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ASMR로 떼돈을 버는 어린 유튜버

2019.04.26GQ

어린 유튜버들이 씹고, 속삭이는 소리로 떼돈을 번다. 이제 돈을 버는 대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Makenna Kelly

열세 살 소녀는 마이크 앞에서 한 움큼의 벌집을 16분간 씹었다. 영상은 다음 날 총 1천2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열세 살의 캘리는 유튜브에서 ‘Life With MaK’를 운영한다. 구독자 수는 1백30만에 달한다.

2018년 6월 3일,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매케나 켈리가 유튜브에 영상 하나를 업로드했다. 제목은 ‘갓 딴 벌집 먹기-입에서 나는 끈적끈적한 소리’였다. 열세 살 소녀는 마이크 앞에서 한 움큼의 벌집을 16분간 씹었다. 속도는 나긋나긋했다. 끈적끈적한 꿀과 침이 섞이며 ‘축축한’ 소리가 났다. 젖은 벌집이 씹히며 내는 소리는 기괴할 만큼 ‘끈적끈적’했다.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바로 다음 날 총 1천2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10월이 되자 켈리의 구독자는 약 1백만 명이 됐다. 그때를 회상하며 켈리가 말했다. “기뻐서 마구 날뛰었어요. 사이다를 터뜨리며 자축도 했죠. 정말 정말 신났어요. 구독자 숫자를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켈리가 올린 영상은 ‘ASMR’ 콘텐츠였다. ‘자율감각 쾌락 반응’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ASMR 영상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청각적 자극을 제공해 감각적인 희열을 느끼게 한다. 신체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자극은 속삭이거나 씹는 소리, 무언가를 긁거나 톡톡 두드리는 소리 등이다. 짜릿한 감각을 유도하는 소리부터 느긋한 기분이 들게 하는 소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켈리가 화제가 된 ‘벌집 먹는 영상’에 대해 말했다. “그저 개인 채널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도해본 거였는데, 뜻밖에 잘 먹힌 거죠.” 켈리가 채널을 만든 건 2018년 3월이었다. 그때만 해도 ‘전통적인’ 영상을 만들었다. 화장을 하거나 외국에서 가져온 과자를 먹는 영상 등 흔한 콘텐츠였다. “정말 흥분됐어요. 많은 구독자를 모으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주변의 10대 소녀들이 다른 가정의 육아를 도우며 용돈벌이를 할 동안 켈리는 50여 개의 ASMR 영상을 녹화하며 2018년 여름을 보냈다. 구독자들은 이메일을 보내 ‘맞춤 영상 제작’을 요청했고, 켈리는 페이팔을 통해 돈을 받았다. 가격은 10분에 50달러, 5분에 30달러. 녹화한 영상은 켈리의 유튜브 채널인 ‘Life with MaK’에도 업로드됐다. “사람들이 희한한 걸 요청하기도 했어요. TV 화면을 톡톡 치는 소리라든지 현악기 줄을 뜯는 소리 같은….” 어떤 사람은 켈리에게 50달러를 보내며 쿠키와 우유를 먹어달라고 했다. 켈리는 핑크색으로 칠한 손톱으로 쿠키를 톡톡 쳐서 조각을 냈다. 이후 입 안에서 우유와 섞이고, 꿀꺽하는 소리를 내며 식도로 넘어갔다. 30만 명 이상이 이 11분짜리 영상을 시청했다.

수의사인 켈리의 엄마 니콜 레이시는 딸이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을 채널이 개설된 지 한 달 후에야 알았다. 요즘은 메일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구독자들이 이메일로 보내는 요구사항을 살펴본다. 부적절한 내용의 메일을 받고 난 후부턴 딸이 메일을 열람할 수 없게 했다. ‘Life with MaK’는 현재 1백3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켈리가 꽤나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하루에 약 5백 달러. 각종 브랜드에서 협찬은 물론 맞춤 영상 제작에 대한 보수도 받는다. 2018년, <보그>는 켈리를 ‘21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21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ASMR 스타는 ‘ASMR 달링’으로 알려진 테일러 달링이다. 스물한 살인 그녀는 2백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광고를 통한 수익도 하루 평균 1천 달러 정도다. 이케아, 소니, 맥도날드, 토요타 등의 글로벌 브랜드도 ASMR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었다. 2018년 10월, 래퍼 카디비가 만들어 올린 ASMR 비디오는 1천3백만 회 이상 조회됐다. 아이들 중 75퍼센트가 유튜버를 꿈꾼다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 아이들 중 상당수는 차세대 뷰티 유튜버나 게임 유튜버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다. ASMR 달링의 뒤를 이어 사람들의 뇌를 살금살금 간지럽히고 싶어 한다.

ASMR은 2010년에 사이버 보안 회사에 다니던 제니퍼 앨런이 만든 단어다. 그녀가 말했다. “몇 년간 생각했어요. 내가 뇌종양 비슷한 걸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신체적 현상이 계속 찾아왔죠. 뭔가를 갈구하는 것 같은…. 답을 찾지 못하니까 심한 망상에 빠지기도 했고요.” 앨런은 1999년부터 인터넷에서 자기와 같은 사람이 또 있는지 부단히 검색했다. 2천 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okaywhatever51838’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SteadyHealth.com’에 남긴 글을 우연히 읽었다. ‘기분을 좋게 하는 기묘한 자극’에 대한 포럼이라도 열자는 것이었다. “누구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어서 비슷한 증상을 앓는 사람끼리 협력해야 했어요.” 앨런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 그룹을 개설했다. 규모는 순식간에 커졌다.

‘기묘한 청각 자극’을 접해본 적 없는 이들은 여전히 ASMR을 이상하게 여긴다. ASMR 스튜디오 여러 곳을 총괄하고 있는 셰필드 대학 심리학과 귤리아 포에리오 박사가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ASMR이 대인 관계에 기인한다는 거예요.” 포에리오 박사는 그 증거로 현재 ASMR 커뮤니티에서 다량으로 등장하고 있는 ‘역할극 비디오’를 제시한다. “온라인에선 특정한 역할로 변신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치과의사, 안마사, 또는 호텔 로비의 직원도 될 수 있죠. 역할극은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겪을 법한 상황을 만들어 쾌락을 끌어내는 거예요. 소리와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반응을 유도하는 거죠.

당연히 논란이 따라붙었다. 2018년 6월, 중국 정부는 ASMR 콘텐츠를 ‘저속한 포르노’라고 규정하며 제작과 시청을 전면 금지했다. 뒤이어 8월에는 페이팔이 맞춤 영상을 통해 돈을 버는 ASMR 제작자들의 계정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ASMR 콘텐츠 소비자가 성도착증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ASMR 영상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으며, 소비하는 사람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6월, 포에리오 박사는 ASMR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연구했다. ASMR 영상을 이미 경험한 사람 50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50명으로 나눠 보여줬다. 기존에 ASMR을 경험한 그룹은 ASMR을 처음 접한 그룹보다 심박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명상이나 음악을 들었을 때의 효과와 비슷했다. 포에리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ASMR을 즐길 때,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셰넌도어 대학교 생물약제학 교수이자 ‘ASMR 대학교’라는 웹사이트 운영자인 크레이그 리처드가 말했다. “ASMR 비디오를 시청하며 얻는 기쁨은 아무 접촉 없이도 세계 최고의 마사지를 받는 것과 같아요.” <뇌 자극 : ASMR로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희열을 느끼는 비결>의 저자이기도 한 리처드는 세계 인구의 약 20퍼센트가 강력한 ASMR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효과를 일으키는 자극은 개인의 선호도에 달렸지만 핵심은 같아요. 간질간질한 소리를 내는 거죠. 리처드는 밥 로스가 출연한 TV 시리즈 <그림을 그립시다>를 보며 ASMR을 느낀다. 물감을 묻힌 페인팅 나이프가 캔버스를 스르륵 문지를 때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

유튜브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4천5백만 개가 넘는 ASMR 영상이 업로드됐다. 특히 작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만든 영상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리처드는 인간의 뇌가 낯선 어른보다 처음 보는 아이를 더 친숙하게 인식한다고 주장한다. 어른보다 아이가 출연하는 ASMR 비디오가 심신을 이완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리처드가 쓴 책의 소제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희열’을 느끼는 데 아이들이 촉매제가 되는 게 옳은 일일까? 예를 들어 다섯 살 된 아오키 허니컷이 껌 씹는 소리에 열광하는 게 과연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 아오키의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화장품을 발라주는 것처럼 설정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역할극’이다. 아오키가 ASMR 영상 제작을 시작한 건 엄마의 영향이 컸다. 그녀의 엄마 데지레 허니컷은 2011년부터 ASMR 영상을 봐왔다. “저는 아이들이 뭔가에 대해서 작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주 편해져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 싶어서 채널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쉽게 잠들 수 있어서 매일 밤 봐요’라는 댓글을 종종 발견해요. 그거면 충분한 거죠. 우리가 하고 싶었던 전부니까요.”

아오키의 엄마는 아이가 영상 찍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촬영을 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느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아오키도 엄마의 립스틱을 바르고 노는 걸 좋아한다. 녹화 중엔 주의가 산만해져서 코를 후비기도 한다. 차이가 있다면 또래 아이들과 달리 엄마의 파우치를 뒤져도, 그 증거가 영상으로 남아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립스틱 몽땅 발라요!” 아오키가 화장하는 영상을 찍는 게 제일 좋다며 활짝 웃었다. “ASMR을 접해본 적이 없다면 이상하거나 소름 끼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오키의 영상은 분명 불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어요. 저희를 별난 사람 취급해도 신경 쓰진 않아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2017년 10월, ASMR을 좋아하는 스물네 살 앤서니 플렉은 한 ASMR 채널에서 절인 오이를 빨고 막대사탕을 핥아달라는 댓글을 보고 신고했다.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성인으로서 아이가 만드는 ASMR 영상을 보고 싶은 데엔 별다른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다가 문제의 댓글을 발견한 거죠. 아이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어떻게 그런 걸 시킬 수 있죠?” 플렉은 해당 채널을 유튜브에 제보하고 ASMR 커뮤니티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동 학대는 망설이지 말고 레드 카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고했죠. 그런데 채널은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채널은 몇 달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유튜브에서 조치한 건지, 채널을 운영하던 소녀가 자발적으로 없앤 건지는 확실치 않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여자애는 학교 이름이 박힌 운동복을 입고 있었어요. 신상이 노출될 수도 있잖아요.” 그는 ASMR 커뮤니티 멤버들이 서로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금 어려운 일이긴 해요. 유튜브에게 뭘 어떻게 하기에는 우린 별로 힘이 없거든요.”

2018년 10월, 매케나 켈리가 올린 역할극 ‘ASMR-건방진 경찰관’ 영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영상 속에서 켈리는 경찰 코스툼을 하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지휘봉을 휘둘렀다. 입술을 깨물거나 푸시캣 돌스의 노래 ‘Don’t Cha’를 부르고, 데이트 앱에 대해 이야기했다. 켈리의 연출은 성적인 매력을 어필한 것처럼 비춰졌다. 켈리의 엄마가 말했다. “안티가 많아요. 영상에서 켈리는 아주 얇은 소재의 할로윈 복장을 하고 있었어요. 브라렛 타입의 속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게 꼭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봐요. 이미 그렇게들 오해하고 믿어버리는데 어쩌겠어요.” 레이시가 말하는 동안 켈리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기획한 역할극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코미디 비디오였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데도 별수 없죠. 제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저속해서 생긴 문제잖아요.” ‘건방진 경찰관’이 업로드된 지 7주 만에 유튜브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문제의 영상에 관해 유튜브에 연락을 취한 지 일주일이 된 날이었다.

유튜브 보안정책 매니저인 클레어 릴리가 말했다. “기술의 진보가 청소년들이 자신을 창의적으로 드러내고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어린 크리에이터와 그 가족을 보호할 책임이 있어요. 새로운 트렌드로 인한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발생하곤 하니까요. 시청자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이 유튜브에서 일하고 있어요. 미성년자가 부적절한 ASMR 영상을 게재하면 삭제하고, 콘텐츠의 수위 규정을 강화하죠.”

유튜브는 지난 11월 켈리의 채널을 3일간 정지시켰다가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복구했다. 하지만 ASMR 콘텐츠를 만드는 어린이들의 활동이 옳은지에 대해선 결단을 미뤘다. 선정적인 요소를 담은 미성년자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이미 금지됐다. 이제 ‘입으로 내는 소리’에 대한 조치를 논할 차례다. 어린 크리에이터를 보호할 책임은 부모에게 있을까, 유튜브에게 있을까? 판단을 유예하는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이 어린아이들에게 떠념겨지고 있다.

Aoki Hunnicutt

유튜브는 약 4천5백만 개의 ASMR 비디오가 업로드됐다고 추산했다.

유튜브에서 ‘ASMR 스타’가 된 아오키 허니컷의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다.

어른들이 방관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열네 살의 제이콥 대니얼은 ‘제이콥-제이콥15’라는 채널로 2만4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그는 2017년에 열여덟 살 이하 ASMR 유튜버를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성적 수치심을 주는 댓글은 어떻게 거르는지, 사이버 불링 Cyber Bullying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학교 친구들이 채널을 못 찾게 하는지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어린 ASMR 크리에이터가 꽤 많은데, 저는 부모님에게 ASMR 유튜버라는 걸 알리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누군가가 우리 회원에게 ‘너네 집 주소를 알고 있어. 소아성애자들한테 네 주소 를 뿌릴 거야’라고 했다는 거예요. 저한테 훌쩍이며 전화를 하더라고요. 끔찍했죠.”

대니얼에게 전화한 회원은 부모에게 이야기하고 더 이상 영상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우리에겐 엄격한 규칙이 있어요. 만약 신고할 일이 생기면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에 연락해요. 전 다섯 살 때부터 유튜브를 했어요. 악플에 진짜 많이 시달려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금은 잘 알아요.” 대니얼의 모든 영상에는 “이 계정은 부모님으로부터 감독 및 관리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쏟아지는 악플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다혈질에 괴짜처럼 보이긴 해도 대니얼은 확실히 똑똑한 아이다. 친구들에게 가명을 쓰고, VPN을 통해 이메일에 접속하고, 스카이프를 통해 시청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대니얼도 종종 공격받을 때가 있다. 한 늙수그레한 남자는 대니얼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차를 몰고 가다가 그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메일에 ‘제이콥-제이콥15’ ASMR 로고가 있었는데 거기에 나치 표시를 박아놨더라고요. 저한테 나치 완장을 보내겠다고도 적혀 있었어요. 저 역사 잘 알거든요. 누가 그 완장을 찼는지도 물론 알고요.” 대니얼과 그의 엄마는 메일을 모아서 지역 경찰서에 전달했다. “솔직히 무서워요.” 대니얼이 속내를 비추더니 잠시 침묵했다. “이 남자가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비슷한 사건이 켈리에게도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녀가 사는 집 주소가 온라인에 유출됐고, 조롱과 위협을 가하는 이메일이 날아들고 있다. 대니얼의 엄마가 말했다. “가수나 영화배우랑 다를 바가 없어요. 인기를 얻으니까 안티 팬도 생기는 거죠.”

매케나 켈리의 침실 왼편은 여느 아이들의 방과 비슷하다. TV가 놓인 서랍장이 있고, 자기 별명인 ‘케나’를 나무로 조각해 창문 상단에 붙여놨다. 하지만 오른쪽은 다르다. 전문가용 스튜디오 라이트가 3개, 삼각대 1개,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 10만 돌파를 축하하며 선물해준 은색 명판과 유튜브의 CEO 수잔 보이치키가 보낸 축하 편지가 액자에 걸려 있다. 옷장 문에는 팬레터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언니 팬인 거 아시죠? 넘나 사랑해요!” 열한 살 구독자인 킬리가 적어 보낸 편지다. “언니는 제가 계속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에요! 닮고 싶어요”라는 글도 보였다. 몇몇 아이들은 켈리의 얼굴을 그려 보냈고, 다른 몇몇은 켈리가 기르는 고양이를 그려 보냈다. 한 명은 10달러를 편지와 함께 담아 영상에서 제발 이름 한 번만 불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드리라는 아이는 켈리가 부러우면서도 학교에서 놀림받을까 봐 ASMR 영상을 제작하기는 두렵다고 썼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또래 ASMR 크리에이터의 흉내를 내며 조롱한다고 한다. 켈리의 학교 친구들도 대부분 켈리의 활동을 멋지게 생각하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욕하고 다니는 여자애가 하나 있다고 했다.

켈리는 아직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아니지만 벌써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짤’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람들이 그녀의 영상을 편집하거나 캡처해서 만든 것들이다. 켈리의 엄마가 말했다. “처음엔 켈리가 이해를 못 했어요. 심술궂은 의도로 편집한 이미지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니까요. 그런데 이제 면역이 됐는지 켈리도 재밌다고 해요. 아마 백만 개는 봤을 거예요.”

켈리의 엄마는 딸이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을 보이길 원치 않는다. 부와 명예를 좇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켈리는 저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요, 저보다 엄청나게 적게 일해요.” 켈리가 ‘맴니저’라고 부르는 엄마가 그들이 사는 소박한 아파트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웃으며 말했다. “켈리가 용돈을 벌기 위해 남의 집 아이나 개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거 아니겠어요? 딸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미래를 제가 직접 그려주긴 싫어요.” 레이시가 딸에게 주는 용돈은 한 달에 3백 달러다. “켈리가 버는 돈은 모두 저축해요. 다 크면 그 돈으로 차와 집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는 람보르기니를 사고 말겠다고 매일같이 맹세하던데, 그건 좀 힘들겠지만요.”

켈리는 자신이 어린 ASMR 유튜버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학교만 가도 친구들이 영상에 대한 조언을 끊임없이 구한다. ‘인증샷’을 찍겠답시고 여러 아이가 켈리의 발길을 묶은 적도 있다. 다행히 켈리와 대니얼은 ‘유명세의 부작용’에 맞설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인기를 잃은 어린 스타가 부적절한 길로 들어서는 예는 너무 많다. 켈리의 엄마가 말했다. “딸에게 오늘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일은 오늘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유튜브의 규정이 점점 강화되면 어린 ASMR 콘텐츠 제작자가 인터넷 셀럽들로 대체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름도 끝나고 있었다. 방학 숙제를 하느라 켈리는 주문 받은 영상 제작을 잠시 쉬고 있었다. 주문형이 아닌 콘텐츠는 일주일에 두 번 또는 세 번씩 업로드하고 있지만, 영원히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를 몇 년간 더 하긴 할 텐데 직업이 되길 원하진 않아요. 집 밖으로 출근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켈리는 배우나 피부과 의사 혹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쉼 없이 이어진 인터뷰의 끄트머리에 엄마에게 치킨 너깃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매케나 켈리는 과자와 우유를 먹으며 번 돈이 두둑해지면 가장 먼저 람보르기니를 사러 달려갈 것이다.

@gibi.asmr
나이 24 구독자 수 약 1백50만 주요 콘텐츠 부드러운 소리
기비는 공명 중심의 역할극 영상을 제작해 청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게 한다.

@kluna.tik
나이 불명 구독자 수 약 5백70만 주요 콘텐츠 새로운 소리
클루나는 모래나 풍선처럼 먹지 못하는 걸 씹어 소리를 만든다. 영상 또한 공포스러운 색으로 덮어 조금 섬뜩하다.

@asmr.crackle
나이 26 구독자 수 약 17만 주요 콘텐츠 비누 자르기
영국 리즈에 거주하는 유튜버. 비누를 긁거나 자르는 소리와 화면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massageasmr
나이 44 구독자수 약 74만5천 주요 콘텐츠 청각 마사지
호주의 유튜버. 손바닥끼리 슬며시 비벼 마찰음을 만들거나 손가락으로 빈 병을 두드려 울리는 소리를 만든다.

@sasittube
나이 36 구독자수 약 4백50만 주요 콘텐츠 먹는 소리
캐나다인 유튜버. 갑각류처럼 바삭바삭한 소리가 나는 음식과 촉촉한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

    에디터
    Amelia Tait
    포토그래퍼
    J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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