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MEN OF THE YEAR 2018 – 변요한

2018.11.26GQ

촬영과 촬영 사이엔 제대로 쉴 줄 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순수하고 진실하다. 어제의 <미스터 션샤인> 희성과 오늘의 ‘제네시스맨’ 사이에 있는 변요한을 만났다.

이브닝 재킷, 셔츠,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 링은 에디터의 것.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브닝 수트, 셔츠, 모두 로드 앤 테일러. 슈즈, 체사레 파치오티. 링, 불레또.

 

골드 재킷,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at 무이. 터틀넥, CK 캘빈 클라인. 팬츠, 알렉산더 맥퀸 at 무이.

 

집업 재킷, 셔츠,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팬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목걸이, 링, 모두 불레또.

 

캐멀색 재킷, 터틀넥,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슈즈, 손신발. 링, 불레또. 팔찌는 에디터의 것.

 

패턴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목걸이, 크롬하츠.

 

이브닝 재킷, 셔츠, 팬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 선글라스,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브닝 재킷, 셔츠, 모두 제이백 쿠튀르.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사진을 찍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어요. 설명을 듣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쿵쿵 걸어가 바로 포즈를 잡는 모습요. 망설임도 없고, 지체도 없이. 우선은 본능적으로 움직여보는 게…. 저는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도 그렇게 하나요? 네. 맞아요. 아무래도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주저 없이 움직인다는 건, 뭘 피하기는 싫고 무엇이든 부딪혀보고 싶은 게 많아서인 것 같아요. 아직은 그럴 때라고 생각해요. 진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겠죠. 언젠가는요. 그럴 때도 주저 없이 도망갈 거예요.

그런 순간이 아직 안 왔다는 거네요? 아직까진요. 다만 늘 정체기라는 생각은 해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너무 많은 편이에요. 제가 출연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 정말 훌륭한 것을 보면 스스로가 너무 작아져요. 제 작품에 대한 애정도 너무 크지만, 내 연기를 자세히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연기를 봐야 객관적인 눈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 늘 다른 것을 봐요. 그럴 때마다 내가 참 아직 그릇이 작구나….

변요한도 못 본 사이 자랐겠죠. 좋은 방향으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시간에 따라서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왔을 뿐이지, 전 아직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전 어떤 방향으로든 변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사람 크더니 좀 변했다. 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확 변하면 나한테 실망할 것 같아요. 그때가 떠날 시간인 거겠죠.

자꾸 떠난다는 말을 하네요. 왜 자꾸 스스로를 경계하나요?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고 연기를 할 때는 변요한이라는 제 이름 석 자가 예전엔 되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어요 그 생각도. 제 이름보다는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하고, 그 안의 속 인물이 더 중요해요. 그렇다고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다행히도 저를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아서…. 그래도 찬밥은 제가 먹고, 따뜻한 밥은 인물한테 주고 싶어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했나요? 오늘 일하는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되뇌어요. 그냥 늘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요즘은 정말 “재밌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재밌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듣고요.

배우에게 ‘겸손’은 중요한 덕목이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야심’만큼이나 배우와 어울리는 단어도 없는 것 같아요. 한 방을 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단 욕심도 부려보나요? 크게 한 방을 친다…. 한번에 크게 성공해야겠다는 개념은 저한테는 없어요. 그런 매뉴얼이 머릿속에 없어요. 차근차근 할래요. 만약 제가 한 방을 쳤다고 해요? 그런다고해도 인생은 절대로 해결되지 않아요. 여전히 갈증을 느낄 것 같아요. 인생에 오케이가 다 떨어져버리면, 그때는 재미가 없겠죠.

평온하네요. 조급하지 않고요. 성격의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만 꼽아보자면요? 절대로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해지려고 노력을 무조건 해요. 그래서 좀 많이 끈질긴 것 같아요. 내 앞에 닥친 문제들, 작품들, 그리고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지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지치기도 많이 지치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스스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저의 본질 하나예요. 내 본질을 변화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처받고 지쳤다고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이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놔버리면, 나 자체가 아예 없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내가 지키자. 마지막까지.

올해는 변요한에게 어떤 해였어요? <미스터 션샤인>만 있었던 건 아닐 테고요. 기적적인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작품 하나하나 하는 게 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미스터 션샤인> 속 변요한에게 칭찬 하나를 하자면요?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났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요. 다른 배우 분들도 다치지 않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위험한 신도 많았고 긴 시간 동안 촬영했는데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기적이네요.

스스로에게 뭘 사줬어요? 비싸지 않은 패딩을 하나 사줬어요. 하하. 지금 입고 있는 이것 아니고요. 굉장히 심플한 걸로 하나.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자주 준다고 들었어요. 나 좀 잘 봐달라고 주는 그런 뇌물 같은 선물은 아니에요. 별로 큰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이 친구가 야구 글러브를 평소 좋아한다면, 그게 보이면 사주고, 아니면 축구화 같은 것도 선물하고. 서로를 잘 알아서 뭐가 필요한지 알잖아요. 편의점에서 생각나서 코골이 귀마개 같은 것도 막 사줘요. 같이 사는 사람이 코를 많이 곤다는 말을 들어서요.

좋은 형이 되고 싶나요, 좋은 동생이 되고 싶나요? 좋은 동생요. 지금은 먼저 좋은 동생이 될래요. 어쨌든 좋은 형은 나중에 될 거니까요. 예전엔 형들 말 잘 들으면 좋은 동생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형이 진지하게 소통하고 싶을 때 필요한 동생이 좋은 동생인 것 같아요.

워낙 친구도 많고 우리가 잘 아는 지인들과도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어쩐지 ‘변요한’과 ‘팬미팅’이란 단어는 함께 놓고 보면 좀 어색하게 느껴져요. ‘사적인 영역’이 강한 사람 같다고 할까? 그런데 난생 처음 팬미팅을 했다고요? 모두 어색했어요. 팬들도 어색해했어요. 하하. 일단 하나도 빠짐없이 다 껍데기를 벗는 느낌으로 팬미팅을 준비했어요. 변요한이라는 사람이 다 들통날 정도로요. 이 팬미팅과 동시에 내가 갱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요. 재밌었어요. 정말로요.

배우 변요한과 인간 변요한을 구분 짓는 가장 큰 기준은 뭐예요? 전반적으로 같은데, 다만 나를 좀 더 괴롭히느냐 안 괴롭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배우 변요한이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쪽이겠죠? 네. 엄청요. 그리고 인간 변요한은…, 아무것도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숨 쉴 수 있는 상태의 변요한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행복한 것 많이 찾으려고 노력해요.

갑자기 건치 미소를…. 표정이 밝아졌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을 순간 상상하니까 기분이 확 좋아졌어요.

잡념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잡념은 뭐예요? 오늘 뭐하지? 내일 뭐하지? 오늘 뭐 먹지? 그러면서 어떤 운동을 할까? 어디서 할까? 누구랑 만나서 할까? 이런 생각이 이어져요.

취미로 하는 운동이 정말 많던데요. 사람들과 좀 섞이고 싶을 때는 단체 운동을 해요. 누가 같이 “운동하자” 그러면 마음이 요동치는 거죠. 그런데 나를 그냥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테스트해보고 싶은 날도 있어요. 그럴 땐 수영을 하려고 해요. 어떤 날은 진짜 맞고 싶은 날도 있어요. 변태 같은 쾌감 이런 게 아니라, 자만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 때 복싱을 해요. 답답해서 좀 맞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자신에게 정말 혹독하네요. 지금 성장기예요. 훈련하고 공부하는 것이 많아요.

중2 같은? 고2죠. 아니, 고3? 적어도 이 직업을 계속 한다면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연기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같이 작품하는 선배님들도 다 이런 생각하시고요.

술 마시는 것 좋아해요? 좋아한다기보다는 한번 마시면 좀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날 잡고 마셔요. 그냥 다 같이 웃는 게 좋아요. 바보처럼 되는 게 즐거워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작은 일에 크게 웃는 게 아니라, 진짜 확실하게 웃기는 이야기들만 해요.

지금 길게 드라이브를 갈 시간이 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부산요. 5시간, 5시간 반 정도 쭉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휴게소 들르는 시간 포함이에요. 부산에 가면 뻥 뚫려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늘 시원하고 새롭다는 느낌도 들고요. 서울에서 갈 수 있는 제일 먼 대도시이기도 하잖아요. 오래 운전을 하다 보면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러다가 휴게소 좀 들렀다 다시 타면 집중력이 또 이만큼 생기고…. 그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목적지에 딱 도착했을 때 행복하고요.

노래도 막 부르고요? 엄청 하죠. 요즘 <스타 이즈 본>에 빠져서 그 OST를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여기 촬영장으로 오면서도 계속 불렀어요.

운전석에 앉는 게 좋아요, 조수석에 앉는 게 좋아요? 반반이에요. 그런데 옆에 꼭 누가 있어야 해요. 같이 대화를 하고, 차 타기 전에 봤던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커피숍이 있으면 커피 마시자! 가위바위보해서 사오자! 그런 순간순간들이 좋아요. 재밌어요. 저 오늘 재밌다는 말 진짜 많이 하죠?

    에디터
    안주현(패션), 이지훈(패션), 손기은(인터뷰)
    포토그래퍼
    박자욱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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