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 OF THE YEAR 2018 – 하정우

MEN OF THE YEAR 2018 – 하정우

2018-11-26T17:13:49+00:00 |interview|

하정우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 길을 아주 오래 걸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세 개의 실버 카운터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크루넥 니트, 수트서플라이.

 

12시 방향에 날짜와 요일 창, 6시 방향에 문페이즈를 탑재한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아이보리색 터틀넥, 비이커.

 

핑크 골드 케이스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최초로 개발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트래디셔널 투르비옹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사이즈 코트, 오디너리 피플. 모헤어 니트, 코스. 팬츠, 산드로 옴므.

 

셀프 와인딩 칼리버 2460 R31 R7을 장착한 패트리모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데이트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 그레이 팬츠, 모두 3.1 필립 림. 시어링 슈즈, 토즈.

 

1시 방향의 크라운과 대각선 방향으로 디자인된 인덱스가 특징인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송지오 옴므.

 

육각형 베젤과 셀프 와인딩 매뉴팩처 무브먼트, 브레이슬렛, 레더와 러버 스트랩으로 교체 가능한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 스팽글 니트, 누메로벤투노 by 한스타일. 울 팬츠, 에르메스.

올해 박스오피스 1위가 <신과 함께: 인과 연>, 4위가 <신과 함께: 죄와 벌>, 9위가 <1987>입니다. 하정우가 관객을 매혹하는 이야기를 잘 선택하는 걸까요, 관객이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를 믿고 보는 걸까요? 저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서 선택한 결과예요. 한국 영화 산업이 거대해진 만큼, 주연 배우로서 관객을 만나는 건 의무이자 책임이 됐어요. 제 취향으로 영화를 택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편에 서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깊게 고민하죠.

배우로서 올 한 해를 평가하자면 어땠나요? <신과 함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한국에선 접해보지 못한 판타지 장르의 영화죠. 생각해보면, <부산행>과 <곡성>이 흥행했듯 한국에서도 새로운 장르가 사랑받기 시작한 것 같아요. 관객이 영화를 즐기고 선택하는 데 유연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곧 개봉을 앞둔, 직접 제작한 <PMC: 더 벙커>나 촬영 중인 오컬트 호러 <클로젯>도 장르물이죠. 참신한 소재와 장르에 대한 갈증이 늘 있어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장르적 확장으로 아시아권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글로벌 군사 기업 PMC가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인 <PMC: 더 벙커> 역시 해외 관객도 아우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제작자로서 차근차근 시도할 생각이에요.

<PMC: 더 벙커>의 예고편을 보니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떠오르더라고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건 김병우 감독의 특기죠. <더 테러 라이브>가 끝나고 김병우 감독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논의했어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주인공이 성장하고 탈출하는 이야기가 적격이었죠. 5년간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했어요.

차기작 파트너를 보면 이선균, 김남길, 이병헌, 여지없이 남자들과 함께네요. 그렇네요. 어릴 적부터 <좋은 친구들> 같은 영화를 사랑해서 그런 건지.

하정우는 남자들과 힘을 겨뤄 우위를 점하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죠. 연차의 내공도 있겠거니 했는데,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를 다시 보니 그 힘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더라고요. 단순히 센 연기가 아니라 초연함이랄지, 좀 귀찮아 보이는 태도에서 오는 여유 말이에요. 듣고 보니 신기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성격이 급해 의사결정이 빠른 게 무리를 이끄는 느낌을 줬는지,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지.

어릴 때부터 영향을 준 환경도 있지 않을까요? 배우 2세다 보니 어릴 때부터 그런 게 있었어요. 아버지랑 다니면 늘 주목받았고, 사람들이 아는 척하며 말을 걸어왔죠. 배우가 한순간 유명해지면 어떨 것 같아요? 충격이 상당해요. 하루아침에 슈퍼에만 가도 알아보는 거예요. 보통 신인이 유명세를 얻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죠. 하지만 제겐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일이었고, 유명해져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촬영장도 낯설지 않았고요. 아버지께 감사한 일이죠.

하정우의 여유에 대한 꽤 정확한 답이 되겠네요. 하지만 모든 배우 2세가 하정우처럼 되진 않죠. 무엇이 하정우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했을까요? 영화죠. 어릴 때부터 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하도 빌려 가니까 영업시간이 끝나면 신작을 배달해줬어요. 매일매일 그걸 한 편씩 보고 자는 거예요.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비열한 거리>…, 로버트 드 니로가 제일 좋았고 <대부>를 보고서는 알 파치노에 빠졌죠. 그때부터 배우든 감독이든 제작자든, 영화를 만드는 사람, 영화인이 되고 싶었죠. 평생,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제 꿈이고 힘이었죠. <대부>는 놀라운 게 볼 때마다 보이는 게 달라요. 예를 들어, 이십 대 때는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첫 아내 아폴로니아의 매력을 몰랐어요. 그런데 15년 뒤에 다시 보니 매력적인 사람이더라고요. 마이클의 POV로 돌아보며 눈을 맞추는 쇼트가 있는데, 나이를 먹고서야 그게 정말로 사랑스러운, 엄청난 쇼트였단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때보다 지금 사랑을 더 잘 알게 된 건 아닐까요? 남자들 속 하정우도 좋지만, 전도연 배우와 연기한 멜로 영화 <멋진 하루>의 병운이 그립네요. 사랑은 너무 좋은 거죠. 하하. 병운 같은 캐릭터, 저도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저 역시 고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한정돼 있어요. 한국 영화에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가 사라지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그걸 드라마 진영에서 다 소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는 멀티 캐스팅에 스펙터클을 키워가는 복합 장르가 되어가고요.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 같아요.

능청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멋진 하루> 병운과 <비스티 보이즈> 재현은 실제 하정우의 어떤 속살을 그려낸 건 아닐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저의 한 부분이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조상은 수천 명인데 각자의 DNA들이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살아남은 거잖아요. 내 속에 잠든 수천 가지 성향이 있는데, 배우는 그걸 계속 탐구하며 발견해야 하는 거죠. 그걸 극대화해 캐릭터에 접목하는 거고요.

코미디에 대한 애정도 하정우의 주요한 일부죠? 코미디, 사랑하죠. 일상에서도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경직된 분위기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장난을 친다거나. 뻔한 걸 깨는 게 좋거든요.

연출로 보여주고 싶은 영화에도 그런 코드가 있죠? 세 번째 연출작은 케이퍼물 코미디가 될 거라고. 초고가 나왔죠.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 같은 블랙 코미디가 제가 보고 싶고 만들고 싶은 영화예요. 코엔 형제만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번 애프터 리딩> 같은 얽히고설킨 코미디도 좋지만, 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굉장히 웃기게 봤어요. 최근 <쓰리 빌보드>도 정말 재미있게 봤죠.

하드보일드한 영화 속에서 블랙 코미디를 발견하는 거군요. 배우와 제작자로서는 산업 내에서 관객의 동향을 최우선으로 삼는 반면, 연출 쪽으로는 취향이 반영된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요? 그래서 이제 제가 고민하는 건, 과연 내 취향이 통할 수 있냐는 거예요. 내 돈으로 찍으면 내 취향으로만 찍든, 네 시간짜리를 찍든 뭔 상관이겠어요. 하지만 이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을 만족시켜야 하죠. 더 많은 경험으로 토대를 쌓고 내 취향과 관객의 취향이 맞닥뜨릴 때 그 취향의 카드를 꺼낼 수 있겠지만, 섣부르게 하면 자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의 입지를 쌓은 영화인인데도 숱한 자기 검열의 과정에 있네요. 길고 긴 싸움이잖아요. 마흔 살까지 잘 살아왔다고 해서 남은 인생이 보장되는 건 아니에요. 끊임없이 연마해 나가야 하는 게 삶이니까, 영화도 그렇게 작업해야죠. 기본을 지키면서.

하정우가 생각하는 ‘기본’은 뭔가요? 윤리적이고,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사기 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 전 살아가는 데 그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엔 일희일비하지 않는 거예요. 제가 초연해 보인다고 하셨지만, 사실 저도 초조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하루에 열두 번씩 감정이 바뀐 데도 영화를 찍으려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단기적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해요. 잘됐다고 우쭐댈 필요도, 안 됐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어요. 죽을 때까지 할 건데 길게 봐야죠. 그럼 당장의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더라도, 바로 일어나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요.

걷는 걸 좋아하죠? 무척. 집이 잠원인데 <아가씨> 때는 제작사가 있는 홍대까지 걸어서 출퇴근했어요. 반포대교 넘어서 걸어가면 편도 1시간 40분 정도.

보여주기 위해 벌크업 하는 운동과는 다른, ‘걷는다’는 우직하고 투박한 행위가 배우 하정우와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삼십 대 초반까진 근육 만들기에 열중했던 때가 있어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게 연기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운동해서 얻은 근육은 자연스러운 쓰임새가 있겠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근육은 쓰임새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크린에서도 그런 신체가 의미 있다고 보는 거죠? 그렇죠. 판타지물 같은 장르물에선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영화는 대리만족과 자기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주죠. 캐릭터가 나 같은 사람이길 바라는 거예요. 그렇기에 배우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보편적 시선을 지녀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해요. 동세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의식이 있어야죠.

연기에도 실제 삶에서 비롯된 근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먹방’ 같은 생활 연기가 뛰어난 것도 그 연장일 테고. 첫 질문의 답을 들은 듯합니다. 관객들이 배우 하정우를 사랑하는 이유요. 하하하.

영화인 하정우의 야심은 뭔가요? 세계적인 영화인이 되는 것. 누가 떠먹여주는 게 아니니 나서서 해야죠. 국제적으로 통하는 소재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어요.

내년도 <클로젯> 촬영, 곧 <백두산> 촬영까지 강행군의 연속입니다. 그 속에서 한숨 돌릴 만한 게 있나요? 새벽 걷기. 5시 반에 한강에 나가 딱 1시간 반 걷고 출발해요. 주로 춘천에서 9시에 촬영하니까 그 정도면 딱 맞아요. 무슨 생각하면서 걷냐고요? 별 생각 안 해요. 그게 걷는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