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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휑하고 먹먹한 영화 [린 온 피트]

2018.10.01GQ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다. 철없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소년은 밝고 건강하다. 경마장을 들락이며 용돈 벌이도 곧잘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고로 소년을 떠나자, 혼자가 된 소년은 팔릴 위기에 처한 경주마를 구해 도망친다. 말과 소년은 긴긴 낮과 밤 사막을 걷는다. 환하던 얼굴이 얼룩지고 때꾼해진다. 그래도 걷는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에게 속삭이면서. <린 온 피트>는 십 대 아이가 사회 안전망에서 이탈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굴러 떨어져 세계 밖으로 부표처럼 떠도는 아이는 얼마나 쉽게 다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카메라는 고요하지만 뚜렷한 호흡으로 소년의 여정을 따라가고, 마침내 소년이 달리는 숏에선 눈을 뗄 수 없다. 앤드류 헤이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매 신의 무드를 쌓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은 찰리 플러머가 같은 이름의 캐릭터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9월 20일 개봉.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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