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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말하는 제냐의 ‘XXX 컬렉션’

2018.10.25GQ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XXX 캡슐 컬렉션으로 ‘젊고 새로운 제냐’를 보란 듯이 증명했다.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제냐는 어떻게 바뀌었나? 제냐는 색깔이 명확한 브랜드다. 최고급 소재, 정교한 테일러링,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 같은 가치들이 제냐의 정체성을 대변해왔다. 여기에 좀 더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남성복의 문법 위에 모던한 분위기를 덧씌우고, 젊은 스타일링을 접목했다. 또 쿠튀르, 에르메네질도 제냐, 지 제냐, 각각의 라인을 재정비해 고유한 캐릭터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머천다이징부터 마케팅, 광고 커머셜까지 일관된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

변화를 낯설어하는 고객도 많았을 것 같다. 이런 얘기를 꽤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제냐의 고객들이 굉장히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들은 품질에 까다로울 뿐, 고루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밀라노 비스포크 아틀리에에서 옷을 맞추는 남자들은 젊고 모던한 스타일을 원한다. 때론 테일러들이 놀랄 만큼 과감한 주문을 하기도 하고. 우리가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을 때, 기존 고객들이 먼저 좋은 반응을 보였다. 매출도 많이 늘었다.

이번 XXX 컬렉션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 쿠튀르적인 요소와 스트리트 패션을 결합하는 것. 럭셔리 스트리트웨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제냐에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젊은 디자이너를 대거 참여시키고, 새로운 디테일과 실루엣도 과감하게 채택했다. 또 스타일링도 확 바꿨다. XXX 컬렉션은 고객들에게 훨씬 자유롭고 개인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큰 키와 탄탄한 몸을 가진 전형적인 모델 대신 개성이 뚜렷한 모델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다.

제냐는 전통적으로 패브릭을 중시하는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엔 어떤 소재를 썼나? 코튼 저지, 코튼 혼방 캐시미어, 양가죽, 실크를 섞은 면과 테크니컬 패브릭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제냐의 패브릭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

첫 론칭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서울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도시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젊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개인적으로도 서울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직접 서울에 와서 그 변화를 확인하려고 한다.

요즘 눈여겨보는 유행이나 스타일이 있나? 빈티지한 옷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젊은 세대에게 눈이 간다. 낡은 수트를 귀여운 티셔츠와 함께 입거나, 아버지가 입던 재킷에 청바지나 야구 모자를 매치하는 걸 보면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스타일도 있겠지? 중요한 건 스타일보다 옷을 대하는 태도다. 브랜드만 따지고 옷의 소재와 구조엔 관심이 없거나, 사진에 찍히려고 쇼장 앞에서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을 보면 좀 우습다. 피티 워모에 가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잔뜩 멋을 부렸어도 전혀 우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광대 같고 옷의 노예처럼 보인다.

쉬는 날은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뭔가를 계속 본다. 뉴스, 사진, 영화, 영상, 전시,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본다. 가끔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한두 시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일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지큐>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나? 칸디다 회퍼 Candida Höfer의 사진. 사진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을 만큼 아주 좋아하는 작가다. 이탈리아 출신 화가 지오반니 프란지 Giovanni Frangi나 퍼포먼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 Vanessa Beecroft의 작업도 추천하고 싶다.

요즘 시대에 클래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사람들은 아직도 클래식을 말할 때 투버튼 재킷의 수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소재로 만든 블루종과 팬츠의 조합을 수트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이 21세기의 클래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진부할 필요는 없다.

제냐와 스트리트웨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지만, 직접 보면 눈을 떼기가 힘들다. 최고급 소재와 정교한 디테일, 감각적인 패턴, 실용적인 아이템 구성까지.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이번 XXX 캡슐 컬렉션으로 럭셔리 스트리트웨어를 새롭게 정의했다. 게다가 한국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도 드러냈다. 글로벌 광고 캠페인 모델로 엑소의 세훈을 발탁하고, 컬렉션의 첫 번째 론칭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것.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열 가지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도 있다.

리버시블 보머 재킷, 3백70만원대.

코튼 티셔츠, 59만5천원.

티지아노 스니커즈, 1백30만원대.

캔버스 백팩, 1백34만원대.

    에디터
    윤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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