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 기술의 상관관계

벌레와 기술의 상관관계

2018-09-21T12:01:01+00:00 |tech|

깊숙하게 파고 들어온 벌레와 기술에 관한 이야기.

날개 달린 기계 곤충
휴스턴에서 평창까지, 경기장 상공에 오른 드론이 수백 대씩 정교하게 무리 지어 아름다운 빛을 냈다. 최근에는 9백58대의 드론이 <TIME>의 표지를 꾸미기도 했다. 중국의 한 업체는 지난 5월 1천3백47대의 드론을 띄워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드론 떼(Drone Swarm)’라는 새로운 단어가 (대중의 입맛에 맞아떨어졌는지) 요즘 뉴스와 인터넷 상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무리 지어 비행하는 드론을 잘 표현할 뿐 아니라, 화제가 되었던 인텔의 ‘드론 라이트 쇼’를 설명할 때 쓰기에도 적절한 용어다.

하지만 화려한 비행의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리 지은 비행이 가능하다면 어떤 대상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 덴버 외곽의 한 범죄 조직은 현장을 급습한 FBI 요원들을 저지하기 위해 소규모 드론 편대를 띄우기도 했다. 또한 시리아에서는 반군이 쿼드로터 Quadrotor(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헬리콥터형 드론) 무리를 날려 러시아군 기지를 공격했다. 미디어는 두 사건 모두 ‘드론 떼’의 소행으로 다뤘다.

물론 실상을 알고 나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멀티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는 맥 슈웨거는 “드론 떼는 사실 환상에 불과해요”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드론 떼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마치 수많은 곤충이 단일 개체가 되어 하늘 높이 솟구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이쪽 분야는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새 떼에서 영감을 얻어 연구가 시작되었다.) 반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드론 무리의 경우, 안무와 동선이 사전에 계획되어 있거나 조이스틱을 쥔 인간에 의해 조종당한다. 미 국방성의 최근 시연회도 결국 원격조종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드론에 ‘군체 의식’을 탑재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슈웨거의 연구실은 5대 또는 10대의 드론으로 구성된 비행단의 움직임을 동기화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분권화 알고리즘’이 사용되며, 드론끼리 시공간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슈웨거의 설명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 학습을 하고,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기계들 간의 대화를 통해 사전에 설정되지 않은 동작까지 수행하는 완전 자율화 시스템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제네바에서 열린 UN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회의 때 상영되기도 했고, 유튜브 조회수가 2백50만을 넘어 화제가 된 웹 영화 <슬로터봇>은 이와 같은 비현실적 상황을 늘어놓는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 군단이 대학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학생들을 도살한다.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실내에서 쿼드로터가 길을 찾아 다니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 단편 영화의 요점은 ‘협동 로봇’이라는 개념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것이다.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로봇은 인류에게 메뚜기 떼 같은 재앙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 버그폰
딱정벌레의 눈알, 귀뚜라미의 가는 털, 나비의 날개를 덮고 있는 비늘. 미래 전화기에는 이런 생물학적인 부품들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카메라에서 배터리까지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생체 모방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생체 모방이란 단순히 말해 ‘자연의 비법’을 끌어오는 것이다. 공학과 곤충학을 잘 엮기만 한다면 차세대 전자 디바이스들은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더욱 똑똑해지고 내구성도 개선될 것이다. 미래의 휴대 전화에 곤충이 쓰일 가능성은 이미 활짝 열렸다.

설탕 배터리
버지니아 공대의 연구진이 휴대용 전자기기를 위해 바이오 배터리를 개발했다. 곤충이 당원을 저장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처럼 합성 연료를 이용해 포도당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원리다. 설탕 배터리는 표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고, 현재까지 폭발 사고가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소니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각 카메라
불개미와 나무좀의 겹눈은 2백 개에 달하는 낱눈으로 구성된다. 시야가 굉장히 넓고 심도는 무한대에 가깝다. 곤충의 눈에 대한 연구는 1백80개의 마이크로렌즈를 탑재한 초소형 반구체 카메라의 개발로 이어졌다. 각 마이크로렌즈는 다른 시각에서 장면을 캡처하기 때문에 이미지 왜곡이 없고 화각은 아이폰 X의 두 배가 넘는 1백60도나 된다.

방수 코팅
나비의 날개 표면의 미세한 능선과 왁스 코팅은 물방울을 조각조각 흩어 놓아 날개가 젖기 전에 수분을 날려버린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공학자들은 나비 날개의 표면 구조를 모방해 수분, 먼지, 흙 등을 튕겨내는 나노 방수 기술을 개발했다.

외골격 구조
하버드 대학교의 위스 바이오 엔지니어링 연구소는 나비 날개의 유연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구조에서 착안해 슈릴크 Shrilk라는 생체 재료를 발명했다. 슈릴크는 알루미늄 수준의 강도를 지닌 반면, 무게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상처 봉합 등 의료 분야에서의 활용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눈부심 방지 스크린
번쩍이는 눈은 사냥할 때 불리하기 때문에 나방의 눈은 야간에 번쩍거림을 줄이는 특별한 필름으로 덮여 있다. 모바일 기기에 부착하기 위해 개발한 특수 필름은 나방의 눈에서 힌트를 얻었다. 햇빛 아래에서의 눈부심 현상을 최소화하고, 화면 밝기 조정에 드는 배터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지향성 마이크
특정한 소리만 분리하는 마이크가 있다면 어떨까. 귀뚜라미나 모기는 미세한 털을 이용해 음파의 방향을 감지한 후, 불필요한 소리는 배제하고 원하는 소리만 선별한다. ‘사운드스크리트’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마이크는 곤충의 털을 모방한 장치를 통해 음파의 입자 속도를 측정한다. 선별된 소리를 확대해서 음성 인식 수준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 손님으로 가득 찬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시리’를 불러낼 수 있을지 모른다.

 

흰개미의 건축학개론
라디카 나그팔이 이끄는 하버드 대학 위스 연구소의 로봇 기술자들은 2011년부터 정기적으로 나미비아를 찾았다. 습도와 페로몬, 흰개미 개체의 행동 등이 흰개미가 집을 짓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2012년에는 흙, 석고 반죽, 플렉시글라스 plexiglass를 사용해 정교하게 꾸민 세트에 흰개미를 풀어놓고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 목표는 흰개미가 움직이는 원리를 찾는 것이었다. 나그팔과 동료들은 흰개미를 일종의 ‘확률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억력이 없고 의도보다는 확률에 따라 행동하는 미니 로봇들 말이다. 흰개미의 행동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연구실에서 개발하려는 자율형 건설 로봇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실험은 2주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흰개미들의 행동을 해독할 수 없었다. 촬영 중일 때 아무것도 안 하는가 하면, 자기들끼리 뭉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종종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땐 미친 듯이 둥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당시 박사 과정이었던 커스틴 피터슨은 그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시중에 있는 추적기로는 무리에 속한 개별 개미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에 있는 연구실에서 직접 추적 장치를 제작했다.

관찰 결과 흰개미는 로봇과 전혀 달랐다. 각자 고유한 성질을 가진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는 리더로서 동료들이 흙을 뭉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듯했고, 일부는 일중독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게으른 흰개미도 많았다. 이따금 배양접시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 다니는 것 외에는 하는 게 거의 없었다.

피터슨의 회상에 따르면 연구팀의 초기 접근법은 우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제가 두 대의 로봇을 만든다면, 그 둘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죠. 흰개미들이 완벽한 로봇이었다 해도 서로 차이는 있을 거예요.” 현재 코넬 대학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피터슨은 흰개미를 연구하며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소셜 로봇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셜 로봇 무리는 상대적으로 덜 똑똑한 다수가 소수의 특출한 지도자를 따른다.

로봇 무리의 사회성은 기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형 로봇’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무리 지은 로봇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인간은 해석할 수 없지만 흰개미끼리는 이해하는 ‘어떤 언어’가 있는 것처럼.

 

2주간의 곤충 식사 일지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 귀뚜라미, 메뚜기, 밀웜, 개미 등 죽은 곤충들이 지퍼백에 담겨 있었다. 통째로 말린 곤충 외에도 칩, 그라놀라, 단백질 바 까지 곤충을 첨가한 식품을 샀다. 매끼 식사를 곤충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건 ‘대의’를 위해서였다.

곤충을 활용한 식품은 미국에서 유망한 분야다. 2023년 곤충 식품 시장의 규모는 1억 2천6백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식량 문제 해결책으로 계속 언급되기도 하는 식용 곤충 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이미 전 세계 20억 명 정도가 1천9백 종이 넘는 식용 곤충을 섭취하고 있지만, ‘곤충 식사’는 종말론자나 원시인의 식단을 고집하는 사람들,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의 운동선수 등을 통해 이제 서구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몇몇 유명 레스토랑도 곤충을 활용한 음식을 메뉴판에 추가했다. 지난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에서는 구운 메뚜기를 컵에 담아 판매했는데, 야구팬들은 세 경기 동안 약 1만8천 마리나 되는 메뚜기를 사먹었다. 경기장 측은 결국 주문할 수 있는 메뚜기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귀뚜라미를 빻아서 얻은 가루로 칩을 생산하는 처프스와 유통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곤충 식품은 이제 사업 기회로 발전했다. 미국의 식용 곤충 공급 업체인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은 현재까지 1천8백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난 3월엔 귀뚜라미 단백질 바 제조 업체 엑소를 인수해 거대한 식용 곤충 브랜드가 되었다. 아리엘 저커버그(마크 저커버그의 동생)는 귀뚜라미 농장인 타이니 팜스와 귀뚜라미 식품 제조 업체 비티 푸즈 등 곤충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상태다. 샤크 탱크에 출연한 마크 큐반은 귀뚜라미 단백질 바를 제조하는 차풀과 귀뚜라미 칩을 만드는 처프스에 각각 5만 달러와 10만 달러의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2주 동안 육류를 포기하는 대신 곤충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단을 짰다. 재료는 10여 명의 식용 곤충 업자들로부터 받았다. 우선 초록색 토트백 안에 곤충들을 전부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한 곳에 모은 곤충을 보고 있으니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식용 곤충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곤충 섭취 대중화에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남았다. 비위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곤충 셰프’로 통하는 데이비드 조지 고든에게 전화를 걸어 안내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는 1998년에 시대를 앞선 곤충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고든은 메뚜기 같은 곤충을 통째로 먹기 전에 우선 익숙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반죽을 입혀 튀긴 밀웜의 경우 치토스와 생김새 및 식감이 유사하다. 천천히 시작하라는 그의 조언을 따라 귀뚜라미 단백질 가루의 포장을 뜯었다. 냉동한 귀뚜라미를 세척한 뒤 구워서 얻어낸 가루다. 그래놀라에서 파스타까지 다양한 제품에 첨가할 수 있다. 귀뚜라미 가루를 한 숟갈 퍼서 케일 바나나 스무디에 넣고 섞은 후 눈을 감고 한 모금 마셨다. 놀랍게도 평상시 먹던 스무디와 다른 점이라곤 짙게 감도는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는 것뿐이었다. 용기를 얻어 귀뚜라미 단백질 바를 뜯었다. 코코넛-생강과 땅콩버터-초콜릿 등 다양한 맛으로 출시되는 단백질 바는 모두 맛이 좋았다. 계속해서 자신감을 얻어 이번에는 텍사스 BBQ 맛 귀뚜라미 구이를 한 줌 집어 보았다. 양념으로 덮인 몸과 번들거리는 작은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머리를 잡고 입 안에 쏙 떨어뜨렸다. 콘넛 맛이 났다.

첫 주를 보내고 나니 곤충을 먹는 것은 무리 없이 자연스런 일과가 되었다. 그릭 요구르트 위에 귀뚜라미 가루 그라놀라를 뿌렸고, “견과류가 든 초콜릿 칩” 귀뚜라미 과자를 간식 삼아 먹었다. 밤에는 아도보 양념을 입힌 메뚜기와 밀웜을 활용해 볶음 요리를 만들어냈다. 메뚜기는 훈연 향과 기분 좋은 바삭함을 더했다. 레몬 맛이 나는 중국 흑개미를 샐러드에 수북히 얹었고, 피자에는 마치 크러시드 레드페퍼를 뿌리듯 개미를 뿌려 먹었다.

비위는 점점 강해졌다. 곤충을 먹고 있다는 의식이 점점 희미해졌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과 떨어져 집에서 요리할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밀웜을 곁들인 파스타를 후루룩거리며 먹는 모습을 아내가 보고 있었다. 미간을 점점 찌푸리더니 참다 못해 폭발했다.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주방에서 자신이 먹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곤충을 볶아대면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제발 그만하라고 덧붙이면서.

혼자 된 기분을 달래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게시판 사용자들은 곤충 음식 레시피, DIY 곤충 사육과 관련된 질문을 올렸다. 한 팟캐스트에서는 곤충 사육사가 곤충을 활용한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곤충을 먹는다는 뜻의 ‘Entomophagy’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구경했다. 나와 같은 곤충 전도사들이 자랑스러운 ‘곤충식 서브컬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예정했던 2주의 마지막 날,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펜케이크를 후딱 구웠다. 펜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면서 애초에 가졌던 의문이 얼마나 부질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돼지고기 1킬로그램을 얻는 데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밀웜보다 최대 1백 배 가까이 많다는 것이다. 환경을 보존한다는 흐뭇한 마음과 풍미를 더하는 레시피가 합쳐지다 보니 곤충을 삼키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반칙왕
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로봇이 엉뚱한 수를 두면 상대 로봇이 먹통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 적이 있다. 영리하고도 대담한 로봇이었다. 실험 중인 로봇이 규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굴거나 반칙을 하는 경우를 연구자는 보통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연구자는 로봇이 반칙을 쓰는 것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일부 연구자는 로봇이 말을 듣지 않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버그 발생 사례를 기록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딥마인드 소속의 연구 과학자 빅토리아 크라코브나는 “변칙적인 상황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크라코브나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취합한 인공지능 버그 기록의 관리자이기도 한데, 인공지능이 자신의 허점을 찾아내거나 스스로 주변 시스템을 해킹하는 등의 사례가 현재까지 서른 건이 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크라코브나와 그녀의 동료들이 확인한 ‘버그’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소통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암시한다. 바둑 챔피언을 꺾는 것과 같이 명확한 목표가 주어졌을 때는 인공지능의 복잡한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논리적 변수가 주어진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사전에 금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게임을 통한 모의 실험은 버그를 잡아내기 위한 사냥터다. 올해 초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연구팀은 아케이트 게임인 ‘큐버트’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과제를 로봇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다음 레벨로 넘어가기 위해 손에 땀을 쥐며 게임하는 인간과 달리 로봇은 오류를 발생시키는 복잡한 움직임을 찾아냈고, 부정한 점수를 무더기로 획득했다. 구글의 연구원 캐서린 올슨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하라고 말한 것만 해요”라고 설명한다. 귀엽고 재미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이 강력해지고 널리 퍼질수록 해킹 대상과 피해 규모 또한 커질 것이다. 딥마인드에서 실제로 검토했던 사례를 예로 들면 전력망을 관리하는 네트워크에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지시를 내릴 경우 전기를 완전히 차단해 정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인간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인공지능의 힘과 위험을 알게 되죠.” 우버의 인공지능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제프 클룬의 말이다. 그는 논문을 통해 미래의 엔지니어들은 인공지능과 주종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번뜩이는 창의성을 수용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힘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의 일탈

영아 살해 인공지능에게 생존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한 A.I.는 자신의 아이를 먹으며 살아남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까탈스러운 성격 인공지능이 전기 신호를 해석할 수 있도록 회로를 설정했는데, 해당 연구가 진행된 연구실의 온도에서만 작동했다.

우주전쟁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 ‘엘리트 데인저러스’를 시키자 규칙상 허점을 찾아내더니 더욱 강력한 신무기를 개발했다.

신체 해킹 네 다리로 보행하는 가상의 로봇에게 등에 공을 올린 채 부드럽게 걸어가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로봇은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공을 다리 관절 사이에 끼운 채 비틀대며 걸어갔다.

착시 현상 집게가 달린 로봇에게 날아오는 공을 잡는 법을 가르치려 했으나, 카메라 각도를 조작해 마치 성공적으로 공을 잡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심지어 공은 집게에 닿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