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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의 불량아 데이커 몽고메리의 실상

2019.08.31GQ

호킨스 마을에서 가장 반항적이고 불량한 얼굴, 데이커 몽고메리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인기에 도취되지 않으며, 여전히 엄마 앞에서 울고 그런다.

티셔츠, 팬츠, 모두 구찌.

셔츠, 아미리. 팬츠, 랄프 로렌.

피케 셔츠, 팬츠, 모두 프라다.

재킷,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안경은 본인의 것.

셔츠, MSGM. 팬츠, 겐조.

수트, 발렌시아가.

재킷, 드롤 드 무슈.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에서 새롭게 등장한 빌리는 마이크의 엄마와 묘한 기류를 형성했어요. 그들이 새 시즌에서 진짜 썸을 타는지 여자친구는 알고 있었겠죠? 아뇨. 누구에게도 내용을 미리 알려줄 수 없었어요. 여자친구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빌리의 비중이 꽤 커졌어요. 캐릭터를 깊게 발전시킬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빌리의 감춰진 사연과 상처가 드러나고 <샤이닝>의 잭 니컬슨처럼 어두운 기운에 휩싸이기도 해요. 그런 연기는 배우로서 무척 흥분되는 경험이었어요.

<GQ US>에서 공개한 오디션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영상 속 모습은 빌리 그 자체였어요.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빌리 역을 맡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번뜩이는 새 얼굴을 찾는 데 꽤 일가견이 있기는 하지만.

기묘한 일로 가득한 호킨스 마을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잘 복귀했나요?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아직도 혼란을 좀 겪어요. <기묘한 이야기>를 촬영하는 동안 애틀랜타에 집을 구해 여자친구와 살았어요. 8개월 정도 지냈는데 돈을 들여 집 안 구석구석을 고쳤어요. 둘 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여자친구는 건축을 전공했고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음 촬영이 있기 전까지 집을 비워둬야 해 짐을 싸놨어요.

인테리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자친구와 브랜드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진척 상황은 어때요? 원단을 보러 다니는 중이에요. 워싱이 들어간 리넨을 찾고 있어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옷을 만들 때 즐겨 사용하는 소재예요. 또래들 중에 부드러운 리넨이나 실크 소재의 이불을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리넨의 가벼운 질감과 은은한 광택은 바다를 떠올리게 해요. 땅으로 둘러싸인 애틀랜타와는 거리가 먼 풍경이죠. 이런 곳에 산다면 해변 사진을 둘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사진가 스튜어트 칸토르가 찍은 리비에라의 해변 사진. 호주 퍼스의 집에는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을 담은 3미터짜리 사진이 걸려 있어요.

예술적 영감과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역시 SNS인가요?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저는 직접 보고 경험하는 쪽을 선호해요. 그래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디자인과 소재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어제 저녁에는 인터리어 디자이너인 아담 헌터와 만났어요. 그는 가죽과 융단에 옴브레 염색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어요. 이렇게 전문가를 통해 영감을 얻거나 한계를 뛰어넘는 법을 배우는 게 좋아요.

연기 외에 다른 꿈을 좇고 있는 건가요? 언젠가 집을 지으면서 그와 동시에 연기를 하며 살고 싶어요.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면, 긴 촬영 스케줄과 일상생활을 오가는 게 힘들기도 해요. 계획대로 살기가 쉽지 않거든요. 다행히 열정과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다른 관심사에도 소홀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연기 외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이 덜 힘들기도 해요. 재미 삼아 호주에서 로스앤젤레스에 오지는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은 반드시 새로운 작품으로 번 돈으로 살 거예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나요? 저와 똑같은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5만 명쯤 될 거예요. 그중에는 저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많을 테고요.

그래도 스스로에게 믿는 구석이 있겠죠? 열 살 때부터 식당에서 틈틈이 일을 했어요. 다양한 경험과 시도가 쌓여야 커리어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봐요. 원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지만 다음 작품으로 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아무리 그래도 첫 성공을 감상할 여유 정도는 있겠죠? 동료 배우와 감독들에게 인정받고 싶지, 어느 날 갑자기 몇백만 명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오히려 불안해요.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힘을 쓰기 싫어요. 지금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에이전트, 제작자, 영화 산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살고 싶어요. 그럴 수 있다면 말이죠. 올해 <베니티 페어>의 오스카 파티에 참석했다가 20분도 안 돼 빠져나오기도 했어요. 아는 사람이 없는 데다 뻘쭘하게 서 있고 싶지 않았거든요. 학창 시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그때도 매력이 있거나 인기가 많은 아이가 아니었어요.

지금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5년 전만 해도 의사가 25킬로그램을 빼야 한다고 할 정도로 뚱뚱했던 게 사실인가요? 맞아요. 의사의 조언에 따라 27킬로그램을 감량해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예요. 지금은 술을 거의 하지 않아요. 요가를 하거나 헬스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뭔가를 하기로 결심하면 에너지를 어떻게 분산시킬지 심사숙고해서 최대치의 노력을 쏟아 부으려고 해요.

돈이나 지위, 헛된 행복을 좇지 않으려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보편적 성향이라 생각하나요? 동의해요. 저도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죠. 미팅이 잡히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현재의 우선순위와 그 기회를 통해 얻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적곤 해요. 남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제 의지를 따르는 거죠. 최근에 이런 내용의 책을 읽었어요. 사람들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쓴다는 거예요. 부모님, 친구, 애인, 직장 동료 앞에서 각각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 무엇보다 자기 자신 앞에서 어떤 가면을 쓰는지가 중요하다고 해요. 스스로한테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평소 책을 즐겨 읽나요? 가끔씩요. 얼마 전에는 비행기에서 명성을 다룬 심리학 책을 봤어요. 마돈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유명인들을 오랜 시간 공들여 분석한 내용이었어요.
그 책에서 무엇을 얻었나요? 배우나 가수처럼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은 플랜 B를 준비하기 어려워요. 그런 상황 속에서 인생을 망칠 정도의 끔찍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명성에 기댄 명성을 꺼려요. 자신의 재능과 혼자 힘으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존경해요. 그들처럼 되는 것이 목표예요.

이렇게 깊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뚱뚱하고 인기가 없던 시기를 겪지 않았더라도 지금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좋은 질문이네요.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지만 나중에는 그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해요. 저는 정말 싫었던 학창 시절이 연기를 하는 데 득이 됐어요. 다양한 감정을 겪었고, 그 덕분에 연기가 일차원적이거나 단순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불과 몇 년 전에는 거절당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운동에는 소질이 없어 교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어요. 연기 학교에서는 열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쫓겨났어요. 문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패배자로 머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막막함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엄마가 큰 힘이 되어줬어요. 흔들리거나 바닥으로 떨어진 느낌이 들 때면 엄마가 저를 일으켜 세워주고 자존감을 채워줬어요. 어른이 됐지만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여전히 엄마가 필요한 나이예요.

    에디터
    Esma Annemon Dil
    포토그래퍼
    Fanny Latour-Lambert
    프로덕션
    Frank Seidlitz
    스타일리스트
    Simon Robins
    그루밍
    Paula Jane Hamilton
    테일러
    Jessica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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