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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의 중심 ‘여진구’

2019.01.23GQ

여진구는 요즘 부쩍 철이 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 깊고 낮은 목소리로.

웨스턴 재킷, 코치 1941.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두 토마스 사보.

 

스웨터, 준지. 베레, 김서룡 옴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김서룡 옴므. 네크리스, 토마스 사보.

 

트렌치코트, 우영미. 셔츠, 로리엣. 팬츠, 휴고 보스. 스니커즈,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오디너리 피플.

 

러플 셔츠, 장광효 카루소. 네크리스와 링, 모두 토마스 사보.

이제 스물세 살이 됐네요. 나이에 비해 조숙한 느낌이 있는 거 알고 있죠? 얘기는 종종 듣죠. 저는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과 있을 땐 평범한 20대 초반 남자애거든요. 근데 요즘은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우리도 이제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구나’ 싶죠.

아역으로 데뷔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잖아요. 그땐 오히려 온실 속 화초 같았어요. 예쁨만 받았죠. 다들 “아이구, 우리 진구” 하면서 엉덩이 두드려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고. 하지만 성인이 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더라고요. 책임감 같은 게 느껴진달까? 이렇게 철이 드는 건가 봐요.

철이 든다라. 그게 뭘까요? 글쎄요. 제대로 들어봐야 알 것 같기는 한데…. 살면서 자연스레 책임질 일이 늘어나잖아요. 그걸 외면하지 않는 자세라든가, 제대로 마주하려는 의지 같은 게 아닐까요? 저는 선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아니면 어린 나이에 충무로 기대주가 된 것에 대한 부담이 없냐는 질문을 지금까지 꽤 많이 받았잖아요. 그때마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했고요. 그런데 정말 그래요? 그게 가능한가요? 솔직히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다곤 못 하죠. 하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생각에 빠지면 오히려 더 못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리고 촬영장엔 저보다 더 고생하는 수십, 수백 명의 스태프가 있잖아요. 저는 단지 카메라 앞에 선다는 이유만으로 응원을 받고요. 그러니까 주눅들어 있을 순 없어요. 주변 사람들을 믿어야죠.

이제 곧 드라마 <왕이 된 남자>가 첫 방송을 하네요. 계속 촬영하고 있죠? 힘든 점은 없나요?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힘든 것까진 아닌데 요즘 날씨가 엄청 춥잖아요. 야외 촬영을 하다 보면 입이 얼어서 발음이 자주 꼬여요. 특히 아바마마, 어마마마, 이런 단어들.

이번에도 사극이네요. 잘 어울려요. 일단 목소리가 깊고 좋으니까.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가끔은 양날검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언젠가부터는 이러다가 목소리에 갇혀버리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목소리가 여진구의 캐릭터를 한정 짓고 있다? 지금은 굉장히 큰 무기죠. 하지만 과제이기도 해요. 단지 목소리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하며 음성을 바꾼 것처럼, 저도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여러 색깔로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제대로 트레이닝도 받아보려고요.

쉬는 날엔 뭘 해요? 보통은 집에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보고, 마트에서 장 봐다가 요리도 해 먹고. 저 요리하는 거, 먹는 거 둘 다 진짜 좋아하거든요.

연애는 안 해요? 혹시 아직도 안 해봤어요? 한동안 연애하고 싶다고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녔잖아요. 네, 슬프게도…. 결국 대마법사가 됐습니다. 하하.

음, 믿기진 않지만 속는 셈치고 믿기로 하죠. 근데 외롭지 않아요? 당연히 외로울 때도 있죠. 하지만 곁에 누가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면서요. 그게 더 서럽고 슬프다던데, 전 그럴 일은 없잖아요. 연기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제 삶이 극중의 캐릭터나 역할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외로울 때가 특히 그래요. 그러면 ‘아, 내가 지금 외롭구나’ 하죠 . 근데 뭐 별다른 걸 하진 않고. 좀 이상한가요?

연기에 너무 빠져 있는 거 아닌가요? 언젠가 배우가 지긋지긋해지면 그땐 뭘 할 거예요? 아마도 여행? 혼자 여기저기 막 다녀보고 싶어요.

여행을 직업으로 삼을 순 없잖아요.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밌거든요. 그래도 여행 가이드라든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써서 책을 낸다든가….

맞다. 시 좋아하죠?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안 어울려요? 저도 시 좋아해요. 엄청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요. 한동안 근사한 시를 써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절대 안 되더라고요. 하하하. 역시 여행 시인은 포기해야겠네요.

연기 말고 요즘의 관심사는 뭐예요? SNS를 좀 공부해보려고요. 예전엔 제 일상을 공유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하게 생각하려고요. 시대에 발도 맞추고.

보통 SNS를 “해야겠다”고 하지 “공부해야겠다”고 말하진 않잖아요. 전략적으로 해보겠단 뜻인가요?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SNS도 잘하려면 이것저것 알아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할 거면 제대로 열심히 하는 게 좋죠. 팔로워도 늘리고, 친구나 선배들 계정에 가서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고….

올해의 계획은 뭐예요? 작년엔 좀 쉬었으니까 올해는 열심히 활동해야죠. 그러면서 틈틈히 영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피아노도 다시 배워보고 싶어요.

갖고 싶은 건 없어요? 딱히 물건 욕심은 없어요. 좋은 차, 명품 시계, 그런 건 아직 모르겠고, 굳이 고르라면 피아노겠네요. 근사한 그랜드 피아노요.

    에디터
    윤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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