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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윤의 솔로 데뷔가 의미하는 것

2019.07.02GQ

첫 솔로 앨범을 낸 황소윤은 이제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So!YoON!’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냈다. 뭐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새소년에서의 황소윤과 분리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예명을 쓰고 싶지도 않아 본명을 쓰되 최대한 가독성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규정하기 모호하고 어려운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앨범 커버도 같은 맥락이다. 무슨 생명체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그림을 골랐다.

‘소윤’보단 ‘새소년의 황소윤’으로 남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솔로 데뷔에 부정적이었던 의견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건 새소년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붕괴가 아니라 분열이다. 또한 아티스트는 변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너는 이런 황소윤이어야 해”라는 조언은 그래서 별로 영양가가 없었다.

새소년으로 데뷔했을 때와 달리 잘 만든 음악에 대한 기준이 변한 게 있나? 결과적으론 바뀐 게 없지만, 구체화된 게 있긴 하다. 악기와 가사, 목소리 등 음악을 이루는 요소들이 얼마나 밀도 있게 레이어를 짜는지 집중한다.

이번 앨범에서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인 입장에선 한 가지 장르를 밀어 붙이는 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대부분 처음에 굳어진다. 그걸 반대로 생각한 거다. 특정한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어디든 갈 수 있고, 중구난방인 것들을 이렇게 늘어놓을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소윤으로 굳어지고 싶었다. 이제 혼자 음악을 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번 앨범의 실험적인 시도는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거다.

해외 뮤지션 중에 협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태국 뮤지션 품 비푸릿. 나와 비슷하게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 음악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데, 국가와 문화가 다른 둘이 모이면 어떤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여름에 낼 새소년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새소년의 음악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면? 카뮈의 <이방인>, 사르트르의 <구토>를 샀다. 솔로에선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하지만, 새소년 앨범에선 냉소적이고 암울한 음악이 많이 나올 거다. 서점을 둘러보고 세상을 그렇게 아름답게만 바라보지 않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랐다.

인터넷으로 구매하지 않고 직접 서점에 가나? 세상에 관심거리가 너무 많다. 서점에 가면 전부 다 사고 싶어진다.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이책 저 책 뒤져보면서 겪는 우연한 충돌을 좋아한다.

10년 뒤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나? 그땐 음악 안 할 것 같다. 전업 뮤지션이 되기 전까지 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참 많다고 생각했다. 뮤지션은 감정을 비롯해 개인에게 내재된 것들을 끄집어내는 과정의 연속인데, 평생 그렇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뭐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미지수로 남겨놓는 게 재미있겠더라.

그럼 지금 음악을 하는 동기는 뭔가? 나에게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동기가 없는데 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10대 땐 일주일마다 ‘꽂히는 게’ 바뀔 정도로 심한 변덕쟁이였다. 그런데 노래와 기타만큼은 10년 넘게 사랑하는 것으로 남아 있었다. 진짜 사랑하는 건 왜 사랑하는지 모르지 않나. 지금 음악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 않은 동기를 찾는 과정인 것 같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황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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