하고 말끔한 하늘색 수트, 촉감이 좋은 인디언 핑크 스웨터, 힘을 뺀 올리브색 리넨 재킷. 은은한 색감은 아름다웠고, 전형적인 실루엣은 새삼 안정적으로 보였다. 평범하지만 품질이 좋은 면바지, 간결한 블레이저의 매력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단정하고 고상한 이탤리언 특유의 멋. 어지러운 로고 플레이와 각기 다르게 못생긴 스니커즈 사이에서 까날리는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 그래서 자꾸 뭘 보태려는 ‘요즘 패션’과는 분명히 달랐고, 그래서 더 모던하게 보였다.

    에디터
    안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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