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무술감독 김선웅이 말하는 액션의 기술

2019.05.09GQ

어릴 적 <후레시맨>을 보며 영웅의 꿈을 키우던 남자는 액션 배우가 됐다.

“어렸을 때 꿈은 ‘후레시맨’이었어요. 정의의 사도가 악인을 때려눕힐 때 짜릿했거든요.” ‘특촬물’을 좋아하던 소년은 커서 액션 배우가 됐다. 187센티미터까지 훤칠하게 큰 덕에, 정우성, 공유, 김우빈 등 체격 좋은 배우들의 전담 대역도 됐다. <아수라>의 정우성 대역으로 유명한 김선웅 무술감독은 <열혈사제>, <독전>, <강철비>, <범죄도시>, <밀정> 등 액션이 중요한 작품이면 어디서든 몸을 제대로 썼다. 주먹질, 총격, 사극 검술 등 액션뿐 아니라 자동차 추격, 차에 치이기, 낙하, 다이빙, 높은 곳에 올라가기까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액션의 기본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맞는 것부터 시작해요. 때리는 것보다 맞는 기술이 중요하죠. 몸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그다음에 때리는 걸 배웁니다. 때리는 건 정확한 지점에서 끊는 훈련이죠. 딱 타격 지점에서 힘을 빼야 하거든요.” 극적인 상황을 만들다 보니, 아슬아슬한 순간은 늘 있다. “유람선에서 싸우다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맨몸으로 할 수 없는 높이라 간이 철골 구조물에 와이어를 매달았어요. 떨어지는데, 원래 정지하기로 한 높이보다 쑥 내려가 바다에 빠진 거예요. 철골 구조물이 하중을 받아 휘었던 거죠.” 영화 속 스릴은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겐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실전이다. 그래서 사전에 완벽히 합을 맞춘다. “‘개싸움’이라도 동선과 합은 다 있죠. 합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착착 맞추면 엄청 신나요. 첫 테이크에 오케이를 받아내면, 짜릿하죠.” 대본 속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다”는 한 줄을 눈앞에 펼쳐지는 전쟁으로 만드는 게 무술감독의 일이라면, 칼과 창이 부딪치는 액션을 하는 게 액션 배우의 일이며, 많은 무술감독이 입봉 후에도 현장 일을 병행한다.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젠간 ‘특촬물’을 해보고 싶어요. 전문 용어로 ‘슈트 액터’라고 하죠. 어릴 적엔 정의로운 ‘후레시맨’을, 커서는 복합적인 ‘배트맨’을 좋아했어요. 일단 아이언맨보단 배트맨이죠. 슈트부터 더 멋지잖아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싸움을 잘하냐고 물었다. “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길에서 시비가 붙으면? 도망가야죠. 사주에 구설수를 조심하랬거든요. 하하하.”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박현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