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의 우아한 양면성 | 지큐 코리아 (GQ Korea)

펜디의 우아한 양면성

2019-06-20T11:08:02+00:00 |pictorial|

펜디의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예측 못한 아름다움을 만났다.

펜디 남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는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게스트 아티스트로 칼 라거펠트를 생각했다. 실비아와 칼은 오랜 시간 경험과 생각, 취향을 나눈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서로의 멘토였다. 처음으로 함께 남성복 컬렉션을 만들기로 하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유머, 재치 있는 시각적 효과, 색깔, 상상력, 양면성.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테이블 위에 나열되고 리스트가 정리되었다. 이때 칼 라거펠트는 오른쪽은 숄칼라, 왼쪽은 노치드 라펠이 있는 비대칭의 날카로운 블레이저를 그렸는데, 이 그림은 직접 쓴 노트, 수집한 이미지, 크고 작은 스케치를 모은 칼의 무드보드 콜라주와 함께 이번 남성 컬렉션의 코어가 되었다. 평소 실비아 벤추리니는 “양면성은 모든 디자인의 바탕을 이루는 펜디의 DNA”라는 얘기를 줄곧 했고, 칼 라거펠트 또한 생각이 같았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엔 특히 양면성을 강조한 룩이 아주 많았다. 블랙과 베이지, 브라운의 차분한 바탕에 강렬한 레드와 블루를 섞기도 하고, 이브닝 룩에 패딩 파카를 엉뚱하게 조합하거나 인타르시아 모피에 오간자를 독특하게 믹스하는 식. 여기에 지퍼를 활용해 니트와 가죽, 코트의 소매와 뒷면이 활짝 열리게 만들어 왼쪽, 오른쪽, 앞과 뒤를 바꿔 입기 쉽게 만들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꽉 찬 컬렉션이지만 실비아 벤추리니 특유의 정밀한 사토리얼 스타일은 빠지지 않았다. 똑떨어지고 선명하게 재단된 수트, 극도로 진한 블랙, 고전적인 금속 소재 등은 스트리트 웨어가 득세한 이후 다른 행성으로 쫒겨난 것 같았던 우아하고 포멀한 남성복의 아름다움을 새삼 환기시켰다. 펜디는 이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한 번 더 재현하고 강조하는 도시로 상하이를 택했다. 남성복과 결이 같은 여성복을 다수 포함한 2019 가을 겨울 남녀 통합 컬렉션은 상하이의 파워롱 미술관에서 박력있게 펼쳐졌는데, 미니멀한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모델들이 등장할 때마다 게스트들의 위시 리스트는 변덕스럽게 바뀌었다. 방금 지나간 옷보다 더 예쁜 옷들로만 채워진 런웨이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액세서리. 로고가 돋보이는 골드 체인, 슈발리에 반지, 쿠반 굽이 달린 코도반과 페이턴트 슈즈, 피부처럼 얇은 스카프. 그리고 남성용 바게트 백! 악어가죽, 밍크, 셀러리아 가죽으로 만든 남성용 바게트 백은 미니부터 맥시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나와 크로스 백, 벨트 백, 숄더백으로 룩에 따라 가장 돋보이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피카부 백은 이전보다 훨씬 가볍고 캐주얼하게 제작되었고, 포터와의 협업으로 만든 나일론 소재 백 역시 남보다 하루라도 먼저 갖고 싶을 만큼 자극적이었다. 컬렉션 이후 진행된 ‘로마 인 상하이’ 이벤트는 단 하룻밤을 위해 펜디에서 특별히 제작하고 설치한 로마의 건축물과 상징들을 마음껏 즐기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펜디의 뿌리인 로마를 상하이에서 재현하기 위해 그야말로 로마를 상하이로 순간 이동 시킨 것 같은 훌륭한 공간이 마련되었고, 그 순간을 위해 무수한 조명과 프로젝션, 디지털 그라피티 월이 아낌 없이 총동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