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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주목 받은, K-POP이 아닌 한국 음악

2018.12.17GQ

K-POP만이 아니다. 한국 바깥에서 들려온 한국 음악이 더 있다.

Saysueme
<Just Joking Around/B Lover> 7″

‘Old Town’에 이어 두 번째로 ‘푸시’된 곡이다. ‘Old Town’이 세이수미 특유의 서프 록/ 인디팝 성향의 곡이었다면, ‘Just Joking Around’는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을 떠올리게 하는 헤비한 기타 리프와 창의적인 편곡으로 세이수미의 성공적인 다음 발짝을 보여준다. <Big Summer Night> EP 이후 그들의 모든 앨범은 영국 레이블 댐나블리를 통해 발매되고, 한국에서는 라이센스 유통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Interview Magazine>, <Elle>, <Stereogum>, <Pitchfork> 등 많은 매체에서 주목받았으나 한국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반응이었다.

 

MB Jones
<R.O.K. Spy> LP

전 미국 특수요원 엠비 존스가 부산에서 그의 체류 기록과 임무를 녹음한 USB 스틱이 프랑스 레이블 안티노트에 전달되었고 앨범으로 발표되었다. 미니멀, 콜드웨이브, 디스코를 경유하는 노래의 형식으로 기록됐다는 점이 특기할만한데, 사람들이 그 가사를 통해 한국의 비밀을 캐내기보단 이 이상한 팝 센스에 더 크나큰 관심을 가지고 마는 것까지 그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너무나 거짓말 같은 이야기고, 거짓말일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음악의 완성도는 ‘그 내용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Peggy Gou
<Once> 12″

아티스트만 유명한 건 아니다. 이를테면 닌자튠은 그 이름만으로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믿음을 주는 레이블이다. 닌자튠과 계약 후 발표하는 페기 구의 첫 12인치다. 이 12인치가 나오기 전까진 닌자튠과 계약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한국에서 디제이, 프로듀서 경력을 시작해 지금은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지금 가장 영리한 일렉트로/하우스 곡을 만든다. 가볍지만 품위 있는 악곡, 묵직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사운드는 전 세계를 놓고 봐도 손에 꼽을 만큼 탁월하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 막 도약대에서 발을 굴렀을 뿐이다.

 

Mogwaa
<Mi Male Curiosity/204> 10″

독일 레이블 클라세 렉스 산하의 레드 실에서 발매됐다. 첫 번째 앨범 <Deja Vu>가 미국 레이블 스타 크리처에서 나온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뮤턴트 디스코의 아이콘 오거스트 다넬(키드 크레올)의 곡 ‘Mi Male Curiosity’가 모던 부기 사운드 ‘터치’의 레게팝으로 재탄생했다. 원곡은 오거스트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지만, 모과의 버전은 ‘쾌락’보다는 ‘쾌활’이 더 잘 어울린다. 원곡과는 사뭇 다른 ‘송가’와 같은 코러스를 뽑아내고, 역시나 원곡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그윽한 분위기까지 만들어낸 것은 온전히 모과의 몫이다.

 

Kim Byoung Duk
<Experiment No. X> LP

어떤 것은 바깥에서 더 잘 본다. ‘Daehan Electronics’는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커티스 캄보우가 세운 레이블이고, 이 음반이 첫 번째 발매작이다. 곧바로 해외 유통도 시작했다. 항아리 연주를 통해, 한국에서는 관심 밖이거나 ‘나는 자연인이다’ 취급을 받았던, 김병덕의 음반 세 장을 한 장으로 구성했다. 그의 음악에서 서양의 스피리추얼/ 앰비언트/ 익스페리멘털 뮤직과의 연속성을 찾아내고 그 부분에 집중해 편집했다. 몇 년 전부터 이 세 장 모두 상당한 고가에 거래되고 있어 수요 면에서도 반가운 한 장이다.

 

Byul.org
<Nobody’s Gold> CD

국내에서는 자체 레이블 비단뱀클럽에서, 해외에서는 독일 레이블 에일리언 트랜지스터를 통해 발매됐다. 2017년 발매작 <Selected Tracks For Nacht Dämonen>부터 시작된 방식이다. LP는 올 겨울에 선보일 예정이다. 커버 이미지는 미술작가 양혜규와 함께 작업했다. 이 앨범 이미지로부터 앨범 타이틀 ‘주인 없는 금’이 나왔다. 여전히 시각예술과 밀접한 작업 방식이다. 또한 모임별은 이 앨범에서도 밤의 역할을 맡는다. 이 음악을 통해 두려웠던 것, 멍청했던 것, 나빴던 것, 그럼에도 기뻤던 것이 어둠 속에서만 유효한 야광물체처럼 반짝하고 떠오를 것이다.

 

Kei-G
<Level.2 Shine!/Planetarium> 7″

케이지는 게임 애호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레벨업’으로 표기한다. 2018년 6월 레벨 6 <Vanilla>가 나왔고, 이 작품은 2016년 발매된 레벨 2다. 올해 일본 레이블 키싱 피시가 제작하고 디스크 유니온이 유통하는 한국 R&B 기획 7인치 음반 중 하나다. 그는 게임을 비롯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음악 속에 드러내는데, 이를테면 B면의 ‘Planetarium’에는 어느 도시에 가든 반드시 천체투영관을 방문해온 그의 경험이 담겨있다. 두 곡 모두 굳이 분류하자면 미드 템포 R&B이지만, 청량한 일본 AOR의 취향이 있다는 점에서 2016년보다는 2018년에 더 환영받을 음반이다.

 

Kang Tae Hwan
<Live at Cafe Amores> LP

1995년 11월 8일 일본 호후시의 카페 아모레스에서 있었던 프리 재즈 색소포니스트 강태환의 솔로 라이브가 리투아니아의 프리 재즈, 즉흥 음악 레이블 노비즈니스 레코드에서 음반으로 나왔다. 강태환은 그의 연주 경력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재즈, 비재즈 음악가와 다양한 방식의 협연을 해왔지만 그의 고유함은 솔로 앨범에서 가장 돋보인다. 1995년이면 일본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그를 초청하고 조명하던 시기로, 유이한 국내 솔로 발매작과 비교해 훨씬 더 기괴하고 극단적인 음을 들을 수 있다. 이 음반을 듣는다면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처럼 그를 ‘신선’으로 남겨둘 수만은 없을 것이다.

Choyoung
<Our Thing/ Black Music> 7″

초영의 음반은 7인치 레코드인데도 45회전이 아닌 33회전이다. B면의 ‘Black Music’이 7분 40초에 달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매우 아름다운 선택이다. 역시나 키싱 피시, 디스크 유니온이 합작한 한국 R&B 기획 7인치 음반이다. A면의 ‘Our Thing’은 단순하고 느슨한 노래를 풍성하게 만드는, 레이블의 표현대로 “실키하고 스모키한 유일무이한 보컬”을, B면의 ‘Black Music’은 재즈의 연음을 연주하듯이 하나의 악기로 기능하는 뛰어난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2016년 초영의 2집 <MusicCoreAmerica>에서 2곡을 골라 수록한 싱글이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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