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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포르토피노의 모든 것

2019.06.23GQ

바람, 바다, 그리고 질주. 여름을 재촉하는 로드 트립 메이트, 페라리 포르토피노.

FERRARI PORTOFINO

크기 L4586 × W1938 × H1318mm
휠베이스 2670mm
공차중량 1705kg(선택사양 장착 시)
엔진형식 V8 가솔린, 트윈 터보
배기량 3855cc
변속기 7단 자동(DCT)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뒤)멀티링크 타이어 (앞)245/35 ZR 20, (뒤)285/35 ZR 20
구동방식 FR 0→100km/h 3.5초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7.5kg·m
복합연비 8.1km/l 가격 2억 후반부터

흔하지 않다. 대중적인 제조사와 비교하면 판매량은 한참을 밑돈다. 그런데도 70년 넘게 건재하다. 고가의 슈퍼카만 생산하는 브랜드는 몇몇 있지만, 페라리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와 비할 곳은 없다. 역사나 기술력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가장 큰 원동력을 묻자 페라리 측에서 보낸 답변은 “팬의 지지”였다. 페라리는 단순히 슈퍼카를 갖는다는 만족감을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을 팬으로 지칭했다. 최근 ‘페라리 마니아’를 모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차는 ‘캘리포니아 T’였다. 구매자의 70퍼센트가 페라리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이었다. 새롭게 입문한 사람들은 페라리와 성능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고객의 지지는 이런 상호 관계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고, 수렴된 의견은 후속작을 개발하는 바탕이 되었다. 포르토피노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다. 경쟁 모델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랜드의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4인승 컨버터블 슈퍼카’라는 장르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 포르토피노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차는 전작인 캘리포니아 T다. 얼마나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었는지,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지가 포르토피노를 타고 달리는 여정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볼 사항이었다.

가장 먼저 놀란 건 트렁크였다. 전작보다 50리터 이상 늘어난 292리터다. 세상에 존재하는 하드톱 컨버터블 중에서 가장 크다. 날씬한 페라리에 4명이나 태울 수 있다는 것도 갸륵한데, 1백 리터가 넘는 캐리어 두어 개쯤은 낙낙하게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건 데일리 카로서의 활용성을 보다 강화했다는 뜻이다. 시동 버튼을 누른 이후부턴 줄곧 시내를 탈출하기만 기다렸다. 포르토피노의 장르를 더 세분화하면 GT카에 속한다. 장거리 여행길을 빠르게 주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를 시속 20킬로미터 아래로 묶어둔다는 것은 제작 의도를 외면하는 처사다. 도심 외곽으로 접어들자 포르토피노는 드디어 예열을 마친 듯 진화의 면면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에 전해지는 힘에 따라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엔진은 태코미터의 바늘이 레드존(7500rpm) 근처에 이르자 악에 받친 괴수 같은 배기음을 내뱉었다. 터보랙을 포착할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엔진 반응과 600마력의 최고출력도 진일보한 기술로 거둔 성과다.

엔진 성능 향상만으로 새로운 팬을 확보하려는 건 아니었다. 자동차에서 100마력 높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10킬로그램을 줄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포르토피노는 경량 소재로 골격을 뜯어고쳐 무게를 80킬로그램이나 줄이면서도 비틀림 강성은 35퍼센트나 강화했다. 늘어난 출력과 줄어든 중량의 조합은 체감 속도를 키워가며 더 큰 흥분을 유도했다. 반면 차체의 거동은 매정할 정도로 이성적이다. 굽이진 도로 사이를 쉴 새 없이 파고들며 중심이 무너지는 ‘실수’를 유도하려 해도,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차체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정돈했다. 캘리포니아 T로 수렴한 의견이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와 주행 안정화 장치 등 첨단 전자 장비의 보완으로도 이어진 듯했다.

3.5초. 멈춰 있던 포르토피노가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비현실적인 속도가 동반하는 흥분에서 벗어난 후에야 루프 개폐 버튼으로 손이 향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과 엔진의 열기가 식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작을 넘어 가장 페라리다운 GT카를 만들겠다는 뜨거운 욕심도 차 곳곳에 스며 있었다. 아직 초여름이었지만, 포르토피노가 달린 바닷가엔 시기를 잊은 폭염이 당도한 것 같았다.


1 페라리의 신형 스티어링 휠. 슈퍼카답게 이 하나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2 앞뒤 모두 20인치 휠이 달리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가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3 동승석 측 대시보드에 붙은 포르토피노의 엠블럼과 페라리 특유의 커다란 원형 송풍구.


4 몸에 더욱 밀착되도록 구조를 새롭게 바꾼 시트. 장시간 주행해도 세단처럼 편안한 승차감에 한몫한다.


5 외관에는 수억 단위 하이엔드카의 ‘불문율’에 따라 포르토피노라는 모델명 없이 브랜드 엠블럼만 부착한다.


6 전투기 노즐처럼 보이도록 트윈 머플러 커터 안쪽까지 섬세하게 조각했다.


7 루프를 닫으면 엔진 룸과 캐빈 룸으로 명확하게 나뉜 ‘2박스 패스트백’의 형태가 된다. 뒷모습은 기본적으로 전작의 디자인을 계승하지만, 풍동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디퓨저 등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되었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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