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빙고의 팥빙수와 미미면가의 붓카케 소바가 특별한 이유 | 지큐 코리아 (GQ Korea)

동빙고의 팥빙수와 미미면가의 붓카케 소바가 특별한 이유

2019-06-12T17:16:10+00:00 |pictorial|

출출함을 달래며 여름이 서둘러 오길 기다렸다.

프린트 셔츠, 데님 팬츠, 체인, 모두 발렌시아가. 슬리퍼, 버켄스탁.

더위 속에서 빙수 생각을 하면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성큼 한입만 먹어도 몸속에 시원한 바람이 이는 듯해 한달음에 뛰어가 빙수를 푹푹 떠먹고 싶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가장 오래된 빙수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맛은 아마 ‘동빙고’의 팥빙수와 가장 닮았을지 모른다.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동빙고는 기본을 고수한다. 살얼음과 연유, 그 위에서 반짝이는 통단팥과 찹쌀떡. 이 평범한 조합이 내는 맛이 훤칠하다. 온갖 비법으로 배배 꼬지 않고 ‘팥빙수의 맛이란 이런 것이다’ 간단하게 알려준다. 국내산 팥의 단맛이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드물다. 누군가는 옛날 스타일이라 일컫지만 클래식이란 말이 더 그럴듯하다.

오픈 칼라 셔츠, H&M. 화이트 데님, 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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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자루 소바도 모자람이 없지만 이맘때는 시원한 국물이 부어 나오는 붓카케 소바가 더 당긴다. 탕수육 소스의 찍먹, 부먹처럼 심각하게 고민할 바도 아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미미면가’로 나선다. 붓카케 소바에 공을 들이는 곳이다. 무더운 날에는 메뉴판을 양분한 냉소바와 온소바 사이에서 허둥대지 않게 된다. 차가운 국물에 넘칠 듯 말 듯 담긴 면 위에 얹을 토핑은 새우튀김, 붕장어튀김, 가지튀김보다 필히 고소함이 도는 성게알. 여름에는 이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낭창낭창한 면발에 젓가락을 꽂아 엉키지 않도록 천천히 들어 올리면 더위에 덜렁대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더블 재킷, 쇼츠, 모두 YCH. 피케 셔츠, H&M. 샌들, 구찌. 시계, 타이맥스.

더블 재킷, 쇼츠, 모두 YCH. 피케 셔츠, H&M. 샌들, 구찌. 시계, 타이맥스.

팔다리가 그을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입술이 닳도록 냉면을 말한다. 이때 가본 적 없는 몇몇 지역과 면의 성분, 모두가 아는 맛집들이 주렁주렁 이끌려 나온다. 냉면 한 그릇 하는 데 이렇게 따지고 알아야 할 게 많아서야. ‘냉부심’ 말고 맛있는 냉면이 목적이라면 소문난 곳을 가는 게 묘책이다. 예를 들면 ‘을지면옥’의 평양냉면. 맛은 정평이 나 있고 사방에서 들리는 후루룩 소리가 젓가락질을 채근한다. 육수까지 깨끗하게 비운 뒤 빈 그릇을 오래도록 바라보게 되는 건 개운함의 세리머니. 그렇게 여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완수했다.

오픈 칼라 셔츠, 폴스미스. 시계, 스와치.

스페인에선 더위에 늘어진 입맛을 북돋우기 위해 가스파초를 먹는다.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올리브 오일, 식초를 곁들여 만든 차가운 수프다. 레시피로 가늠하자면 샐러드를 갈아 마시는 것과 흡사할까? 성북동의 ‘보울 델리 앤 이터리’에서 그 맛을 확인할 수 있다. 지중해풍의 메뉴와 수프를 매일 다른 구성으로 차리는 곳으로 태양의 계절이 밀려오면 냉수프를 선보인다. 노란색을 띠어 생기를 가득 불어넣은 것 같은 냉수프는 사과가 주재료다. 실제로 한 스푼 떠 입에 넣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사과의 새콤함과 싸한 시원함, 상큼하게 퍼지는 신맛이 균형을 이룬다. 몸의 열기가 가라앉고 입맛이 돌기 시작하면 제철 채소를 올린 로스티드 페퍼 후무스 타르틴에 손이 간다. 아삭하고 바삭한 식감에 입이 즐겁다. 마지막 조각은 아껴뒀다 남아 있는 수프를 깨끗하게 훑어 함께 마무리한다. 그래야 제대로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견장 셔츠, 메시 톱,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데님 팬츠, 김서룡 옴므. 팔찌, 이에르 로르.

여름이 땡볕 더위와 허기진 갈증으로 굽이굽이 이뤄진 사막이라면 어딘가 오아시스도 존재할 테지. 혜화역 인근 골목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풍모의 ‘방콕맨숀’을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맨숀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하얀 타일, 얼음으로 문지른 것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테이블, 걸터앉을 수 있는 창턱 자리가 이내 시원함을 부채질한다. 이곳의 정수는 태국의 맛이다. 파파야 샐러드 솜땀, 팟타이, 톰얌쿵처럼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여름이면 더 마음이 동하는 메뉴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돋운다. 코코넛 밀크를 부어 끓인 바지락 술찜, 골뱅이가 들어간 얌운센에서 짐작이 되듯 방콕맨숀은 술을 이끄는 곳. 창, 레오, 싱하 등 태국 맥주가 빠질 리 없다. 매일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해가 길어진 한여름, 낮술 에피소드가 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