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의 명품 브랜드 11 | 지큐 코리아 (GQ Korea)

여행 가방의 명품 브랜드 11

2019-07-24T13:08:17+00:00 |item|

특출한 여행 가방을 만든 11개 브랜드, 거기서 발견한 러기지의 흥미로운 이야기.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의 기원은 트렁크다. 창립자 루이 비통은 목공소 집안에서 자라 나무를 다루는 데 능숙했고, 파리로 간 후엔 귀족들의 여행 짐을 꾸려주며 돈을 벌었다. 정식으로 회사를 세우고 매장을 연 건 1854년. 이후 루이 비통은 ‘최초’란 수식이 붙은 다양한 트렁크를 쏟아낸다. 윗면이 판판한 플랫 트렁크, 침대 트렁크, 옷장형 트렁크. 더 독특한 것도 있다. 작가 헤밍웨이를 위한 책장 트렁크,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주문한 책상 트렁크(악보와 타자기를 넣을 수 있고, 트렁크가 열리는 부분에 접이식 탁자를 달았다). 패트릭 루이 비통은 기억에 남는 오더 메이드 트렁크로 1926년에 만든 바로다의 마하라자를 위한 티 케이스를 꼽았다. 호랑이 사냥을 나가서도 제대로 된 티를 즐기고 싶었던 마하라자의 로망을 루이 비통이 실현시켰다.

Tumi
1975년 미국에서 태어난 투미는 FXT SS 방탄 나일론으로 만든 여행 가방을 소개하며 입지를 다졌다. 투미는 늘 내구성과 기능성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혹독한 기능성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이다. 방탄 나일론에 3천5백 번 이상 흠집 내기를 시도하는 것은 기본. 110도의 뜨거운 활주로와 35,000피트 고도의 허공(영하 온도)에 가방을 몇 분 차이로 노출시키기도 한다. 이 엄격한 시험에 합격한 가방만 매장에 놓인다.

Rimowa
독일 퀼른에서 1898년에 탄생한 리모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알루미늄 수트 케이스를 소개한 1937년부터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엔 전화위복이란 표현이 딱 맞는다. 1930년대에 공장에 불이 나서 대부분의 소재가 다 타버렸는데, 유일하게 남은 것이 알루미늄이었던 것. 리모와는 곧장 알루미늄 소재를 러기지에 적용했고,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리모와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맞는다. LVMH 그룹에 합류한 것. CEO인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브랜드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Z 세대와의 접점을 계속해서 넓히는 중이다. 막 출시된 네온 컬러의 에센셜 폴리 컬러 시리즈도 그 증명이다.

Moynat
고상한 모이나 핸드백의 뿌리엔 최초의 여성 트렁크 메이커라는 당차고 씩씩한 배경이 숨어 있다. 프랑스 사보이 출신의 폴린 모이나는 1849년 브랜드를 세우고 5년 뒤, 식물성 고무 코팅 캔버스를 쓴 워터프루프 트렁크를 세상에 내놨다. 이후 그녀는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의 곡선을 적용한 리무진 트렁크를 소개했다. 바닥을 우아한 곡선으로 마무리한 이 트렁크는 1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이나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Globe-Trotter
1897년 데이비드 넬켄 David Nelken이 설립한 글로브-트로터는 튼튼하고 예쁜 러기지 브랜드로 유명하다. 영국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독일의 작센 지역에서 시작됐다. 당시엔 나무로 만든 트렁크가 흔했는데, 데이비드는 무게를 줄이고 싶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여러 겹의 코팅 종이로 이루어진 경화 섬유로 트렁크를 만든 것.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가뿐히 들 수 있고, 방수 기능도 뛰어났다. 1912~1913 시즌 카탈로그에 선보인 ‘코끼리 광고’는 브랜드의 획기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1톤 무게의 코끼리가 글로브-트로터의 캐빈 트렁크 위에 올라가 서커스 동작을 하는 장면. 그림도, 합성도 아닌 실제 사진이다. 1947년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신혼여행에 글로브-트로터 러기지를 들고 떠나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Horizon Studio
스마트 러기지의 끝을 보여주는 호라이즌 스튜디오. 테크 광이자 여행 중독자인 스테판과 잔은 디지털 세대를 위한 러기지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2015년엔 분리형 충전기를 넣은 항공우주산업용 폴리카보네이트 소재(가볍고 내구성이 좋다)의 트렁크를 내놨다. 간결하고 스마트한 이 트렁크는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3개월 만에 1만 개가 넘게 팔렸다. 최근엔 휴대 전화에 연동해 위치를 알 수 있는 GPS 장착 트렁크, 여행지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호라이즌 고 Horizon Go 서비스를 소개했다.

Fabbrica Pelletterie Milano
파브리카 펠레테리에 밀라노는 1946년에 이탈리아에서 문을 열었다. 러기지와 가죽, 여행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다뤘는데, 2011년부터 디자인을 강화하고 브랜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래빗 체어로 유명한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를 시작으로 마르셀 반더스, 장 마리 마쏘, 마크 새들러, 넨도와 차례로 협업 러기지를 소개했는데, 가장 유명한 건 마크 새들러가 재활용 알루미늄 소재로 디자인한 뱅크 시리즈다.

Bric’s
1952년에 시작된 여행 가방 전문 브랜드. 창립자 마리오 브리콜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브릭스를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하고 있다. 지극히 이탤리언스러운 방식. 토스카나의 품질 좋은 가죽과 이탈리아 각지에서 공수한 고급 천으로 만들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다. 강도가 높고 탄성이 좋은 마크롤론 소재의 벨라지오 컬렉션이 가장 유명한데, 아말 클루니와 엠마 왓슨 등의 셀러브리티가 애용하는가 하면, <맘마미아>와 <투어리스트>, <트와일라이트>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Hartmann
1877년 미국 밀워키에서 시작됐다. 1923년에는 옷을 걸어서 넣을 수 있는 ‘쿠션 톱 워드로브 트렁크’를 선보였는데, 미국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하나의 전설적인 트렁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과 손잡고 개발한 시팩 Seapack. 전쟁을 겪으며 알루미늄이나 스틸보다 참피나무 소재가 더 견고하다는 점을 발견하곤 참피나무로 프레임을 짠 트렁크를 만든 것이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강인함을 보여주고자 이 가방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에게 선물했다.

Samsonite
1910년 미국 덴버에 살던 제스 슈웨이더는 전 재산을 투자해 러기지 사업에 뛰어든다. 처음 만든 건 나무 소재의 가장자리에 메탈을 두른 트렁크. 세일즈맨이었던 그는 튼튼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가방에 ‘삼손’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브랜드는 견고한 만듦새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금방 성장했다. 쌤소나이트는 원래 1939년에 소개한 경화섬유 트렁크의 이름이었는데, 이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브랜드 명을 아예 바꿨다.

Goyard
고야드는 1792년 ‘하우스 오브 마틴’이란 작은 케이스 상점으로 출발했다. 고야드란 이름을 처음으로 쓴 건 프랑수아즈 고야드가 사업을 맡게 된 1853년부터. 이후 어마어마한 고객을 거느리기에 이른다. 윈저 공 부부, 아서 코난 도일, 코코 샤넬, 에토레 부가티, 피카소 파블로, 카르티에 패밀리, 콜 포터, 칼 라거펠트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적지 않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여행 중에도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형태의 트렁크를 주문했는데, 막상 이 대단한 트렁크를 5년밖에 쓰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죽었다. 코코 샤넬은 워낙 의견이 분명했다. 자신의 워드로브 트렁크를 무조건 검은색 가죽으로, 금속은 모두 골드로 마무리하라고 주문한 것. 고야드는 이례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고유의 패턴 패브릭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