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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춘천, 춘천>에서 만난 가을

2018.09.30GQ

<춘천, 춘천>은 춘천의 가을을 두 번 경유하는 영화다. 한 번은 서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춘천 토박이 청년의 시선으로, 한 번은 서울에서 하룻밤 나들이를 온 중년 불륜 커플의 시선으로. 기차 옆 자리에 앉아 춘천으로 향하는 청년과 중년 남녀로 영화는 시작한다. 달관한 비관의 정서가 짙게 영화를 감싸지만,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잡힐 듯한 희미한 온기도 있다. 해와 구름이 교차하는 한낮, 식당에서 길게 이어지는 꿈결 같은 숏이 꼭 그렇다. 같은 시간 속 마주 보는 두 이야기는 소양강과 청평사 은행나무를 지나 각자의 마지막에 도달한다. 온전한 정지의 이미지. 하지만 이야기는 어디선가에서 더 흐르고 있을 것만 같다. 밤이면 밤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조명 없이 따라가는 카메라는 춘천의 공기와 온도마저 담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전 감독상을 수상한 장우진 감독의 작품이다. 9월 26일 개봉.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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