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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2019.01.16GQ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퍼지며서 DIY 인공지능 제작자들도 함께 출현하고 있다.

1975년 늦은 겨울,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이곳저곳의 게시판에 종이 한 조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당신의 컴퓨터를 직접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뭔가 다른 디지털 마법 상자라도? 만일 그렇다면 이 모임에 오고 싶을 거예요.”

이 초대장에 이끌린 32명이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있는 어느 차고에서 열린 홈브루 컴퓨터 클럽의 첫 모임을 찾았다. 홈브루 컴퓨터 클럽은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새롭고 저렴한 부품의 잠재력에 흥미를 느낀 동호인의 모임이었다. 첫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은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젊은 엔지니어였다. 그는 나중에 스티브 잡스라는 친구를 클럽에 데려왔다. “한 개인도 기술적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진보가 꼭 큰 회사나 대학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죠.” 은퇴한 기업가이며 역시 그 첫 모임에 참석한 렌 슈스텍의 말이다. “이제 같은 일이 인공지능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전에는 모호했던 인공 신경망이라는 기술 덕분에 컴퓨터의 언어 및 화상 이해력은 2012년부터 급격히 향상되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숙달하려면 강력한 컴퓨터, 수년에 걸친 연구 경험, 그리고 심오한 수학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 당신이 이 모든 걸 지니고 있다면, 축하한다. 이미 당신은 엄청나게 복잡한 인공지능 전략으로 세상을 바꾸느라 경쟁하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일류 대기업에서 두둑한 급여를 받는 직원일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패권을 향한 싸움은 누구나 집을 수 있는 도구와 부품이 널린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일류 과학자들과 앱 제작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체 제작한 인공지능 제작 도구 중 일부를 연구 성과와 함께 무료로 배포했다. 이제 해커와 동호인들은 실리콘 밸리의 가장 대담한 상상을 주도했던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기술을 주무르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의 연구자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어요.” 구글과 바이두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기업가인 앤드루 응의 말이다.

응과 같은 사람들은 아마추어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증가에 큰 희망을 품고 있다. 그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이 실리콘 밸리로부터 물리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멀리 퍼져 나가서, 테크 기업의 외부자들이 각자의 우선순위 및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신경망을 “훈련”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고 싶어 한다. 응은 어느 날 인도에 사는 누군가가 온라인 영상에서 배운 인공지능으로 현지의 물을 더 안전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드는 상상을 즐겨 한다. 물론 DIY 신경망이 앞서 말한 사례처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작년 말, 레딧의 어느 계정에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출연한 것처럼 보이는 포르노 비디오가 올라왔다. 이 영상은 레딧의 지저분한 구석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성인 비디오 사이트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주의 깊은 시청자들은 갤 가돗의 얼굴이 이따금 깜박거리거나 헐거운 가면처럼 머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눈치 챘다. 게시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상은 가짜이며 포르노 비디오에 나온 배우의 표정에 대응하는 갤 가돗의 얼굴을 만들어내도록 신경망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어서 그들은 누구든지 이와 같은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조작한 영상)” (1)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코드와 기법을 온라인에 배포했다.

DIY 인공지능의 시대가 그저 달콤하고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부 어둡고 포르노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개별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각각의 표현은 놀라울 것이다. 대중이 컴퓨터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 선구자들은 보여준다.

(1) DARPA(국방고등 연구계획국)는 영상 위조를 색출하는 방식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2016년에 시작했다. 그중 한 기법은 부자연스러운 눈 깜박임이 없는 영상을 검색하는 식이다. 문제는 포르노에 국한되지 않는다. 딥페이크 비디오는 이미 정계를 더럽히고 있는 허위 정보와 관련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Shaza Mehdi

식물이 탄저병에 걸렸어
조지아 주립대학 컴퓨터공학과의 신입생 샤자 메디는 한눈에 식물의 질병을 알아낼 수 있도록 인공 신경망을 훈련시켰다.

샤자 메디의 집 앞 뜰에 있는 장미 덤불은 아름답지만 병에 걸리기 쉽다. 지난해 어느 날, 스타트렉 팬 메디는 트라이코더처럼 스마트폰으로 식물의 질병을 진단하면 어떨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지아주 로렌스빌의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컴퓨터가 그 방법을 알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했다. 곧 그는 나일 레브넬이라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손톱을 다듬으면서, 그리고 학교 근처의 와플 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인공 신경망을 만들었다.

메디는 코드 짜는 법을 모른다.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은 격려만 가능한 비전문가였다. 학교는 컴퓨터 공학의 입문 과정조차 제공하지 못했다. (2) 메디는 집에서 키우는 개인 테디와 함께 밤에 침대에 누워 성능이 떨어지는 델 노트북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과 인공 신경망의 기초를 유튜브 영상 및 온라인 강좌로 독학했다. 버그를 만나면 온라인 포럼의 낯선 이에게 물어봤다. “버그는 정말로 짜증났어요.” 그는 쾌활하게 떠올린다.

메디는 특히 피부암 식별에 관해 피부과 전문의에 비할 만한 인공 신경망을 제작한, 스탠포드 대학 연구자의 유튜브 비디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온라인 강좌를 통해 그 연구자의 기법을 자신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1단계, 화장실과 찻주전자 같은 일상적 사물을 인식하도록 훈련된 소프트웨어를 받았다. 2단계, 메디는 웹을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모은 약 1만 개의 병든 식물 사진을 분류하고 입력해서 소프트웨어의 시각을 조정했다.

2017년 말, 그녀는 마침내 플랜트MD라 이름 붙인 앱 테스트를 진행했다. 메디는 잎에 난 옅은 녹색 얼룩과 갈색 반점 때문에 병들어 보이는 포도 덩굴을 불안하게 바라봤다. 얽은 자국이 난 잎이 스마트폰 화면의 초점 안에 잡혔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시간이 훨씬 더디게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도 덩굴 탄저병”이라는 문구가 화면 위에 깜박였다. 재빨리 웹 검색으로 진단 내용을 확인했다. 새눈무늬병이라고도 불리는 곰팡이 감염의 명백한 사례였다. “너무나 다행이었어요.” 메디는 회상한다. 트라이코더는 작동했다.

(2) 농촌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고작 29퍼센트, 도시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34퍼센트만이 컴퓨터 공학 과정을 제공한다. 교외 지역의 비율은 약 45퍼센트다. 메디는 ‘시인을 위한 텐서플로우’와 같은 강좌를 통해 독학했다.

 

Robbie Barrat

인공 신경망에 가사의 마무리를 맡겼지
독학 프로그래머 로비 배럿은 인공지능의 힘을 예술에 활용해 힙합 라임을 만들고 독특한 패션을 디자인한다.

로비 배럿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농촌 지역에 있는 중학교에 다녔다. 현지의 재활용 센터에서 구식 컴퓨터를 가져와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이어서 그는 가족이 소유한 농장에서 코드 짜는 법을 독학했다. 어느날 컴퓨터의 창조성에 대해 친구들과 논쟁한 뒤 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시작했다. 배럿의 대응은 인공 신경망에 카니예 웨스트의 가사를 훈련시켜 랩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었다. (맛보기로 두 줄: 주사 한대가 당길 거야, 자기는 신이 났었지/내 마요네즈색 벤츠의 엔진을 돌리지.”) 학교에서 배럿의 친구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가사를 좋아했지만 몇몇 어른은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인공 신경망이 너무 건방지다고 약간 화를 냈어요.” 그가 말했다.

배럿은 입이 거친 인공지능 시스템 덕분에 농장을 떠날 수 있었다. 그의 성적은 수학이나 컴퓨터 공학을 배우고 싶은 학교에 들어갈 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젝트 덕분에 실리콘 밸리 중심부에 있는 어느 자율주행 차량 프로젝트 인턴십 자리를 쉽게 얻었다. 그곳에서 스탠퍼드 대학으로 옮긴 뒤 지금은 생체의학연구실에서 일하며 약품으로서의 잠재력이 있는 분자를 식별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예술을 만드는 인공 신경망 훈련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요즘 배럿은 남는 시간에 패션쇼의 영상과 사진을 사용해 인공지능이 생성한 새로운 옷을 입은 모델 사진을 만든다. 그 결과물은 얼룩덜룩하고 엉망진창이며 괴상하다. 장딴지 주위에 가방을 두른 바지나 한쪽에 거대한 주머니가 매달린 스웨터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하지만 배럿은 이러한 결과물을 진짜 의상으로 만들어낼 디자이너와 작업 중이다. 그는 이걸 입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Daisuke Tahara

직원이 없는 세탁소에 오세요
다이스케 타하라는 온라인에서 배운 머신러닝으로 가업인 드라이클리닝 사업의 일부를 자동화시켰다.

드라이클리닝은 일본의 작고 오래된 도시에서 하는 따분하고 고된 일이다. 다이스케 타하라의 가족은 후쿠오카현에 있는 인구 약 5만 명의 쇠락해가는 도시 타가와에서 8곳의 드라이클리닝 세탁소를 운영 중이다. 이런 도시에서 좋은 직원을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3) 그래서 타하라는 컴퓨터, 정확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력을 보완하고자 했다.

먼저, 38세인 타하라는 주문 기록 및 추적을 실행하기 더 좋은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해 사업 구조를 현대화시켰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이 첨단기술 경험이 부족해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그들은 쉽게 까먹었어요.” 타하라는 말한다. 그래서 이 독학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가 고객의 옷을 그냥 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머신 러닝에 관한 글을 읽고 영어 및 프로그래밍 기술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세탁소에서 정장, 셔츠, 치마, 기타 의류의 사진 4만 장을 찍고 이를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했다.

2018년 7월부터 타하라는 가게 중 한 곳에서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고객은 카머리 위에 카메라가 설치된 테이블에 옷을 내려놓는다. 그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옷을 살펴보고, 이어서 태블릿 위에 확정을 위한 판단 결과(셔츠 두 장, 재킷 한 벌)를 띄운다. 보통 처음에만 직원이 고객을 도와주면 된다. 그 이후 고객은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타하라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직원들도 그의 창조물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일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일자리를 없애기 위한 구실로 이 프로젝트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사업 확장에는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시스템만 있고 직원은 없는 가게를 열고 싶어요.”

(3)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2050년까지 약 20퍼센트 감소하는 한편 근로 연령 인구는 거의 3분의 1로 급락한다.

 

Will Roscoe

축소판 웨이모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윌 로스코가 자신이 만든 자율주행 차량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가 얼기설기 조립한 이 차량은 자율주행 대중교통에 관한 개념 증명이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어느 창고에서, 소수의 너드들이 모여서 윌 로스코가 엄지손가락으로 전화기를 두드리는 걸 지켜보는 중이다. 그의 발끝에는 플라스틱 차체를 벗긴 RC카 한 대가 흠집 투성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노란색과 흰색 테이프로 표시한 레이스트랙을 달리기 시작한다. 로스코는 추가로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는다. 카메라와 한 뭉치의 전자장비를 케이블타이로 위에 묶어놓은, 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차의 이름은 동키카다. 로스코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웨이모가 만든 자율주행 미니밴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데 쓰는 것과 유사한 신경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토목을 전공한 로스코는 정치적 좌절 때문에 동키카를 만들었다. 2016년, 그는 베이 에어리어의 지하철 망 BART 이사회 구성원 선거에 출마했다. 열차를 자율 주행 전기 버스로 교체해 수송 인원을 늘리겠다는 야심찬 공약과 함께였다. 그런데 2위도 아닌 3위에 그쳤다. 직접 파인트 잔 만 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면 유권자들에게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공상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고, 그땐 그들이 자신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작은 크기에서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로스코는 말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타이밍이 완벽했다. RC카 해킹만 다루는 어느 로봇 공학 동호인 모임이 근처의 버클리에서 첫 번째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로스코는 거기서 아담 콘웨이라는 동료 제작자를 만났고, 콘웨이가 자동차 제작을 제안했다. 독학으로 코딩을 배운 로스코는 구글이 만들어서 오픈소스로 배포한 텐서플로우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RC카 모임의 참가자로부터 신경망 코드를 빌려오기도 했다. 로스코가 만든 최종 버전은 시험 주행하는 인간의 조작을 보며 주행을 학습한다. 그는 수호동물로 여기는 당나귀, 즉 아이들에게는 안전하지만 진부하게 우아하지 않고 반항적이기 일쑤인 동물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로스코와 콘웨이는 그들이 만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일체를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개했다. 지금 동키카는 홍콩, 파리, 멜버른에서 달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오클랜드의 어느 창고에서 9대의 자작 자율주행 자동차가 트랙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소심해 보이는 고등학생 3인조가 만든 동키카도 있었다. 또한 이 차량들은 경주용 트랙을 넘어서는 모험 (4)의 시작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사는 두 명의 동호인은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도록 동키카를 개조했다. 오클랜드에서 로스코가 만든 동키카의 서스펜션에는 낙엽이 쌓여 있다. “동키카를 보도에서 달리게 했거든요.” 로스코가 부연한다. “심지어 목줄도 달았어요.”

(4) 만일 떠돌아 다니는 동키카가 당신 앞으로 달려온다면 어떻게 멈추게 할까? 로스코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발을 앞에 갖다 대면 돼요.”

    에디터
    Tom Simonite
    포토그래퍼
    Peter Prato, Irina Rozovsky, Taro Ka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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