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컴패스의 본성

지프 컴패스의 본성

2018-09-19T16:31:28+00:00 |car|

확 변한 지프 컴패스를 타고 도시를 달렸다. 컴패스의 바늘 끝은 여전히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입지가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다. 지프에서 가장 작은 크로스오버였지만, 한 체급 더 낮은 레니게이드가 나오며 컴패스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어쩔 수 없이 지프의 주니어 자리를 내줘야 했다. 게다가 레니게이드는 ‘골목대장’처럼 당돌한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어차피 집안 싸움이긴 하지만 아래로는 위협적인 신모델이 컴패스의 자리를 잠식하려 하고, 위로는 1970년대부터 지프의 붙박이 역할을 하고 있는 체로키가 버티고 있었다.

자리가 불안한 컴패스가 드디어 2세대로 진화했다. 첫 모델이 2006년에 나왔으니 세대교체에 시간이 꽤 걸린 셈이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시작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조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레니게이드에게 빼앗긴 관심을 되찾아야 하는 데다가, 외부 경쟁 모델의 상품성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특히 컴패스보다 두 달 먼저 출시된 티구안은 유난히 높은 장벽이다. 데뷔하자마자 한 달에 1천 대가 훌쩍 넘게 팔리더니 6월과 7월,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했다. 현재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안팎으로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컴패스는 명확한 개성과 매력을 갖춰야 한다. 12년 만의 풀체인지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컴패스의 디자인 전략은 명확하다. 지프의 패밀리 룩은 ‘세븐 슬롯 그릴’이라고 부르는 그릴 외에는 분명하지 않은 데도 두 체급 위인 그랜드 체로키를 영락없이 닮았다. 앞모습과 뒷모습은 물론, 절도 있게 뻗은 두 줄의 측면 캐릭터 라인과 불룩 튀어나온 펜더의 패턴까지 비슷하다. 그랜드 체로키와 바로 아래 모델인 체로키는 이름을 제외하면 의외로 닮지 않았는데, 한 다리 건너에 있는 컴패스에게 ‘미니 그랜드 체로키’라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지프에서 가장 큰 SUV의 디자인을 빌려 작지만 묵직한 맛이 있는 차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에 ‘무임 승차’하려 한다거나, 이미 만들어놓은 디자인을 ‘재탕’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소 정체성이 모호했던 컴패스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지프는 컴패스를 ‘보급형 그랜드 체로키’라는 콘셉트로 포장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인테리어만큼은 동의할 수 없다. 내부만이라도 새롭고 독창적으로 디자인했어야 했다. 물론 지프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정성을 쏟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해도 첨단 전자 기술이 자동차를 파고들고, 온갖 기술이 인테리어와 접목되고 있는 2018년이다. 올해 나온 차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투박하다. 외고집이다. 신기한 맛도 없고, 세련된 맛도 없는데, 심지어 고전적인 맛도 없다.

컴패스의 엔진은 배기량 2.4리터에 가솔린을 사용하는 ‘타이거 샤크 멀티에어2’다. 최고출력은 175마력, 최대토크는 23.4kg·m로 느긋하게 주행하면 약 1천6백 킬로그램의 컴패스를 움직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제원표를 다시 꺼내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을 정도로 급가속 시 ‘터보 지연 현상’처럼 머뭇거린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물 먹은 미더덕처럼 톡 터지는 느낌을 발끝에 전하는 ‘킥다운 스위치’가 있다. 자동으로 단수를 낮춰 순간적인 가속력을 더하는 기능이지만, 이 역시 엔진 돌아가는 굉음만 울리다가 재촉하지 말라는 듯 마지못해 치고 나간다. ZF사에서 만든 9단 자동 변속기는 엔진과의 호흡이 썩 조화롭지 않다. 변속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고, 수동으로 단수를 바꾸려도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변속기 문제가 아니라 엔진 특성에 맞춰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한 탓이다. 도심에서 추월하거나 급하게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답답할 수 있다. 조립 완성도에서도 몇몇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오토 윈도 버튼이 지나치게 둔감해서 버튼을 한참 누르고 있어야 창문이 자동으로 오르내린다. 방향지시등 레버의 작동 방향은 앞뒤와 좌우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방향지시등을 켤 때마다 헐겁게 고정된 레버가 앞뒤로도 움직여 상향등도 덩달아 깜빡인다.

반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몸놀림 덕분에 차를 통제하기가 쉽다. 차체만 조금 높을 뿐 세단을 모는 것처럼 편하게 주행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방향을 선회해도 SUV치고는 좌우 쏠림이 크지 않다. 엔진 성능만 뒷받침된다면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서스펜션이다. 또한 누가 뭐래도 지프는 지프다. 아무리 일상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도심형 SUV라고 해도 지프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을 빼놓지 않았다. 눈길, 모래, 진흙에 최적화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비포장 도로가 많은 지역이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꽤 요긴한 기능이다. 앞축과 뒤축에 구동력을 강제로 50:50으로 배분하는 ‘4WD LOCK’도 험로에서 큰 역할을 한다.

컴패스로 깊은 강을 건너거나 터무니없는 바위산을 달릴 순 없지만, 도심에서의 주행과 오프로드에서의 기본 능력을 적당하게 절충했다. 경쟁 차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지프식 균형’이다. 새로운 컴패스를 통해 지프가 보이고자 하는 바도 분명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C 세그먼트 시장에서 절대 기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침 동급 SUV가 줄줄이 나왔다. 판은 이미 벌어졌다.

 

 

컴패스의 맞수들

폭스바겐 티구안 오랜만에 복귀한 폭스바겐이 회심의 역전타를 노리며 들여왔지만 홈런이 되어버렸다. 워낙 ‘가성비’가 좋았던 차에 각종 전자 장비까지 더해 준중형 SUV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2.0 디젤 한 가지만 있고, 내부 공간을 넓힌 티구안 올스페이스도 출시했다. 가격은 3천8백4만원부터.

 

푸조 3008 출중한 연료 효율은 물론 푸조가 보여준 적 없는 과감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어정쩡한 MPV였던 3008을 SUV가 유행하는 추세에 맞춰 장르를 바꿨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120마력을 내는 1.6 디젤 엔진이 싱겁다면 180마력의 2.0 디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3천8백33만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