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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ning]를 발매한 선미의 목소리

2018.09.25GQ

‘프로듀서’ 선미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미의 미니 앨범 <Warning>이 발매됐다. 선미는 지금만큼 자유로운 시절이 없었다고 말한다.

팬츠, 버커루. 귀고리, 마르스봄.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오알오 스튜디오스. 톱,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오알오 스튜디오스. 톱,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영화든 음악이든 공개 시기를 고려하잖아요. 그 시기에 맞춰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매체의 일이고요. 그래서 여름에는 여름을 좋아하냐는 식의 질문을 그러고 보면 참 많이 하는데, 선미 씨에게는 지금까지 누구도 그런 걸 묻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네요?

집순이는 계절을 안 타나요? 무대에 설 때는 계절을 타요. 겨울에 활동하면 몸이 안 좋더라고요. ‘주인공’ 때가 겨울이었는데 진짜 몸이 안 좋았어요.

계절에 맞춰서 노래를 준비하지는 않고요? 네. ‘사이렌’은 원더걸스가 밴드 포맷을 준비할 때 제가 만든 노래예요. 원래는 타이틀곡이었는데 밴드 편곡이 안 맞아서 그대로 갖고만 있었죠.

대중음악인데 그래도 되나요? 언제 내겠다고 계획을 해도 딱 그 시기에 나올 수 없고, 사실 요즘 음악의 흐름에서 계절은 크게 상관없어요.

맞아요, 정확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에는 여름 음악! 누구 음악! 이런 게 여전하지만 저는 계절에 영향받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선미는 아티스트보다 작품이 앞에 있는 사람이에요. 가수 선미가 아니라 ‘보름달의 선미’인 거고, ‘24시간이 모자라의 선미’인 거죠. 대중가수에게 일반적이지 않아요. 보통은 선미의 신곡 ‘사이렌’이니까. 맞아요. 노래가 제 이름보다 앞서 언급되는 게 내가 이 곡을 못 소화해서 그런가, 내가 대중성이 없는 건가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가수는 곡이 좋으면 된 거잖아요?

가수 선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항상 그 곡에 완전히 부합하는 캐릭터와 무대를 만드는 거죠. 배우처럼 접근한달까요. 저도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어떤 곡이 있다면 백 퍼센트 그 곡에 몰입해요. ‘24시간이 모자라’ 때는 핏기 없고 싸늘하고 병약한 아이가 되고, ‘보름달’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아련한 소녀가 되고, ‘가시나’ 때는 미친 사람처럼 이랬다저랬다 난리가 나고. 하하. 내가 그 곡 자체가 되는 느낌?

사실 그 사이에 ‘점프’가 있죠. 원더걸스가 있었으니까요. ‘가시나’ 이전에는 아무래도 박진영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가시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예요. 아, 이건 완전히 선미다. ‘가시나’와 ‘주인공’ 이후 저한테도 ‘섹시 여가수’라는 수식이 붙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곡을 하는 가수인 거죠. 몸매가 육감적이지도 않고, 노출을 하지도 않았어요. 저는 섹시 여가수보다는 정말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하는 가수라고 불리고 싶어요.

‘가시나’ 같은 곡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게, 선미 씨 표현이 재밌던데 “나라는 사람에 대한 ‘덕질’”의 결과라고 몇 차례 얘기했어요. JYP를 나온 건 저한테 프로듀서가 없어진 거였거든요. 제가 옮긴 회사에는 프로듀서가 없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좋은 곡을 받을 만한 프로듀서를 알아보자, 얼마인지 알아보자. 하하. 그보다 저는 제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파고들었어요. 제가 제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 보는 사람들도 제 색깔을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대중들에게 ‘아, 쟤는 이런 거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저는 되게 감정이 요동치는 사람, 어떤 감정에 압도되는 사람. 그러니까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건데 기분의 업 다운도 심하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불안하고, 산만하고. 그렇다면 이걸 오히려 제 장점으로 음악에 녹여보는 게 낫지 않나 했어요. 그렇게 ‘가시나’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이걸 받아주더라고요. 하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기보다 원래 알고 있던 걸 인정한 것에 가깝네요. 네, 맞아요. 이 어둡고 불안하고 산만한 사람을 잘 포장하려는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닌데 일단 잘 되지가 않았고. 하하.

그런 시도를 한 게 언제죠? 예능 프로그램 나갈 때 제 자신을 차분하게 만들려고 많이 노력해왔어요. 근데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막 표현하니까 오히려 편해졌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예 안 듣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달라 보여요. 원더걸스 이전의 솔로 활동에서는 되게 좋은 연기자였다면, 지금은 연기자 이전에 자신이 즐거운 게 보여요. 특히 춤이 그래요. 이전엔 일을 잘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노는 거죠. 저는 예전에 무대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이런 걸 다 계산하고 올라갔어요. 맞아요. 지금 너무너무 자유로워요. 나를 구속하는 게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줄었어요. 나를 구속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나였으니까.

제일 큰 걸 줄였네요. 이젠 오히려 내 자신을 정면으로 드러내려고 해요.

관계 면에서도 그런가요? 선미 씨가 선배, 언니 같은 역할을 잘 할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슬기, 청하 씨와의 방송에서는 딱 언니였죠. 그룹 활동 할 때 막내여서 그래요. 대개 막내나 외동딸로 봐요. 하지만 저 장녀예요. 하하. 원래 남동생 둘에게 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온 거예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군요. 네. 제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제 동생들 감싸고 챙기면서 자랐는데요. 그래서 사회에서도 동생들 대하는 게 오히려 편해요.

노래 쓰는 방식은 바뀌었나요? ‘가시나’ 이후의 인터뷰에서 “트랙을 가지고 곡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는 가사 관련해서 메모를 많이 해놔요. 어울리는 트랙이 있으면 그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고요. 트랙 위에 멜로디를 대충 스케치할 때도 있지만요. 이젠 해외를 나가도 밖에 잘 안 나가거든요. <비밀언니>에서 슬기한테 들려줬던 곡도 호텔에 있다가 아이폰에 있는 개러지 밴드로 띵가띵가 찍어본 거예요. 근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의 아웃트로가 된 거죠.

트랙으로 곡을 쓰는 게 맞네요. 네. ‘사이렌’도 드럼 톤부터, 필인, 베이스라인, 사운드밸런스 다 제가 관여한 거예요.

구체적으로 이걸 물어본 건, 트랙 위에 입으로 멜로디 흥얼거리는 게 아이돌의 작곡이라는 식으로 많이 생각하잖아요. 선미 씨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밝혀두면 좋을 것 같아서. ‘사이렌’ 코드도 제가 찍은 거예요. 코드 이름은 잘 모르지만 여러 가지를 해보다가 어떤 진행이 마음에 들면 시작하는 거죠. 중간에 스네어 한 번 치는 것, 목소리를 뾰족하게 뽑는 것, 믹싱할 때 트랙마다 볼륨 조정하는 것 다 제가 참여했어요. 밴드 활동한 게 큰 도움이 됐죠. 그때 여기에 대한 지식과 감각을 얻었어요.

선미 씨는 궁극적으로 프로듀서를 하고 싶은 걸까요? 일하면서 느끼는 건데 저는 지금도 저를 프로듀싱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엔 이런 거 하자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제가 다 결정해야 하니까.

좀 더 작정하고 해보고 싶진 않고요? 직접 장비까지 다 다룬다거나. 요즘은 집에서 거의 잠만 자요. 스케줄이 매일매일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요.

‘가시나’를 낸 이후 아이콘화된 게 있어요. 아이콘이 됐다는 건 그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는 거죠. 제가 요즘 패션 필름이나 뷰티 필름을 많이 찍잖아요? 근데 여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 게, 대부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는 거예요. 정해진 춤이 아니라 프리스타일을 원했어요. 영상 찍는 분이 너무 좋은데 못 따라가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요즘엔 화보를 찍어도 자꾸 춤을 시켜요.

‘주인공’ 뮤직비디오에서도 프리스타일 부분이 가장 좋죠. 진짜 넘어지기도 하고. 맞아요, 제가 넘어지는 것도 그대로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기술적으로 춤을 잘 추지는 않는데, 몸을 아무렇게나 즉흥적으로 하는 게 신선한가 봐요.

스스로 주도적으로 작업한 ‘가시나’, ‘주인공’을 들으니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곡 스타일이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가깝다는 거요. 아주 단순하고 비어있는 곡이죠. 전 그것에 대한 경계는 확실해요. 대중들을 위한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언젠가는. 언젠가는? 가까운 미래에는 제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그대에게’ 같은 곡을 타이틀로 하는 꿈을 꾸기도 해요.

가까운 미래도 아니고 당장 첫 번째 미니 앨범 <Warning>은 직접 다 쓴 거 아닌가요? 한 곡 빼고요. 한 곡은 외국 곡이어서, 작사만 했어요.

그러니까요. 이번에는 조금이 아니라 선미 씨의 작품이라고 할 만한 쪽으로 훌쩍 넘어간 거죠. 저도 듣다 보면 조금 간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 아마 앨범을 들어보면 느끼실 거예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하나 배운 게 있어요. 제 목소리의 질감을 이용하는 거요. 한 곡이더라도 똑같은 톤으로 노래하는 게 아니고 변화를 주는 거죠. 목소리만으로도 굉장히 다이내믹한 걸 줄 수가 있더라고요. 전에는 몰랐던 거죠. 아, 나한테 이런 톤의 목소리가 다 있었구나, 했어요.

 

카디건, 코스. 귀고리, 마르스봄.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카디건, 코스. 스커트, 렉토. 귀고리, 마르스봄.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작업 자체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네요. 네, 맞아요.

앨범 제목이 <Warning>이에요. 어떤 경고인 거죠? 일곱 개의 트랙이 전부 작게나마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것도 이번에 깨달은 건데, 제가 가사에 시니컬한 이야기를 많이 쓰더라고요.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약간의 위트를 넣어서 냉소적으로 말하는 게 가사에 항상 있었어요.

제가 유심히 본 건 A를 A라고 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달까. 비유 뭐 그런 게 아니라 상반된 두 개의 가치 혹은 관점을 충돌시키죠.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그걸 대비 혹은 아이러니로 드러내요. 소름. 이번에 나오는 곡 중에 또 그런 곡이 있어요. 한 번 들려드릴게요.

왜 이런 식의 가사를 쓰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소위 ‘병맛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하하. ‘사이렌’에 “슬퍼해도 난 울지 않아” 라는 가사가 있어요. 유치하죠. 근데 ‘사이렌’은 신화 속 인어 세이렌에게 영감받은 거고, 인어는 기쁠 때 운다는 걸 보고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가사 뒤에 막 기쁜 멜로디가 나와요.

아이러니는 대중가요보다는 작가들이 탐구하는 영역이죠. 최선을 다해도 망가지고, 좋은 의도였는데 나쁜 결과를 낳고, 뭐 사는 게 대부분 그런 거니까요. 선미 씨가 이걸 자각하고 했을 것 같진 않은데, 결과적으로 그런 걸 쓴다는 게 재밌었어요. ‘가시나’가 단적인 예고요. 저는 ‘가시나’에서 “너는 졌고 나는 폈어”라는 가사가 정말 통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죠, 얼굴 폈다, 라는 표현도 되니까. 저는 말장난이 재밌어요. 웃기고 싶은 건 아니고, 사람들이 이걸로 여러 가지 해석을 하는 게 재밌어요. 노래 튼다고 하고 안 틀었네. 한번 들어보세요. 제목이 ‘Black Pearl’이에요. (노래를 튼다.)

선미 씨는 진주인가요 조개인가요? 조개죠, 조개. 하하. 아, 잠깐만요. 너무 웃겨가지고. 진주를 품은 조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쓴 가사인데요, 써 놓고 보니까 너무 사람 같은 거예요.

이것도 아이러니네요. 아름답지만 사실 보호막이잖아요. 맞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거랑 너무 비슷한 거죠.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면 나의 어두운 모습은 감추고 사니까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그런 병도 있다면서요.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들어요. 여느 아티스트가 프로듀서에 가까운 결정권을 가졌다면 그때부턴 보통 자기 이야기를 시작할 것 같거든요. 자기를 막 표현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그런데 선미 씨는 자기 이야기라기보다 어떤 작품으로서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말하고 보니 처음 했던 이야기랑 이어지네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사실 내 감정이죠. 바쁘고 힘들다거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안 한다기보다 모두에게 공감을 받으면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할 수 있잖아요. 이번 앨범에 ‘곡선’이라는 곡이 있어요. “life is so curve”, “this road is so curve”, “body is so curve” 세 개의 곡선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죠. 여자의 굴곡진 몸, 커브길 같은 데서 사람들이 긴장한다는 걸 떠올리고 이런 가사를 썼어요.

앨범 발매 전 인스타그램에 이런 문구를 올렸어요. “이건 좀 다른 선일 뿐이야.” 마이너를 지지하는 맥락으로 읽혔죠.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해석하기 나름인 거잖아요. 제 의도가 어떻건 간에요. 선 긋는다는 말을 쓰잖아요. 그 선이라고 볼 수도 있죠. 상상에 맡기고 싶어요.

자신보다 작품을 앞에 놓는다는 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이야기는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비밀언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슬기 씨에게 직접 쓴 노래를 들려주며 “너랑 나랑 오늘 한 얘기 어디가서 하지 말기, 비밀이니까”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에요. 그게 “보안 철저히 하라”는 뉘앙스라기보다 오히려 슬기 씨와 공유하는 이야기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저 또 소름. 혹시 제 앨범 들어보셨어요? 너무 신기해요. 아웃트로가 그 얘기예요. 한번 들어보세요. (노래를 튼다.)

이 노래, 마지막에 슬기 씨한테 들려주던 트랙 아닌가요? 한번 들었는데 기억이 나네. 어떻게 가사를 읊으세요? 깜짝 놀랐네.

근데 아마 PD, 작가 분들도 그 말이 참 좋은 걸 알아서 살렸을 걸요? 시청자들도 기억할 거고요. 헛소리를 하고, 별소리를 다 해도 그냥 우리만 알기. 그런 거였어요.

유튜브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을 봤어요. ‘주인공’으로 엠카운트다운에서 1등했을 때.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앙코르하면서 신발을 벗어요. 아, 아마 불편해서 그랬을 거예요.

발이 여전히 안 좋나요? 카메라가 떠나자마자 바로 벗어야 하는 상태인데 참고 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작품 하려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죠. 하하.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즉흥적인 사람일 것 같지만 활동 과정을 돌이켜보면 항상 인내하는 쪽이었어요. 인내는 책임감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 무대에 대한 책임감. 책임감 때문에 버티는 거죠. 다들 그럴 거예요.

하지만 선미 씨는 요즘 감각적인 젊은이 혹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쓰는 필름 카메라 대신 즉석 카메라를 더 쓰는 사람이니까요. 네, 저는 필름 카메라 잘 안 찍는 게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그러고 보니 이런 건 안 참네?

일과 다른 영역이긴 합니다만. 네. 참으면서 하는 게 있지만 또 무대를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판이잖아요. 제 판에서 신명 나게 노는 거죠.

“기계적으로 한 걸 반성한다”고 말하는 걸 여러 번 본 기억이 나요. 그걸 매우 경계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거겠죠? 저는 무대 위에서 맨날 똑같은 걸 보여주니까 그렇게 되기 쉬워요. 기계적으로 하면 일단 몰입도가 떨어져요. 몰입을 해야 보는 사람도 그렇게 되는 거고요. 이렇게 경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 무대를 일부러 찾아보는 게 아닌가 해요. 몸이 따라줘야 하는 거라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이번 춤도 힘든가요? 볼 때는 격렬해 보이지 않을 텐데. 코어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워야 하죠. 저희 댄서 분들이 한 번 딱 추고 진짜 역대급으로 힘든 안무라고 하더라고요.

앨범은 처음인데 자신 있어요? 네, 자신 있어요. 하지만 자신 있는 거랑 성적은 관련 없어요. 하하. 제 최대치의 노력을 쏟아부어 심사숙고하고 준비했는데 망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근데 제 무대를 사람들이 기억할 거라는 확신은 있어요.

그건 그저 노력했기 때문만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노력은 다 할 테니까.

재미있네요. 성공할지는 몰라도 기억은 할 거라니. 제가 활동하고 화보 찍고 그러면서 눈빛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저는 카메라 렌즈가 사람의 눈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대를 해요. ‘섹시 여가수’라는 포인트가 따라다니지만, 제2의 뭐라는 말이 나온다는 건 제가 가질 수 없는, 원조만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 아닌가요? 누군가의 에너지를 모방하는 것보단 제 걸 만드는 게 훨씬 빠른 길 같아요. 빠르단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섹시 여가수 하면 효리 언니, 엄정화 언니, 김완선 선배님 얘기하지만 다 다르잖아요. 저 또한 다르고요. 저는 저만의 걸 찾은 것 같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세 번째 보는 거라서 알겠는데, 음악을 떠나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좋네요. 너무 자유로워요. 잘돼서 자유롭다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을 많이 찾았어요. 여전히 사람들 눈에는 산만하고 말 더듬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저는 제가 나아졌다고 느껴요.

마지막으로 물어보죠. 좋아하는 계절이 뭐예요? 아, 어떡하지. 저 진짜 좋아하는 계절이 없어요.

좋아하는 계절보다는 집에 보일러와 에어컨이 잘 작동하는가가 중요한가요? 음, 활동할 때는 봄. 집에 있을 때는 늦가을요. 저 집에서 암막커튼 쳐놓고 살거든요. 완전히 야행성이라서 가을, 겨울에 해가 늦게 뜨는 게 좋아요. 늦가을만의 빛도 좋고요. 뭔가 몽글몽글한 느낌 때문에 활동할 때는 봄이 좋아요.

지금의 선미 씨도 봄 아닌가요? 저요? 스물일곱인데? 저 몽글몽글해요? 나 봄인가?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JDZ Chung
    스타일리스트
    이지은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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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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