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가 말하는 샤넬 | 지큐 코리아 (GQ Korea)

퍼렐 윌리엄스가 말하는 샤넬

2019-05-24T16:35:28+00:00 |interview|

퍼렐 윌리엄스는 샤넬 × 퍼렐 컬렉션을 유니섹스, 컬러풀, 액세서리, 세 단어로 말했다.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가 문을 연 지 딱 일주일 됐어요. 둘러본 소감이 어때요? 아름다워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았어요. 바닥과 벽의 색부터 섬세한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샤넬답다고 생각해요. 미술관 같기도 하고, 어떤 코너는 친구의 우아한 응접실 같아요. 작은 디테일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잖아요. 샤넬만큼 이 명제를 정확히 이해한 브랜드도 없는 것 같아요.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이기도 하고요.

샤넬 × 퍼렐 컬렉션을 입고 있네요. 당신의 컬렉션을 세 단어로 요약한다면요? 유니섹스, 컬러풀, 액세서리.

지금 입고 있는 옷이죠? 모자 빼고 다 제 컬렉션이에요. 샤넬에 제 색깔을 녹이고 싶었어요. 흔치 않은 것, 오직 샤넬과 제가 만들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어요. 빨간색 로브, 라인스톤 커스텀 주얼리, 테리 소재의 버킷 햇 같은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티셔츠나 청바지, 후드 티셔츠 등의 베이식한 옷도 있어요. 로고 타이포그래피에 보석을 박거나 로퍼에 버클 대신 제 이름을 넣는 등 위트를 더했고요.

언제, 어떤 계기로 샤넬과 이렇게 돈독한 사이가 됐나요? 노토리어스 B.I.G.의 곡 ‘원 모어 챈스 One More Chance’ 리믹스 버전 가사에 샤넬이 등장해요. 여자들이 함께하고 싶고, 끌리는 남자에 대한 가사였는데, 샤넬 백이란 단어가 나오더군요. 그때만 해도 샤넬은 온전히 여성을 위한 브랜드였고, 남자가 샤넬을 시도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전 ‘왜 안 돼?’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샤넬의 벨트, 선글라스, 모자 같은 걸 자주 썼죠.

맞아요. 언제부턴가 항상 샤넬의 진주 목걸이를 찼던 게 기억나요. 네. 엄마 목걸이를 뺏어 찬 것처럼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았어요. 나이를 더 먹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내 방식을 고수했죠. 그러던 어느 날 칼 라거펠트를 만났어요. 마주쳤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그때 전 ’CHANEL Paris’라고 적힌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어요. 그때 이후 서로 점점 가까워지며 지금의 관계에 이르렀죠.

당신의 인스타그램에 샤넬 × 퍼렐 컬렉션 영상을 소개하며 써놓은 이야기가 그것이군요. 맞아요.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의 이름이나 동경하는 밴드 이름을 운동화에 끄적이곤 하잖아요. 전 그걸 성인이 되어서도 했어요. 30대에도 물론. ‘CHANEL Paris’도 그때 썼을걸요? 아이 같은 행동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저와 샤넬을 이어준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참 귀여워요. 꼭 당신 같아요. 저 40대 중반인걸요. 그러고 보면 인생 참 모르는 일이죠. 제가 디자이너로서 샤넬과 협업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흑인 남자인 내가 샤넬과 손을 잡다니. 브랜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저 역시 뿌듯해요. 샤넬은 늘 스스로를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왔어요. 저 역시 그렇게 샤넬과 함께했고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기죠? 그런 점에서 샤넬과의 협업이 당신에겐 더 큰 의미일 것 같아요. 그렇게 거창한 뜻을 품진 않았어요. 하하. 이런 생각은 한 적 있어요. ‘샤넬만큼 여성에게 힘을 불어넣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하는. 샤넬 사무실에 가면 아름다운 여성이 가득해요. 그저 예쁘게 꾸민 채로 있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일을 해요. 샤넬의 어느 조직에 가든 멋지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을 만날 수 있어요.

조금 다른 얘길 해볼게요.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정말 슬펐죠. 제게 많은 영감을 준 인물이거든요. ‘샤넬 × 퍼렐’이란 이름도 그가 지은 거예요.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나요? 음. 그의 직관이라고 말하겠어요. 머릿속에만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눈앞에 구현하는 역량도 있고요. 쇼장을 슈퍼 마켓으로 만든 2014 F/W 컬렉션이나 ‘샤넬 브라세리’를 콘셉트로 한 2015 F/W 컬렉션, 쿠바에서 열린 2017 리조트 컬렉션 쇼가 그 예죠. 하나같이 센세이션을 일으켰잖아요. 특히 대리석 길인 아바나의 프라도 거리를 런웨이로 쓴 리조트 컬렉션이 기억에 남아요. 심지어 게스트를 전부 1950년대식 빈티지 오픈카에 태워 쇼장에 불렀죠. 이런 판타지를 어설프지 않게, 샤넬답게 실현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칼이 없었다면 샤넬의 많은 ‘모먼트’가 사라졌을 거예요.

20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무대에 모델로 서기도 했죠? 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관에서 열린 패션쇼였어요. 이전 컬렉션(파리의 더 릿츠에서 열린 2017 공방 컬렉션)에서도 워킹했는데, 이번이 좀 더 떨렸어요. 규모가 크기도 했고, 배경이 된 덴두르 신전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죠. 제가 입은 건 이집트 파라오의 옷처럼 목 둘레를 화려하게 장식한 금색 스웨터와 팬츠였죠. 눈에 골드 섀도도 칠했어요.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지금까지 여러 샤넬 룩을 소화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뭐예요? 늘 바뀌어요. 제일 흡족한 룩이 있다면 그것만 입었겠죠. 샤넬은 늘 다른 걸 해요. 새로운 걸 시도하고 멈춰 있는 법이 없어요. 저 역시 특정한 걸 고집하진 않아요.

마이애미에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미식에 관심이 많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과 제 입맛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예요. 일식, 중식, 미국 남부의 전통 음식 등 다양한 지역의 요리를 즐겨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좋은 건 아이스크림과 컵케이크예요. 특히 ‘Salt and Straw’ 의 아이스크림을 무척이나 좋아하죠.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