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의 빈틈없는 달리기 실력

볼보 S60의 빈틈없는 달리기 실력

2018-11-08T10:53:36+00:00 |car|

새로운 S60을 타고 아찔한 협곡을 가로질렀다. 빈틈없는 실력을 확인하는 순간 공포는 스릴이 되었다.

S60 T6

LA 공항에서 약 30분 떨어진 산타모니카 해변에 도착하자 붉은 S60과 검은 S60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빨간 볼보’를 본 적이 있던가? 그것도 파란 바다와 상극을 이룰 정도로 새빨간 볼보를? 도로에서 본 볼보를 감싸는 색은 화이트 혹은 그레이, 거의 무채색이었다. 원색 볼보는 그래서 낯설었다.

공식 출시하기 전에 내보이는 프로토타입의 색에는 개발 의도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풍미를 돋우는 향신료처럼 디자인에 대한 미감을 자극하고, 차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궁금했다.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전 나눠 준 제원표를 뒤적였다. ‘빨간 의문’은 바로 해결됐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316마력, 최대토크 40•8kg의 힘을 내는 가솔린 엔진. 달릴 줄 안다고 자신 있게 내미는 S60의 명함이었다.

S60은 2000년에 역사를 시작했다. 3세대에 해당하는 이번 모델은 전과 달리 ‘스웨덴계 미국차’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에 공장을 보유한 볼보가 새롭게 건설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첫 번째 자동차고, 디자인 역시 미국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도했다. 출생지는 달라도 ‘E’자형 테일램프와 차체를 휘감은 캐릭터 라인의 패턴은 한 단계 위 세단인 S90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뒷모습이 제법 근엄한 S90과 차의 성격을 달라 보이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는데, 바로 번호판의 위치다. 트렁크 리드 아래 있던 번호판을 테일램프 사이로 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의 엉덩이처럼 ‘힙업’된 뒷모습으로 만드는 간단하면서도 영리한 방법이다. 프런트 범퍼 가까이에 바싹 붙인 앞바퀴의 위치는 옆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외모만 그럴싸한 세단은 아니다. 문을 열고 시트에 앉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속도를 탐내는 것처럼 치밀하게 준비된 설정이 많다. 스티어링 휠을 끝까지 감아 반대 끝까지 돌리면 약 2.7바퀴가 돌아간다. 보통 일반적인 자동차가 3바퀴, 스포츠카가 2.5바퀴 정도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면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하게 설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시트는 고속 주행 시 운전자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상당히 낮은 위치까지 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S60으로 달릴 코스는 약 1백70킬로미터였다. 해안 도로에서 출발해 협곡을 지나는 와인딩 코스, 이후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오르막 길이 나오며 와인딩 코스가 시작되자 덜컥 겁이 나면서도 ‘얼마나 자신만만 하기에 이렇게까지 어려운 시승 코스를 잡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500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 산의 높이도 높이지만, S자로 휘어지는 길이 끝없이 이어졌고, 헤어핀 코스(머리핀 모양처럼 오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급격히 방향을 돌려야 하는 커브)가 쉴 새 없이 등장했다. 아직 볼보를 ‘편하게 타는 차’라고 여겨서였을까? S60에 익숙하지 않았던 처음에는 선뜻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땅을 놓치지 않는 타이어와 볼보에서 강조한 서스펜션을 믿고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S60은 놀랍도록 유연하게 코너를 돌았다. 앞뒤에 고르게 배분한 차체 무게와 거동과 지형에 따라 전후 구동력을 조절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어느 코너에서도 일관적으로 움직였다. 마음껏 달려도 언제나 통제할 수 있다. 아이신에서 만든 8단 자동 변속기의 변속 속도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S60으로 서킷에서 트랙 신기록을 내려는 게 아니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었다. 와인딩 코스가 끝나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S60의 엔진은 기다렸다는 듯 화끈한 화력을 내보였다. 2.0리터 4기통으로 300마력 넘는 힘을 낸다는 것도 놀라운데, 고속으로 달려도 잡음이 거의 울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모든 창문을 이중 접합 유리로 만들었고, 불쾌한 잡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립과 마감에 큰 공을 들인 덕분이다.

S60이 그렇다고 운전자만을 위한 이기적인 차는 아니다. 휠베이스가 2천8백72밀리미터인데, 전 세대보다 9.7센티미터 늘어난 것은 물론 경쟁 수입차 중에서도 가장 길다. 넉넉해진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내부 공간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차마다 매번 다른 시트를 들여놓는 볼보답게 시트 디자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등과 옆구리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도록 봉제선을 따라 입체적인 형태를 잡았고, 장시간 운전하거나 순탄치 않은 도로를 달린다 해도 피로가 쌓이지는 않는다. 시트의 두께도 얇아 실내 공간에 여백을 두는 효과도 낸다.

S60은 미국을 시작으로 곧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에는 내년 5월경 250마력의 전륜구동 T5와 316마력 마력의 사륜구동 T6가 들어올 예정이다.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디젤 엔진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기로 한 볼보의 선언에 따라 디젤 버전은 만들지 않았다. S60이 다시 발을 들일 판은 사실상 독일 3사가 점령하고 있는 D 세그먼트다. 기존 S60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와 경쟁하기엔 조금 허약해 보였다. 보수적이고, 너무 올곧았다. 볼보는 새로운 S60을 통해 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했다. 방향은 명료하고, 결과는 명확하다. 이제 ‘따분한 볼보’는 작별이다.

 

볼보 팩토리 2018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볼보의 찰스턴 공장이 완공됐다. 볼보가 미국에 공장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공장은 ‘자동차 공화국’에 깃발을 꽂았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생산 라인을 분배해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도와 점점 증가하는 북미 지역의 수요를 현지에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찰스턴 공장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수출되는 S60 전량을 만들고, 2021년부터 차세대 XC90도 생산한다. XC90의 생산 라인이 추가되면 한 해 최대 15만 대의 차를 생산할 수 있다.

 

폴스타의 새로운 시각 S60 T6와 함께 ‘T8 폴스타 엔지니어드’도 시승했다. S60의 네 가지 버전 중에서 시스템 최고출력 415마력을 발휘하는 가장 고성능 모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S60 T8의 하드웨어에 폴스타가 기교를 더 한 차다. 볼보와 폴스타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린즈에서 만든 서스펜션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보닛을 열어 전륜 서스펜션의 강도를 10 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브렘보에서 만든 브레이크 시스템은 자동차의 출력을 두 배로 높여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뛰어나다. 연속으로 급격히 멈추며 괴롭혀도 제동력이 끈질기게 일관적이다. 본래 이름보다 ‘슈퍼 S60’이라는 모델명이 어울릴 법한 성능이다.

폴스타는 1996년에 볼보를 전문적으로 튜닝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볼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다가 2015년 볼보에 완전 인수된 후 볼보가 거느린 고성능 디비전 역할을 했다. 차를 두른 짙은 하늘색 이 볼보 폴스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년 후인 2017년에 폴스타는 독자적으로 고성능 차를 개발하는 회사로 다시 독립한다. 볼보와 부품을 공유하긴 하지만 볼보의 앰블럼이 아닌 북극성 모양의 자체 엠블럼을 사용한다.

폴스타는 내연기관으로 고성능차를 만드는 M이나 AMG와는 시각이 다르다.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를 친환경 차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고성능 차로도 인식한다. 현재 볼보가 아닌 폴스타의 이름으로 출시될 첫 번째 모델인 ‘폴스타 1’이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테스트를 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