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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가 권하는 아름다운 일상

2019.01.22GQ

보테가 베네타가 권하고 싶은 건, 매일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이다. 그래서 일상이 행복해지는 예쁜 것들을 만든다.

초대장 봉투는 아주 부드럽게 뜯겼다. 잘 익은 복숭아 껍질을 벗기거나 따뜻한 빵 위에 버터를 바를 때처럼 기분 좋은 이완을 느꼈다. 카드에선 고급 잉크 냄새가 연하게 났고 글씨는 심플하고 단정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늘 이런 식이다. 사소한 것일수록 더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다. 그래서 보테가 베네타라는 철자 자체가 아름다운 단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다니엘 리의 첫 번째 프리폴 컬렉션을 처음 공개하는 장소를 도쿄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정한 것도, 보테가 베네타다운 방식이다. 플래그십은 브랜드의 홈이다. 중요한 손님을 청할 때 집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친밀하고 사적이며 따뜻한 초대. 긴자 한복판에 청청하게 선 보테가의 새 건물은 무척 세련되고 날렵해 보였다. 매끈한 은색 정사각형 메탈 패널을 9백 개 이상 붙여서 만든 정면은 인트레치아토를 자연스럽게 연상시켰는데,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이쪽에서 저쪽에서 한참을 보고 싶게 만들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식물의 청량한 향과 이국적인 달콤한 향이 동시에 났다. 플로어 곳곳의 식물들은 단순한 선의 구성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고전 꽃꽂이 기술 ‘이케바나’를 적용해 정갈하고 침착했다. 꽃 장식마저 햇빛이 아닌 달빛처럼 만드는 게 보테가 베네타의 본질이다. 메이지 시대 일본의 전통 다과인 콘페이토의 향을 맡으면서 층마다 각각 다르고 또 비슷한 우아함을 따라갔다. 들메나무 나뭇결에서 힌트를 얻은 오크나무 바닥, 테페이 세키 슬레이트, 페르시안 레드 트래버틴, 해머드 오크 테이블…. 인테리어 소재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전통을 조화롭게 섞었고 공간의 분위기는 1960년대에 빛과 기하학적 패턴 위주로 작업한 아티스트의 취향을 재현했다. 고요가 흐르는 계단과 통로를 따라 6층 건물을 오르내리는 동안, 굉장히 취향이 탁월한 젊은 부부의 집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쇼핑을 위한 공간이지만 차갑거나 상업적이지 않고, 따뜻한 환대와 조용한 온기가 건물 안에 부드럽게 배어 있었다. 공간도 아름다웠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다니엘 리의 새롭고도 새로운 옷과 액세서리였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몸을 따라 흐르는 아주 고급스러운 옷들. 캐시미어, 실크, 울, 코튼, 시어링 소재의 옷들은 번쩍이거나 소란스러운 장식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만져보고 입어보고 결국은 내 옷장에 걸어두고 싶게 만드는 건 좋은 소재와 견고하게 완성된 세부다. 다니엘 리가 만든 보테가 베네타의 프리폴 컬렉션은 정확히 그 지점에 있다. 코도반, 에스프레소, 앰버, 옥스 블러드 등의 내추럴한 색깔을 기본으로 화이트, 밀라니즈 블랙 등의 대조적인 색깔을 섞고 골드와 가죽을 대범하게 썼다.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써본 경험이 이뤄낸 진정한 럭셔리. 도시 여성에게 꼭 필요한 샤프하고 모던한 옷들로 이뤄진 여성 컬렉션은 궁극적으로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를 표현한다. 남성복은 시즌 상관 없이 활용도가 높은 피스들로, 테일러드, 캐주얼, 스포티한 스타일을 모두 포용한다. 결국 모두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행복한 매일을 살 수 있도록, 보테가는 자꾸만 더 예쁜 것들을 만든다.

    에디터
    강지영
    포토그래퍼
    Nacása & Partner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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