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필요 없는 세상 | 지큐 코리아 (GQ Korea)

운전할 필요 없는 세상

2019-08-19T11:37:30+00:00 |culture|

공유 경제로 세상이 일렁이는 지금, 자동차도 격변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소유의 개념이 무너지고, 운전할 필요도 없는 세상은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다.

약 10년 전,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차량 배차 플랫폼인 우버가 서비스를 처음 개시했을 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우버는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영역을 전 세계로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한국에는 2013년에 진입했지만,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가로막혀 프리미엄 서비스인 ‘우버 블랙’만 남겨두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우버를 자동차 공유 서비스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점점 기세를 더해가던 공유 경제에 자동차도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건 분명하다.

우버가 힘을 못 쓰고 있는 한국에선 현재 타다가 골목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로 소개되고 있는 타다의 현재 회원 수는 60만 명이 넘는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강남구 인구보다 많은 사람을 고객 혹은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타다는 회원이 탑승을 요청하면 대리기사가 배정된 렌터카를 보내 수익을 낸다.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는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에 따르면 위법이다. 하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에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 한해 예외를 두고 있다. 법령(시행령)은 법보다 하위법이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일부 허가가 필요한 사항에 예외를 허용할 근거가 된다.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라는 말을 이용해 운송 서비스 시장에 슬쩍 진입했다. 5인승 승용차가 안 된다면, 11인승 승합차 카니발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택시 업계는 다시 한번 격노했다. 우버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영업을 허용하는 것으로 감정의 골을 대충 봉합 당한 택시가 대적해야 할 적이 또 나타난 것이다. ‘생존권 보장’과 ‘상생’이라는 어휘의 온도차처럼 양쪽의 입장은 다르다. 타다가 근거로 내세우는 법령은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지, 승객 운수 사업 허용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게 택시 업계의 주장이다. 싸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후발 주자인 파파가 이미 이 ‘아사리판’에 끼어들었고, 차차밴도 서비스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타다가 공유 경제의 일환이라고 오도할 생각은 없다. 타다는 법의 안쪽 가장자리에서 IT 기술과 거대한 자본을 동원해 영업하는 변종 운송 사업에 가깝다. 하지만 타다가 어떻게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선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택시에 대한 불만은 이용객 사이에서 차곡차곡 쌓여왔다. 과거와 비교해 개선된 것은 차종 변경과 합승, 그리고 ‘따블’, ‘따따블’이라는 말의 실종 정도다. 택시 업계는 요금을 올리며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승차 거부는 여전하다. 자정 즈음에 강남역과 홍대 입구를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이 가까운 죄 때문이다. 불만은 택시의 ‘합법적 독점’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버스와 지하철을 제외하고, 차량을 이용한 시민의 단거리 수송을 왜 택시라는 업태에만 허용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택시와 이에 대립하는 기업들 간의 중재안을 찾고 있으나 유효기간이 10년도 안 될 임시 방편이 될 확률이 크다. 지금 당장의 주요 쟁점은 서비스의 질과 법 해석이다. 하지만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해도 여전히 택시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볼 수 없다. 타다 사태 이후 벌어질 ‘예정된 수순’ 때문이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동산이다. 부동산에 이어 두 번째로 액수가 크다. 하지만 공유 경제라는 척탄병이 던진 폭탄을 피하기엔 자동차 산업의 크기가 이미 너무 비대해졌다. 소비재였던 자동차는 결국 준공공재적인 성격으로 변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태도 변화에서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미래의 사업 모델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공유하길 희망한다. 비니지스를 제조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자동차 그룹이 사업 모델을 어떻게 재정비할지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주요 자동차 판매 대상을 개인이 아니라 차량 공유 업체로 전환하고, 보험과 운영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초급 단계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쏘카와 그린카가 좋은 예다. 어플로 사용을 예약한 후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용하면 그만이다. 차 키도 필요 없다. 어플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 업체에서 더 이상 렌터카라고 하지 않고 ‘카 셰어링’이라고 자칭할 만한다. 차를 사지 않고 필요에 따라 빌리려는 수요가 더 많아지면 서비스는 사용자 편의에 맞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업체는 필요한 거리만큼 사용하고 아무 곳에나 세워두는 공유 킥보드처럼 접근성을 개선하고, 귀찮은 반납 과정을 해결하려고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한 차량 공유만으론 이미 거대해진 산업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운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율 주행 기술과 결합된 ‘무인 공유 자동차’다. 운전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를 자동차 이용자로 유도할 수 있다면 유인 차량 공유보다 사업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판매량 2위의 토요타는 우버에 지속적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우버의 자율 주행 주문에도 돈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굴지의 1위 폭스바겐 그룹은 곧 뒤집힐 판 앞에서 경쟁사와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포드가 관여하는 로봇카 회사 아르고 AI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택시가 지금 당장은 타다와 카풀 등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해도 그다음에 밀려올 파장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유 경제와 합쳐진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택시는 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가용은 멸종하게 될까? 아니다.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사라지진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인간은 과거의 라이프스타일을 현대로 끄집어내 스포츠 혹은 취미로 발전시키는 재주가 있다. 운송 수단으로서는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데도 승마를 하고, 바람을 타려고 돛을 폈다 접었다 하는 수고를 감수하면서 무동력 요트를 탄다. 자가용의 미래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갈 거라고 예상한다. ‘운전하는 재미’를 찾는 사람을 위해 매우 비싼 가격으로 소량 생산해 명맥을 유지하는 고급 취미의 수단. 그리고 그 활동 범위는 승마장이 따로 있는 것처럼 서킷으로 한정될 것이다.

자동차는 지금까지 두 번의 거대한 변혁을 거쳤다. 첫 번째는 컨베이어 벨트식 생산 라인의 도입이다. 자동차 생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며 세계 각지로 보급됐다. 두 번째는 전기차의 개발이다. 내연기관의 진화와 궤적을 같이한 자동차는 지금 기름 대신 전기로 식성을 바꾸기 직전이다. 하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채 마무리되기 전인 지금, 세 번째 변혁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자동차가 더 이상 재산이 아닌 세상,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세상. 억지로 막을 수 있을까? 승차 공유 플랫폼은 중간 단계일 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그래서 소모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