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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여행법

2019.02.20GQ

당일치기 여행, 완벽한 현지식 여행, 혼행. 새 시대의 여행자들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누비고 다닌다.

비성수기 단기간 여행
‘잦은 여행’은 밀레니엄 세대를 특징짓는 잣대 중 하나다. 소셜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여행 특가, 저가항공사의 등장, 개방된 국경, 전자 비자 덕분에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여행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주일 이상의 긴 여름휴가보다 짧게, 자주 가는 여행이 대세라고 예측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제 여행은 독서보다 흔한 취미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호텔스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1년에 최소 1회 이상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답했으며, 98%가 ‘1년에 최소 1회 이상 국내 여행을 떠난다’고 밝혔다. 성수기, 휴일, 방학 대신 비수기, 평일을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33%로, 성수기에 여행한다고 답한 비중 30%를 넘어선다. 익스피디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연휴나 유급휴가를 활용하는 대신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더 자주, 더 간편하게 떠나겠다’는 여행객이 32%에 달했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조사 결과 블로그나 SNS에서 ‘당일치기’를 언급한 양이 2016년 대비 2018년에 6배가량 급증했다. 틈만 나면, 틈을 비집고서라도,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이다.

유명 관광지보다 로컬 레스토랑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미국의 한 기관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7%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력한 기억은 경험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시의 랜드마크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거리를 탐험하거나 독특한 거리 음식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남극 대륙을 방문하거나, 두바이 사막에서 모래 서핑을 하거나,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쫓고 싶어 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을 방문해 쿠킹 클래스를 들으며 찍은 셀카 한 장이 값비싼 가방이나 시계를 샀을 때보다 더 큰 부러움을 사는 시대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체험 역시 현지 스타일의 맛집을 찾는 것. ‘먹을 만한 게 있냐, 없냐’가 여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스카이스캐너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시 비용을 가장 너그럽게 쓰고 싶은 분야로 식사가 1위를 차지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먹고, 마시고, 현지인처럼 인생을 즐기는 것이 곧 여행이다.

SNS의, SNS에 의한, SNS를 위한 여행
현대인의 필수품인 SNS는 여행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밀레니얼 시대의 대부분은 여행 정보를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에 꽂혀 여행이 시작되고, 주요 여행지와 여정을 모두 결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수시로 인증하며, 그때그때의 피드백으로 다음 여행지를 정하기도 한다. 영국의 스코필드 보험사가 18세~33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답했다. 그래서 특히 여행지 중에서도 폭포와 산꼭대기가 인기다. 전 세계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한 호텔스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폭포에서 셀카 찍기’와 ‘산꼭대기에서 인증사진 찍기’를 버킷리스트로 삼는 여행자가 48%라고 한다. 여행객들이 SNS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자 주요 여행지의 호텔들은 로비의 벽도 그냥 둘 수가 없게 됐다. 파스텔 컬러와 같이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독특한 색으로 바꿨다. 이제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에는 SNS가 있다.

나 홀로 여행
혼밥, 혼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혼행(혼자 하는 여행)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행을 통해 인터넷으로 조밀하게 연결된 숨막히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분을 즐긴다. 여행 메이트를 찾는 일, 그들과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것도 혼행이 많아지는 이유다. 이제 여행객들은 점점 패키지 여행에서 등을 돌리고 있으며 갈수록 개인화되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글로벌 여행사인 트래블 리더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의 36%는 향후 솔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행객 사이에서도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 중인 ‘혼행객’이 24%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혼자여서 심심할 땐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밋업(Meetup)이나 에어비앤비 트립을 이용해서 현지인의 이벤트에 참여하면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발리에서 요가를, 말리부에서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이벤트에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하지만 그냥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즐겨도 좋다. 무엇을 하든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 그게 혼행의 묘미니까.

갔던 곳을 다시 찾는 여행
밀레니얼 세대는 같은 여행지를 반복해서 찾으면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남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스카이스캐너가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한 번 방문했던 여행지를 다시 찾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곳을 3회 이상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31%, 같은 곳을 5회 이상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13%나 된다. 같은 여행지를 되찾는 이유로는 ‘현지 음식과 맛집’의 영향이 가장 컸고, 현지 특유의 분위기와 자연경관, 휴양 시설 등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합리적인 비용과 일정 등 현실적인 이유도 컸다. 가장 인기 있는 재방문 여행지는 제주이며,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 태국 방콕이 뒤를 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같은 곳이라도 매번 새로운 골목길을 찾아내며, 그 도시의 낯선 면을 결국 또 찾아내고 만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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