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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탐사 장비에 담긴 우주

2019.08.19GQ

달, 화성, 태양계 너머. 나사의 탐사 장비에 담긴 우주 개척의 역사.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케이프 커너베럴(Cape Canaveral)을 떠나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다. 영국의 한적한 지방에 살던 베네딕트 레드그로브는 TV 브라운관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울렁거리고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한 상태”로. 그로부터 수십 년 뒤, 포토그래퍼가 된 레드그로브는 컬럼비아호를 띄웠던 발사대를 찾아가 화성 탐사 임무 준비 현장을 지켜봤다. “케이프 커너베럴은 우주를 향한 동경과 애착을 키워준 곳이에요. 우주 왕복선과 아폴로 시리즈를 탄생시킨 ‘발사체 조립 빌딩(Vehicle Assembly Building)’을 바라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여기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요.” 레드그로브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사의 역사적 발명품을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나사를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주 탐사에 사용된 물품과 장비가 안치된 보관실을 여는 데만 5년이 걸렸다. 레드그로브가 말했다. “어떤 것들은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수 있는 상태여서 조명을 비추는 것조차 불안했어요.”

레드그로브가 찍은 2백여 장의 사진이 실릴 신간 <NASA – Past and Present Dreams of the Future>는 ‘킥스타터’에서 7월 20일 첫선을 보인다(the-nasa-project.com). 50년 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그날이다. 단 한 권만 제작되는 특별판은 오리지널 아폴로 우주복에 사용되었던 소재로 만든 가방에 담길 예정인데, 당시 우주복을 만들었던 재봉사가 직접 만들 예정이다. “이 물건들은 하나하나 뜯어놓고 볼 때 더 큰 의미를 지니죠. 에너지와 역사로 가득해요. 사소한 것까지 아주 자세히 찍고 싶었어요. 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또 제가 받은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죠. 우리 시대의 상징이라는 느낌 말이에요.”

히치하이킹
나사는 우주 왕복선을 지구 내에서 운송하기 위해 보잉 747 여객기 2대를 개조했다. 사진 속 비행기는 ‘나사 905’. 아메리칸 항공에서 입수한 기체를 개조했다.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 레드그로브가 말했다. “이른 아침 휴스턴 스페이스 센터에서 크레인 위에 올라 찍은 사진이에요. 바람이 많이 불고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날이었죠.”

연착륙
달 탐사 임무의 마지막 단계는 달 표면에 아슬아슬하게 수동으로 착륙하는 것이다. 나사의 우주 비행사들은 이를 위해 세 대의 달 착륙 훈련기 중 하나에 올라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훈련기는 거대한 터보 팬을 이용해 공중에서 저중력 상태를 재현했다.

궤도 진입
1986년 챌린저호 참사 이전까지 우주 왕복선 승무원들은 발사 및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여압 우주복 대신 간단한 파란색 비행복을 입었다. 머리에는 모터사이클 스타일의 헬멧을 썼는데,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호스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았다. 초기엔 섬유 유리로 제작하다가 훗날 탄소섬유로 바뀌었다.

착륙 5분 전
최초의 달 탐사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리기 전, 나사는 모의 실험용 착륙선을 제작했다. 사진 속 ‘LTA 8(Lunar Test Article 8)’은 주로 산소와 온도 제어 및 비상구 작동 등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됐다. 동일한 디자인의 실제 착륙선 ‘이글’은 현재 ‘고요의 바다’에 잠들어 있다.

발사 준비 완료
지구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 공간으로 솟아오를 때 사용하는 에어로제트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 RS-25 엔진을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우주 왕복선을 대체하는 초대형 우주 발사 시스템(Space Launch System)에는 극저온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 탑재된다.

우주 명찰
비행복에는 이름표를 바느질해서 부착했지만, 유압 우주복에는 바느질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의 우주복과 장갑 등 물품을 식별하기 위해 도장을 사용했다. “고무 도장은 5년간 한 번도 열지 않은 캐비닛에 들어 있었어요. 문을 통째로 뜯어내야 했죠.”

추진력
비행기처럼 생긴 우주 왕복선에는 강력한 에어로제트 로켓다인 RS-25 엔진 세 기가 장착된다. 각 엔진은 1,859,356뉴턴이라는 어마어마한 추진력을 낸다. 나사는 차세대 우주 발사 시스템에도 똑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실험 중이다.

신기록
1965년, 제미니 5호의 고든 쿠퍼와 피트 콘래드는 6미터 길이의 좁은 캡슐 안에서 8일 동안 지구를 1백20바퀴나 돌았다. 두 사람은 장기 무중력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는데, 향후 우주 비행사들의 건강 관리 매뉴얼을 만드는 데 초석이 되었다.

명사수
1965년 6월 3일, 제미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드 화이트는 미국인 최초로 우주를 유영했다. 사진은 당시의 훈련복. 그는 우주선에 연결된 호스로 산소를 공급받았고, 압축 산소를 분사하는 ‘우주 총(Zip Gun)’으로 추진력을 얻어 무중력 공간에서 움직였다.

미래의 우주복
나사는 현재 달의 공전 궤도 바깥으로 인간을 보낼 준비에 한창이다. 우주선과 탐사 기계뿐만 아니라 차세대 우주복 개발도 진행 중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성능 합성 섬유로 제작한 Z-2 프로토타입은 인간이 화성에 착륙해 수행할 장기 임무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오렌지 빛 귀환
1990년대부터 우주선 이착륙 시 착용한 ‘선내 우주복’은 유사시 구조대가 발견하기 쉽도록 오렌지색으로 제작했다. 우주복 내부를 지상과 가까운 기압 상태로 유지하고, 가느다란 플라스틱 튜브로 덮인 기능성 내의는 체온을 낮추는 동시에 땀을 잘 흡수한다.

영원한 유행
상의와 하의가 구분된 투피스 형태의 우주복은 1980년대 초반부터 사용했다. 머리 부분의 단단한 덮개와 가슴 부분의 부드러운 우주복이 결속되는 형태다. 전면부에 달린 제어판의 글자는 소매에 장착된 거울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거꾸로 적혀 있다.

완벽한 핏
우주 비행사는 선내에서 활동할 때와 선외에서 사용할 때 각각 다른 장갑을 착용한다. 선내용 장갑은 우주 비행사마다 손을 본떠 딱 들어맞는 사이즈로 제작했다. 사진 속 장갑은 아폴로 계획 당시 앨런 빈이 실제로 착용했던 선내용 장갑이다.

방어력 상승
미국의 첫 유인 우주 계획이었던 머큐리 계획에 참여한 우주 비행사들은 손을 본떠 만든 고무 내피 위에 나일론 장갑을 착용했다. 우주복과 장갑의 연결부에는 볼 베어링 잠금 장치가 사용됐고, 마찰력을 키우기 위해 손바닥 부분에 네오프렌을 코팅했다.

아이언맨
제미니호 승무원들의 미국 최초의 우주 유영 계획을 앞두고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보호 기능이 강화된 장갑이 필요했다. 선외 활동용 장갑에 사용된 소재는 여전히 나일론이었지만 버클을 달아 조일 수 있게 했다. 일부는 집게손가락에서 불빛이 나기도 했다.

무적의 손
아폴로 17호 훈련 시 유진 서난이 사용했던 장갑. 달 표면에서의 활동을 위해 제작했다. 특수 소재 ‘크로멜-R’로 외피를 덮어 극도로 뜨겁거나 차가운 물체를 만져도 끄떡없다. 손끝에 달린 푸른 실리콘 고무 덕분에 손가락을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라이트, 카메라, 액션!
조명과 비디오 카메라까지 달린 헬멧을 쓴 우주 비행사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장비를 쓰는 1인 촬영팀이다. 통풍 패드는 생명유지장치에서 산소를 헬멧 앞부분으로 보내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도금된 바이저는 태양광을 차단해 눈을 보호한다.

애증의 기계
닐 암스트롱은 지구에서 ‘달 착륙 훈련기(LLTV)’로 모의 훈련을 60번이나 했다. LLTV의 전신인 LLRV를 조종하던 중에는 기체가 추락해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 간신히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는 LLRV를 두고 “뜻대로 조종이 안 되고 위험하기도 했지만 쓸모는 많은 기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에디터
    Amit Katwala
    포토그래퍼
    Benedict Red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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