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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에반스는 왜 <미녀와 야수>와 <분노의 질주>에 출현했을까?

2019.04.20GQ

루크 에번스는 지금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을 살고 있다. 노래하고, 연기하고, 사랑하며.

스웨이드 재킷, 티셔츠, 모두 토즈.

바이커 재킷, 티셔츠, T 로고 드라이빙 슈즈, 선글라스, 모두 토즈.

워싱 데님 재킷, 화이트 셔츠, 모두 토즈.

리넨 라이닝 재킷, 블루 셔츠, 리넨 팬츠, 스웨이드 로퍼, 선글라스, 모두 토즈.

스웨이드 블레이저, 스트라이프 셔츠, 데님 팬츠, T 로고 드라이빙 슈즈, 선글라스, 가죽 팔찌, 모두 토즈.

가죽 트렌치코트, 베이지 셔츠, 화이트 데님 팬츠, 모두 토즈.

아웃포켓 셔츠, 화이트 데님 팬츠, 라이닝 스웨이드 로퍼, 가죽 팔찌, 모두 토즈.

로고 티셔츠, 토즈.

“웨일스 청년은 인생의 전성기를 사는 중이다.” 루크 에번스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문구예요. 지금은 당신 인생의 전성기인가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 전 제 인생을 최대한으로 즐기고 있거든요. 물론 지금 제 인생에 즐겁고 완벽한 날만 있지는 않죠. 하지만 전 주어진 상황을 잘 활용한다고 생각해요. 전 인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거기서 최선을 다해 뭔가를 얻어내는 사람이거든요.

웨일스에서 나고 자랐죠. 그 수줍음 많던 웨일스 소년은 여전히 당신 안에 있나요? 그 소년은 여전히 내 안에 있어요. 행사에 갈 때마다 제가 웨일스 시골 마을에서 온 소년 같다고 느끼죠.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이 있는 방에 들어갈 때면 여전히 떨리고 부끄러워요. 점점 더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날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보다 더 의식하게 돼요. 다른 배우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날 보고 있고, 의식하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신경써요.

뮤지컬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당신은 여전히 노래 부를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해 보여요. 어릴 때부터 노래했나요? 노래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언제나 제 첫사랑일 거예요. 제 인생의 첫 기억에도 노래가 있어요. 할머니와 돌아가신 대고모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셨죠. 저희 부모님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묻는다면, 노래라고 답하실 거예요. 어릴 때는 교회에서 노래했고, 집에선 아버지가 1960~1970년대에 수집한 LP의 노래들을 따라 부르곤 했어요. 노래는 악기처럼 손에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선물이잖아요. 제 안에 이미 있으니까. 노래의 힘은 제 안에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그럴 때면 제 목소리와 영혼이 이어지는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노래를 사랑하던 루크 에번스는 열여섯 살에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죠. 학교를 나와 신발가게에서 일하며 15파운드씩 벌어서 노래와 연기 수업을 받았고요. 학업을 계속하지 않은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하. 대신 일자리를 얻어 돈도 벌고 자유를 얻었죠. 먹고살 만한 상황이 되고 얼마간 돈이 모이자마자 노래 수업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이 제게 꿈을 꿀 수 있는 힘을 준 사람이에요. 때론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삶을 돌아보고 자기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힘이 생겨요. 이건 예술가, 가수, 벽돌공, 기자, 어떤 직업이라도 그럴 거예요. 제겐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요.

꿈을 정한 뒤론 한순간도 쉰 적이 없어요. 런던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했고, 할리우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낮에는 서빙하고 밤에는 공연하며 미국 가는 비행기 티켓값을 벌었죠. 결국 30세에 할리우드로 진출했고요. 남들이 보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나이지만, 1년에 대여섯 편씩 찍으며 할리우드에 빠르게 자리 잡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쉬지 않고 일했어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시작하면, 엄청난 갈망이 생겨 도저히 멈출 수 없어요. 처음 몇 년간은 다른 사람들을 빨리 따라잡고 싶어 많은 영화에 출연했어요. 이력서에 쓸 출연작이 있어야 제가 진짜 배우고, 일하고 배울 의지가 충만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았고요. 몇 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연간 출연작 수가 줄어든 대신 배역의 크기와 책임은 그만큼 커졌죠. 어쨌거나, 전 프로의식이 굉장히 투철한 배우예요. 하하. 아주 근면한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세상에 공짜는 없고,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죠. 그런 태도가 제 몸에 배어있고요. 인생을 살 때는 그 무엇도 당연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꿈꿨던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제 인생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해요.

데뷔 초에는 제우스나 아폴론 같은 위엄 있는 신을, 이후엔 사이코패스, 드라큘라 같은 악당 캐릭터를 주로 맡았어요. 대개 인간적이라기보단 비인간적으로 근사한 캐릭터들이었죠. 제작자들이 루크 에번스의 얼굴에서 어떤 드라마틱한 면모를 읽는 걸까요? 질문 안에 답이 있는데요? 하하하. 감독, 제작자들과 대화할 때, 그들은 제 외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해요. 전 얼굴의 선과 주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기하는데, 이런 표현 방식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간 맡아본 가장 어두운 역을 연기할 때도 인간미를 표현할 수 있었고요. 비인간적인 인물에게서도 인간미를 찾아내기에 그런 역할들을 맡긴 것 같네요. 하지만 전 악당이 아닌 아버지나 영웅 역도 할 수 있죠. 솔직하게 말할게요. 전 제 재능을 사랑해요. 사람들이 이 재능을 알아봐준 덕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요.

<미녀와 야수>, <분노의 질주>,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등 블록버스터부터 <원더우먼 스토리>, <10x10> 같은 인디 필름까지 필모그라피들의 폭이 넓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출연작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성이에요. 같은 역할을 반복하고 싶지 않거든요. 커리어 초반에 ‘사극 액션 전문 배우’라는 이상한 별명이 생겼는데, 당시에는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별명이 굳어지면서,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를 자르고, 다른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죠. 인디 영화에서 시도한 연기와 모습들을 통해 감독들이 날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엔 <원더우먼 스토리>처럼 여성 중심 서사에 서포트를 해주는 역할들을 해왔어요. 이 영화 스틸을 포스팅하며 #women_rule_the_world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최근 할리우드에서 고정된 젠더 역할을 탈피하는 젠더스왑의 시도가 늘어나는 흐름에 대해 당신은 열려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 맞나요? 마스턴 교수 역을 하게 되면서 총 3명의 여성 감독과 작업할 기회를 가졌어요. 모두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였죠. 최근 할리우드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확실히 느껴요. 그런 흐름, 그런 영화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멋지고 특별한 일이었죠. 이야기의 다양성은 정말로 중요한 문제니까요.

패션에서, 남자의 가장 큰 실수는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 적 있죠? 그 생각은 그대로예요. 누구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와요. 요즘은 레드 카펫에서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게 무척 기뻐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다양한 턱시도는 물론 턱시도가 아닌 의상들까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마음에 들죠. 패션, 특히 남성 패션이 다채로움을 추구할 때가 왔어요. 그렇지 않아요? 턱시도만 입는 지루한 시절이 너무 길었죠.

올해는 루크 에번스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올해 개봉하는 뤽 베송 감독의 <안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미드웨이>에도 출연하죠. 물론이요. 이 캐릭터들로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거예요. 뤽 베송 감독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같은 거장은 지금까지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왔잖아요. 그런 감독과 일하는 첫날은 좀 긴장됐어요. 자신의 힘과 명성에 사로잡힌 사람일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작업해보니, 두 감독 모두 인간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탁월하며,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볼 기회를 얻었다는 면에서, 그리고 좋은 감독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생산적인 해인 셈이죠.

인스타그램이나 출연한 쇼 프로그램 등을 보면 당신은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 같아요. 실제 루크 에번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전 절대적으로 행복하고, 즐겁고, 긍정적이고, 외향적이고, 너그럽고, 친절하고, 사람을 좋아해요. 웬만해선 그래요. 하하하.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만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재단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알고 있듯이, SNS엔 최고의 순간들만 올라오고 나쁜 순간은 안 보이잖아요?

지금이 아무리 루크 에번스의 전성기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이면에 그림자가 없을 순 없을 테니까요. 맞아요. 제 인생이 완벽하다거나, 전 늘 행복하고 꿈 같은 삶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해요. 아무리 제가 지금 인생 최고의 순간을 살고 있다고 해도 말이죠. 인생 최고의 순간을 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날은 있고, 저 역시 그러니까요.

요리를 잘하는 걸로 유명한데,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뭔가요? 요리와 제빵 고수인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오븐을 무서워하지 않고 실험할 수 있었죠. 특이하지만, 전 대접해야 할 사람이 많을 때 요리가 잘돼요. 한 명을 위한 요리는 서툰데 열 명을 위한 요리는 자신 있죠. 칠리 콘 카르네와 오븐에 구운 저녁 만찬 전반엔 자신 있어요. 언제 제 솜씨를 보여주고 싶네요.

루크 에번스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건 뭔가요? 지금 제 바로 옆에 있어요. 정체는 밝힐 수 없지만, 그 존재에 무척 감사하죠. 절 행복하게 해주는 게 있다면, 그게 뭐든 사랑하고 가꾸고 돌보면서 사랑과 존중을 듬뿍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당신이 샤워 중 열창하는 노래는 뭔지 살짝 말해준다면요? 퀸의 ‘Don’t Stop Me Now’와 아델의 ‘’When We Were Young.’ 지금도 여전해요. 저만 그런가요? 샤워할 때 부르는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잘 안 바뀌네요. 하하하.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안주현, 이지훈 피쳐 에디터 / 이예지
    포토그래퍼
    최영빈
    헤어 & 메이크업
    Vessy Vess
    프로덕션
    Milan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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