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르메르, 베트멍, 모스키노에서 포착한 기막힌 커플 룩

2018.10.29GQ

11월을 말할 때, 당신에게 얘기하고 싶은 커플 룩 3.

Lemaire 르메르는 고요한 로맨티스트다. 그의 옷에는 요란 법석한 장식이 없다. 언제나 단아한 셔츠와 시적인 코트, 낙낙한 팬츠가 전부다. 시즌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다. 늘 한결같지만 시간이 지나도 입고 싶고 자주 생각난다. 특별할 것 없지만 눈이 가는, 그게 바로 르메르의 매력이다.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그의 뮤즈 사라 린 트랜은 천생연분이다. 르메르의 머릿속은 온통 사라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사라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셔츠를 입는 법, 코트 깃을 올린 방식 등, 사라의 모든 것이 옷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가끔은 둘의 피날레가 런웨이 전부보다 궁금하기도 하다. 방호광

 

Vetements 뎀나 바잘리아는 늘 자신의 친구, 아니면 즉흥적으로 섭외한 ‘리얼 피플’을 런웨이에 세운다. 이번 컬렉션은 파리 생투앙 빈티지마켓, 그중에서도 가장 유별난 물건이 많은 세르페트 시장 복도에서 열렸다. 보다시피 아주 좁은 길이다. 총 58개의 룩, 두 사람이 걸어 나온 건 이 팀이 유일하다. 이불 같은 아우터를 몇 벌씩 겹쳐 입은 여자와 옷 수거함에서 아무 옷이나 꺼내 걸친 듯한 소년. 상상을 펼쳐본다. 유럽을 떠돌다 세르페트 시장의 구멍가게에 겨우 안착한 난민 모자가 아닐까 하고. 아들의 어깨를 꽉 안은 엄마의 손에서 모정의 강인함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안주현

 

Moschino 모스키노의 이번 컬렉션은 섹슈얼리티와 정체성에 대한 통속적인 개념을 거부한다. 라텍스 마스크와 란제리, 러버 부츠와 체스트 하네스 같은 페티시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고, 남자 모델에겐 프릴 재킷을, 여자 모델에겐 터프한 가죽 수트를 입혔다. 피날레엔 머리를 짧게 깎은 오슬로 그레이스와 드랙 퀸 바이올렛 차치키가 나란히 등장했다. 하나로 이어진 턱시도 룩을 입고서. 남성과 여성, 스트레이트와 퀴어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했다. 어떤 옷을 입든, 무엇을 좋아하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자유. 제러미 스콧은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로맨스를 증명했다. 윤웅희

    에디터
    방호광, 안주현, 윤웅희
    사진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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