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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슬리먼과 리카르도 티시가 드롭 방식에 집착하는 이유

2018.12.20GQ

명품 브랜드의 제품 출시 간격과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 폭풍의 눈엔 ’드롭’이 있다.

최근 패션계의 흥미로운 현상은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출시 간격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 년에 두 번씩 진행하던 컬렉션에 더해 ‘프리 폴 컬렉션’ ‘크루즈 컬렉션’을 브랜드마다 내놓더니, 급기야 정기적인 컬렉션이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아이템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를 ‘드롭(Drop)’이라고 한다. ‘드롭’의 사전적인 의미는 ‘떨어트리다’다. 그러니 이를 의역하면 브랜드가 특정 제품 혹은 컬렉션을 매장에 간간이 입고시킨다는 뜻이 된다. 원래 ‘드롭’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이 활용하던 방식이다. 모자 몇 개, 재킷과 바지 몇 벌을 몇 주 간격으로 특정 매장에서 소량 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활용해 성공한 브랜드가 슈프림과 팔라스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꽤나 의미심장한 변화다.

‘드롭’ 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브랜드는 버버리다. 이들은 컬렉션을 선보인 후 매달 몇 가지 아이템을 SNS 링크를 통해 판매한다. 판매 기간 역시 24시간으로 한정한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아예 ‘드롭’을 목표로 브랜드 구조를 통째로 바꿨다. 크레이그 그린, 팜 엔젤스, 프래그먼트 등 요즘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를 게스트 디자이너로 임명하고, 이들이 만든 컬렉션을 매달 한 라인씩 출시하고 있다. 에디 슬리먼 역시 셀린에 드롭 방식을 도입했다. 일단 액세서리 제품군을 ‘드롭’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성공하면 의류 전반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들은 왜 전략을 바꾼 것일까? 도대체 ‘드롭’의 장점은 무엇일까? 일단 이 방식을 활용하면 짧은 순간 SNS 상에서 큰 이슈를 모을 수 있다. 출시 전에 관심을 끌고, 그렇게 관심을 얻은 제품을 누군가 사면 그 무용담이 다시 SNS에 업로드 된다. 이슈가 이슈를 낳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도 ‘드롭’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협업’이 이슈가 됐지만, 이제는 너무나 흔해져 예전처럼 관심을 끄는 게 어렵다. 과거 협업이 했던 역할을 ‘드롭’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가 ‘드롭’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산업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지금껏 명품 브랜드가 왜 일 년에 두 번씩 컬렉션을 발표해왔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생산과 유통 구조로 설명된다. 패션 브랜드가 옷을 만들면,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 ‘누군가’는 바로 백화점 바이어와 거대 소매상이다.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은 좀 더 만들고, 수요가 없는 제품은 생산을 제한했다. 시즌에 맞춰 그들에게 납품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전에 컬렉션을 선보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수많은 온라인 매장이 등장해 생산된 제품을 바로 입고시킬 수 있게 됐다. 제품 역시 SNS 채널 등을 이용해 잠정적 고객들에게 바로 광고할 수 있다. 온라인 매장에도 납기는 있지만, 꼭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입고시킬 필요는 없다. 한 번에 입고시키면 도리어 화제성이 떨어진다. 굴지의 패션 기업 LVMH와 케어링이 올해 가장 강조한 화두 역시 ‘온라인 판매 강화’였다. 이는 매장에서 팔던 제품을 그저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판매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속도, 구매층, SNS, 화제성 등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연산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인 버버리, 몽클레르, 셀린이 ‘드롭’ 시스템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이를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순 없다. 누군가는 일년 내내 뉴스를 만들고 화제를 모으는데, 6개월에 한 번 정규 컬렉션만 준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드롭’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자본을 가진 명품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드롭’ 방식을 활용하면, 더 요란하고 화려하게 이슈를 만들 것이다. 이제 ‘드롭’을 하느냐 마느냐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누가 어떻게 더 화려하게 이슈를 만드느냐가 SNS ‘드롭’의 관전 포인트다.

 

    에디터
    GQ DIGITAL
    박세진('패션 vs 패션' 저자)
    사진
    몽클레르,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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