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 OF THE YEAR 2018 – 이동욱

MEN OF THE YEAR 2018 – 이동욱

2018-11-26T14:20:23+00:00 |interview|

이동욱은 보편의 감각을 잊지 않는다. 단지 그는 직업이 조금 특이할 뿐, 이라고 말한다.

 

퍼 트리밍 재킷, 티셔츠, 목걸이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재킷과 팬츠, 셔츠, 레이스업 슈즈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코트 5백89만원대, 멀티 컬러 스웨터 1백74만원, 셔츠 가격 미정, 데님 팬츠 95만원, 앵클부츠 1백43만원대, 모두 보테가 베네타.

 

시어링 재킷과 팬츠 가격 미정, 스웨터 1백21만원,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스웨터 1백47만원대, 코튼 셔츠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스웨이드 재킷 6백21만원, 캐시미어 터틀넥 2백5만원대, 팬츠 1백만원, 로퍼 1백1만원대, 가죽 백팩 3백83만원, 반지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시어링 재킷 7백만원대, 데님 팬츠 95만원, 티셔츠, 목걸이, 벨트, 로퍼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멀티 컬러 벨트 백 1백80만원대, 퍼 트리밍 재킷, 티셔츠, 목걸이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시어링 코트 9백47만원, 셔츠 84만원대, 팬츠와 로퍼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

며칠 전 생일이었죠? 축하해요. 생일은 어떻게 보냈어요? 전날은 친구들하고 소주 한잔하고, 당일은 집에서 혼자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보냈어요.

조용하고 소박하게 보냈네요. 워낙 기념일 챙기고 이런 걸 쑥스러워해요. 그날도 그냥 (조)세호랑 친한 동생들이 “형 생일인데 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어야죠” 하면서 불러내서 나간 거예요. 하하. 선물 뭐 필요하냐는데 됐다고, 사오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이번 생일엔 받은 선물이 하나도 없나요? 하나 받았어요. 트러플 소금. 아무 데나 쓰기 좋아요. 삼계탕에 타 먹어도, 치킨 찍어 먹어도 맛있고. 요즘 주로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좋은 선물이었죠.

최근 주로 집에 혼자 있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요즘 제 마음이 그래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미움받지는 않을까 괜한 생각과 불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라이프>를 하면서 버겁고 힘든 점이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있었고, 책임감도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위축된 상태인 것 같아요.

<라이프>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산으로 가긴 했지만, 전 신념을 지키는 ‘예진우’가 좋았어요. 이동욱에게서 사랑에 빠진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래서 이 작품을 택했지만, 제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문제에 있어서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해요. 다른 뭔가를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존감이 떨어져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겠는 게 제일 큰 문제인데, 결국 답은 없어요. 제가 움직여야죠.

“움직인다”는 말이 좋네요. 계속 축 처져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차기작도 결정했으니, 또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캐릭터에 부딪히며 제가 느꼈던 벽을 깨야죠. 야구에서 지고 있는 팀이 반전을 이루는 건 홈런 한 방이잖아요. 홈런이 될지, 안타가 될지, 파울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공을 쳐야죠.

차기작 <진심이 닿다>에선 연애에 서툰 변호사 역을 맡았죠? 연애를 해본 적이나 있는지 모르겠는 친구예요. 6년 만의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인데,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살이니 로맨틱 코미디는 어쩌면 거의 마지막이 아닐지. 하하. 더 나이 먹고 하면 주책스러울 것 같아 할 수 있을 때 하려고요.

주책이라니 동의할 수 없네요. 배우 이동욱은 나이 들면서 더 근사해졌는데요. 하하, 관리의 중요성?

데뷔 초 작품을 다시 보니, 어린 시절엔 성글고 거친 이미지가 있었더라고요. 지금의 이동욱에겐 약간 체념한 듯한 우아함이랄지, 격랑을 겪은 후 불순물이 침전되고 투명해진 듯한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단지 외적인 문제가 아닐 것 같아요. 19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요. 갈등도 있었고, 실패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떠나보내기도 했죠. 누굴 만나면 ‘이쯤했으면 다 된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같이 들 때도 있고, 한쪽만 들 때도 있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나중엔 밉지 않고 ‘고생했다, 너라고 안 미웠겠니’ 하는 마음만 남아요. 그런 마음이 희미해지니 치열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눈물이 많나요? 한국에서 눈물 흘리는 연기를 가장 잘하는 남자 배우 중 하나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 일 년에 한 번도 안 울어요. 가장 최근에 운 게 삼 년 전?

어떻게 그렇게 안 울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는 게 버릇이 돼서 그래요. 기분이 안 좋다고 티내면서 주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왜 혼자 있을 때도 안 울지? 감정이 메말랐나 봐요. 하하.

주변에 폐를 끼치는 걸 싫어하는군요. 정말로요. 제가 불성실하게 구는 순간, 저랑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다 힘들어지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오늘 촬영을 펑크냈어요. 그럼 이 많은 스태프, 관련된 사람들은 다 어쩔 거예요? 약속을 안 지킨다든지, 갈등을 만든다든지, 촬영장을 이탈한다든지, 저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투덜거릴 때야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배려가 밴 사람 같아요. 인터뷰 시작할 때 춥지는 않은지 묻고, 더 편한 의자를 양보하고, 테이블로 쓰라며 여분의 의자까지 끌고 오는 걸 봤을 때는 좀 놀랐어요. 그런 건 보통 기자의 몫인데 선수를 뺏긴 기분이었달까. 에이, 그건 뭐, 불편하실 것 같아서. 촬영할 때 드라마 스태프들, 제 개인 스태프들이 편한 상태인지를 자주 체크하는 편이에요. 전 이런 것들이 배려까지도 아니고 그냥 사회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잖아요. 제 직업이 조금 특이한 것뿐이지, 저도 보통 사회 생활하는 사람들과 똑같아요. 서로 곤란해질 일은 되도록 안 만들려 하고, 역지사지해서 신경 쓰는 거죠.

역지사지요? 네. 이건 좀 엄마 덕인 것 같은데, 어릴 적에 저더러 항상 친구들 괴롭히지 말라고 했거든요. 유치원 때부터 다른 애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전부 키가 큰 아이였죠.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괴롭힐까 걱정되셨는지, 항상 다른 아이들 기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런 태도가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시야가 넓잖아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많죠? 그냥, 남들 뉴스 보는 만큼 봐요. 최근 관심 갖고 보는 건 미국 상하원 의원 선거예요.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자기들 승리를 예측하고 있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우리나라 상황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으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더라고요.

한국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 때문에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요. 그렇죠. 남북 문제 때문에 공화당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가도, 트럼프가 얼마나 자국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는지를 생각하면 그럴 수만도 없으니. 앞으로 우리나라의 외교적 스탠스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의아한 건 그거예요. 남북 관계가 평화로울수록 경제적인 안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건데 왜 오히려 요동치는 걸까.

내수 부진이 큰 이유일 테지만, 국제 정세와도 긴밀히 연결되겠죠. 그래서 시야를 넓게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엔 하도 뉴스들이 쏟아지니 취사선택을 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사건을 놓고도 다른 프레임으로, 자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니까.

도처에 가짜 뉴스들이 있죠. ‘진짜’가 뭐라고 생각해요? 그게 늘 어려워요. 내가 믿는 진짜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저게 다 맞는 건지 의심해보는 편이에요. 펜은 무서운 거잖아요. 사람들의 생각을 좌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게 정의가 아닐 수도 있고…. 음모론자 같나? 하하. 보다 보니 어떤 뉴스가 어떤 이야길 하고 싶어 하는지 분별하는 판단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언젠가 기자 연기를 해보는 건 어때요? 어, 그거 좋겠는데요? 탐사 보도 전문 기자나 르포 기자. 제가 기자들을 취재해보고 싶어요.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기자들의 용기를 무척 감명 깊게 봤거든요.

그나저나 이런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정말 남들 관심 가지는 만큼이에요. 지금 미국의 상황은 어떤지, 한국 경제는 어떤지, 남들도 다 관심 갖지 않나요? 아닌가?

자기 일 아닌 일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 의외로 많아요. 세계는 나와 분리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죠. 동감해요. 어떤 것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투표하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투표권이 생긴 다음부터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선거에 투표했죠. 제가 사는 이 세상이 정치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고 모든 게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니까, 저 한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이자 의무는 꼭 지키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세금도 열심히 내요.

투표권 행사, 성실 납세. 시민 의식이 뚜렷한데요? 에이, 특별히 의식이 있고 뭐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냥 남들 하는 만큼이에요.

“남들 하는 만큼”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상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죠? 상식적인 삶, 상식적인 생활, 이 직업에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이 직업은 나 자신에만 빠져 있기 쉬워요. 하지만 전 배우일 뿐 아니라 사회인 이동욱으로서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사회인 이동욱의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답변들을 듣고 있자니 즐거워집니다. 배우 이동욱으로선 뭘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 거 있죠, 결과물을 다 같이 만들잖아요. 스태프, 동료들과 원하는 지점이 이렇게 착! 하고 맞아떨어져 아주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한 컷이든, 한 신이든, 그럴 때 굉장히 신나거든요. 스태프, 동료들과 그 만족감을 나누는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공동 작업이니까요. 아주 맞아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가끔은 작사, 작곡, 노래까지 혼자서 다 하는 뮤지션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하하.

오늘의 촬영은 모두의 마음이 맞은 그 한 컷이 나온 것 같나요? 나온 것 같아요. 완연한 늦가을 날씨도 좋았고, 해도 좋았고, 옷도 포즈도 새로웠고. 사실 저는 제가 참견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사진을 보지 않아요. 나중에 책을 보면 알겠죠. 이거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