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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수효과의 대부, 정도안

2019.05.10GQ

특수효과 불모지였던 80년대, 정도안 대표는 혼자 화약과 장치를 공부해 한국영화에 불꽃을 지폈다. 40여 년 후, 그는 CG 이상의 특수효과를 스크린에 마법처럼 펼쳐내는 중이다.

한국영화의 특수효과 역사는 데몰리션과 함께 한다. 한국 최초의 SF영화 <우뢰메>부터 시작해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암살>, <부산행> 등 굵직한 폭탄은 전부 데몰리션 정도안 대표가 터뜨렸다. 폭파뿐인가. 총탄, 와이어, 구조물을 움직이는 장치 등 영화 속 마법 같은 순간은 특수효과팀 몫이다. “우리의 자부심은 관객들이 CG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CG가 발달해도 현장에서 터뜨려야만 얻을 수 있는 생생한 맛이 있다. <군함도>와 <인랑>은 그걸 적극 활용했다. “<군함도>의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는 신은 실제로 폭파했고, <인랑>에서는 불을 많이 냈죠. 복도 좌우에서 폭발하는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스파크가 변칙적으로 터지도록 디자인했고, SF 느낌을 살리려 은색에 붉은색을 가미했죠.” <리베라 메> 때 처음 불을 만들며 그가 깨달은 것은 불이 붉지 않다는 것이다. “밑은 희고 위는 황색이에요. 항공유, 알코올, 신나, 각종 기름을 사다가 색을 연구했죠.” 이렇게 터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80년대에 특수효과를 시작했을 때, 문방구에서 폭죽을 사다 연구했어요. 할리우드는 화약을 허가받아 터뜨리기만 하면 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정가이버’라 불리던 사나이는 차를 뒤집는 기계 장치를 <타짜>에서, 인공 강우 크레인을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매뉴얼 없이 만들어냈으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피부에 닿아도 되는 분진을 개발했다. 실험하며 훈장 같은 흉터도 무수히 남았다. “후배와 목욕탕에 갔는데 피부가 ‘짜깁기’ 같다더라고요. 하하.” 하지만 현장에선 42년간 한 번도 사고를 낸 적 없다. “촬영 들어가면, 철저히 사람만 보고 폭파 버튼을 누르죠. 그림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한다고 모니터 보면 안 됩니다.” 고난이도의 노동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특수효과의 즐거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 알아요. 터졌을 때 ‘와!’ 하고 환호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죠.” 지금 그는 한국 최초의 우주 영화인 <승리호>를 준비 중이다. “무중력 상태와 우주선의 상승을 표현할 기계 장치를 신나게 구상 중이에요.” 58년생 정도안 대표에겐 여전히 모든 효과가 새롭고 설렌다. “전 지금도 현장에서 막내처럼 일해요. 그게 10년은 젊게 봐주시는 비결입니다.”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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