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주목한 패션 아이콘, 스티브 레이시 | 지큐 코리아 (GQ Korea)

구찌가 주목한 패션 아이콘, 스티브 레이시

2019-08-09T16:35:15+00:00 |pictorial|

스티브 레이시는 현재를 즐기며 살다 보니 밴드 ‘디 인터넷’의 기타리스트가 됐고,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구찌가 주목한 다음 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실크 셔츠, 스카프, 모두 구찌. 주얼리는 모델의 것.

오버사이즈 반소매 셔츠, 줄무늬 셔츠, 오버사이즈 쇼츠, 그레이 리저드 로퍼, 퍼 머플러, 모두 구찌.

실크 집업 점퍼, 와이드 팬츠, 울트라 페이스 스니커즈, 모두 구찌.

하운드 투스 체크 코트, 줄무늬 셔츠, 실크 스카프, 스톤 브로치, 모두 구찌.

스리피스 수트, 줄무늬 셔츠, 그레이 리저드 부츠, 실크 타이, 이어 커프, 모두 구찌.

이그조틱 레더 블루종, 하운드 투스 스웨터, 바이올렛 터틀넥, 리플렉팅 조거 팬츠, 이어 모티프 브로치, 스톤 브로치, 모두 구찌.

니트 베스트, 하렘 팬츠, 스파이크 서스펜더, 모두 구찌.

아가일 패턴 스웨터, 줄무늬 셔츠, 머스터드 터틀넥, 와이드 팬츠, 울트라 페이스 스니커즈, 레더 더플 백팩, 실크 타이, 모두 구찌.

일러스트 실크 셔츠, 하이 웨이스트 팬츠, 그레이 리저드 부츠, 실크 타이, 모두 구찌.

실크 블라우스, 골드 이어 커프, 모두 구찌.

오늘 촬영 의상은 어땠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집에 다 가져가고 싶어요. 아까 입었던 봄버 재킷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에요.

지난 5월에 다녀온 로마는 어땠어요? 구찌 크루즈 컬렉션이었죠? 패션쇼에 게스트로 처음 초대받았어요. 무엇을 입을지 구찌와 같이 고르고, 두 번의 쇼에 참석했어요. 모든 일이 어메이징했어요.

허영심이 좀 생기던가요? 그 순간을 즐기긴 했어요. 하지만 유명해지고 주목받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진 않으려고 해요. 그곳의 분위기에 어울리고 아름다운 룩들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게 원래대로 되는 거죠.

그 경험과 상관없이 패션에 워낙 관심이 많다는 거 알아요. 기쁘네요. 사람들이 진짜로 날 보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어요. 확실히.

어떤 날은 모범생처럼 목까지 단추를 꽉 채운 피케 셔츠와 복숭아뼈에 똑떨어지는 팬츠를 입고, 때로는 핑크색 레오퍼드 저지와 판탈롱 팬츠를 입는 남자잖아요. 그걸 알아주다니 고마워요! 그때그때의 기분을 옷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오늘은요? <지큐> 코리아와 촬영을 하니까 아무래도 쿨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카이 × 나이키 컬래버레이션 블레이저를 신고 왔죠. 아주 어릴 때부터 나만의 패션은 온통 ‘콤비네이션’에 관한 거였어요. 그냥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이게 어울리는 조합인지 아닌지.

그 조합의 기준은 누구에게 배웠어요? 보통 자신이 생각하기에 옷 잘 입는 사람을 따라 하지 않나요? 어떻게 입든 날 내버려둔 엄마 덕분인 거 같아요. 엄마는 ‘네가 좋으면 엄마도 좋아’라고만 했어요. 어떻게 입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죠. 그런 게 자신의 것을 발전시키는 방법인 거 같아요. 우스꽝스런 룩부터 차분한 룩까지 경험해보면서 스스로 배우는 거죠.

이른 나이에 성공의 맛을 알아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제가요? 그 정도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무슨 소리예요. 지금 이 많은 사람이 당신과 표지를 찍으려고 한국에서 LA까지 날아왔다고요. 그건 꽤 멋진 일이에요. 4년 전 ‘디 인터넷’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그때는 미래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잘 알고 있었어요. 지금도 1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얽매이다 보면 현재를 즐길 수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겨야 해요. 해야 할 것, 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이제 시작이에요.

그 말에 동의해요. 솔로 앨범 <Apollo XXl>이 나온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어요. 5월 24일, 스물한 번째 생일 다음 날 앨범을 공개했어요. 온전히 나에 관한 앨범이었기 때문에 생일에 맞췄어요. 21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고, 그 나이가 되면 음악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아폴로’는 무슨 의미인가요?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냥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단어를 검색해보니 그리스어였고 멋진 것들을 상징하는 신의 이름이더군요. 음악과 예술, 빛이라든가. 그중에서 저와 관련 있는 것들을 연결시켜봤어요.

앨범을 위해 곡들을 새로 썼나요? 노래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어요. 그 외에도 써둔 게 많아요. 타이밍이랄까, 어떤 곡들은 지금 이 앨범에 꼭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그냥 앉아서 트랙 리스트를 짰고 한 번도 바꾸지 않았어요. 이건 다른 얘긴데, 밴드를 프로듀스하는 것과 솔로 앨범을 프로듀스하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요.

무엇이 다른가요? 혼자선 멀리 못 간다는 걸 배웠어요. 외롭고, 결과물은 맨날 비슷하죠. 팀으로 작업을 하면 뭐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의외의 만족스런 결과가 종종 나와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마음을 더 열려고 해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나 켄드릭 라마를 비롯해 다른 뮤지션과 협업할 때도 자기 스타일을 지키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글쎄요. 일단 하겠다고 수락한 다음에 음악이 나오는 대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사람이 먼저 작업 제안을 해오면 확실히 재밌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렵잖아요! 전 모든 음악을 사랑해요. 그게 제 스타일이에요. 드라이브를 하면서 노래를 온갖 장르로 바꿔가며 들어요.

촬영 때도 선곡을 직접 했는데 비요크, 슈가큐브스, 조빔이 난무하더군요. 한 음악에 집중을 하지 못해요. 너댓 소절 들으면 또 다른 음악을 듣고 싶어요. 조금만 들어도 곡의 느낌을 대강 알아채요. 엄마 말에 따르면, 내가 열 살 때쯤부터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면 누구의 노래인지 바로 맞췄대요.

LA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컴튼에서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나쁜 짓은 안 했어요. 매주 교회에 가는 ‘굿 보이’였어요.

그 동네의 삶이 음악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요? 굉장히 커요. 다른 곳에서 자랐다면 지금의 음악이 안 나왔을지도 몰라요. 가족 때문에 LA를 떠날 수 없어요. 그리고 이 날씨와 이 음식을 놔두고 LA를 왜 떠나요. 아쉬운 점이라면 파티가 그닥이라는 거?

‘TED × TEEN’에 연사로 나섰던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어요. 아이폰만으로 음악을 만든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요즘도 아이폰으로 음악을 만드나요? 지금은 좋은 장비를 엄청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멋진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이야기를 하고, 어린아이들은 희망을 얻기도 해요.

밑천이 없어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말은 재능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핑계이기도 하죠. 진짜로 뭔가를 하려고 결심한 사람들은 말없이 시작해버려요. 크리스마스와 생일 때마다 맥북을 선물로 받고 싶었어요. 끝내 받지 못했지만 아이폰으로 계속 음악을 만들었죠. 나도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어쩌다 기타를 배우게 됐어요? 열한 살 때 교회에서 기타를 엄청 잘 치는 멋진 형들을 만났어요. 두 달쯤 기타를 가르쳐주더니 투어를 떠나버렸어요. 그다음에는 혼자 연습했어요. 연습을 했다기보단 그냥 빠져들어서 멈출 수가 없었어요. 지미 핸드릭스의 퍼포먼스를 보면 정신을 못 차렸어요.

그거 알아요?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공연을 즐기는 게 느껴져요. 공연은 사랑하지만, 공연을 하러 가는 건 싫어요. 집에 있다가 테이블을 탁 쳐서 무대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싫어하나요? 아뇨! 그런데 투어는 여행이라 할 수 없어요. 밴드 멤버끼리 세계 곳곳을 다니고 공연을 하는 게 뭔가 멋지고 신날 것 같죠? 문제는 ‘시간’이에요. 무시무시하게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나라와 도시를 가야만 해요. 그건 전혀 럭셔리한 경험이 아니에요. 공항이 너무 싫어요. 괴상한 곳이죠.

작년에 ‘디 인터넷’은 서울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어렴풋이 생각나요. 거의 모든 기억이 ‘블러’ 처리되어 있어요. 서울처럼 멋진 도시들에서 내가 보는 건 호텔 방과 무대 그리고 식당 한 군데 정도가 전부예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너무 가혹해요.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계획은 없다, 현재에 충실한다”라고 말했어요. 지금 충실하고 있는 목표는 뭔가요? 오늘의 할 일이죠. 이따 페스티벌의 리허설에 가야 해요. 그것 말고는 진짜 모르겠어요. 지금까진 이렇게 살아도 다 잘됐잖아요?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냥 살면 돼요.

그 말이 맞아요. 열일곱 살에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가 된다는 것을 살면서 어떻게 예상하겠어요?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 리한나와 친해지는 거예요. 그녀는 우주를 정복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해요?

인터뷰 시간이 거의 다 되었어요. 엄마가 저한테 항상 하신 말이 있어요. “그냥 네 일을 해.” 당신한테는 당신이 제일 중요해요. 누가 막아서기 전까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물어보고 싶은 거 다 물어봤어요? 질문지 치우고 우리 아무거나 얘기해요.

<지큐> 코리아와 화보 촬영은 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냥 하고 싶었어요. <지큐>와의 작업이고 옷도 마음에 들었어요. 토요일 아침 스케줄이라는 게 좀 마음에 걸렸지만. 금요일 밤은 뭐라도 하며 놀면서 보내야 하잖아요. 파트너와 컵케이크를 먹고 술을 한잔 했어요. 그게 제 방식의 파티예요.

이전 인터뷰에서 바이섹슈얼리티에 대해 말한 내용을 봤어요. 파트너에 대해 물어봐도 돼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통해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완전한 나는 아니에요. 이 얘기는 남겨두고 싶어요. 나중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