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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그란트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말하는 좋은 증류소

2018.10.28GQ

글렌 그란트는 스페이사이드의 정수에 있다.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은 50년째 그곳을 지키고 있다.

글렌 그란트의 마스터 디스틸러의 방문은 처음이다. 이름만으로는 스카치 위스키를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알려주려고 왔다. 비슷비슷한 위스키 이름 뒤에 각자의 엄청난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니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글렌 그란트의 유산. 1840년, 스페이사이드 로시스 지역에서 시작한 증류소이자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존 그란트, 제임스 그란트 두 형제의 노력이 깃든 증류소라는 것. 그리고 스카치 위스키의 발전에는 글렌 그란트도 늘 함께였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두 형제 중 제임스 그란트는 엔지니어이기도 했는데, 당시 오크통 수급을 위한 교통망 정비에 힘을 보태고 북부 지역에 증기기관차 설치, 증류소에 전력 공급망 설치 등을 최초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역사에 당신도 있다. 오크통 제조 인턴으로 처음 입사했다고 들었다. 어제 서울 호텔에 체크인해서 배정 받은 방 번호가 ‘1961’번이라 깜짝 놀랐다. 우연이겠지만, 내가 인턴으로 입사한 해다. 그때부터 몰팅 업무, 관리직을 거쳐 지금의 마스터 디스틸러 자리로 왔다. 그때 내 나이보다 두 배씩 많은 사람들과 일했는데, 나도 이렇게 50년째 하고 있다.

50년간 글렌 그란트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글쎄…. 글렌 그란트의 창시자 아들이 나의 할아버지를 고용했고, 창시자 아들의 아들이 나의 아버지와 나를 고용했다. 사실 이 위스키 업계는 믿음과 우정으로 돌아간다. 다른 위스키 브랜드가 큰 문제가 생겨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부품을 기꺼이 내어주고…. 이 업계는 그 자체로 ‘젠틀맨’이다. 글렌 그란트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사는 방식에 가깝다. “일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사랑’한다.

 

마스터 디스틸러로 일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자유. 술로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일관된 레시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책임감을 느낄 때가 좋다. 20~30년 뒤에는 내가 여기 없을 테니까, 제품의 일관성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싱글 몰트위스키와 비교해, 글렌 그란트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아주 빨리 답할 수 있다. 티나 터너가 부릅니다. ‘Simply The Best’. 글렌 그란트에서 일하는 건 올림픽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2등이 아닌, 오로지 1등이 되고 싶은 마음 말이다. 글렌 그란트의 캐릭터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정수 그대로다. 라이트, 프루티, 너티. 그것을 제대로 만드는 증류소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아니지만, 유럽에선 판매량이 강력하다. 그동안 글렌 그란트를 소유한 주류기업이 몇 번 바뀌었다. 그러다 2006년 캄파리 그룹에서 사면서 좀 더 안정적으로 ‘어린 제품’부터 고연산까지 다양하게 출시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싱글 몰트위스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다. 프랑스에서도 판매량이 좋다.

증류소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증류소 안에 있는 가든? 27에이커(약 3만 평) 크기다. 증류소는 가는 곳마다 온도와 냄새가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가장 좋아하는 곳을 하나만 고를 수가 없다. 늘 행복한 곳은 숙성창고다. 잠재력이 느껴지는 장소라서다.

글렌 그란트를 사람과 비교한다면? 젊지만, 휩쓸려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 내가 소비하는 브랜드가 정확히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지녔는지 아는 사람.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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