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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주목받아 마땅한 아이돌

2019.09.02GQ

구구단 김세정, 오마이걸 승희, CIX 배진영, ITZY 유나, SF9 로운. 지금보다 더 주목받아야 마땅한 아이돌과 그 이유.

구구단 김세정
KBS 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는 소위 ‘캔디형’ 여주인공 홍이영의 생존기다. 심지어 홍이영은 사고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걸렸다. 팀파니스트라는 설정을 빼면 너무나 진부한 설정, 종종 그를 구석에 몰아넣으며 폭력적인 면모를 보이는 남자 주인공에도 불구하고, 김세정은 최선을 다해 이 낡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 때부터 그의 명랑함에 매료됐던 사람들은 홍이영을 보며 김세정 그 자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I.O.I, 구구단 활동을 하며 겪은 부침이야말로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가 빛날 수 있게 만든 경험일 것이다.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서 김세정이 우는 모습, 웃는 모습에서 남의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오마이걸 승희
데뷔 전, 그리고 데뷔를 하고 나서도 그는 오마이걸의 음악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혼이 나는 멤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잘해서” 혼이 났다는 스태프들은 덧붙인다.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으니까.” 오마이걸 무대에서 보여준 노래 실력과 JTBC <아는 형님>에서 모든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선배 출연자들에게 기가 눌리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예능감 등. 최근 1년 사이에 오마이걸 멤버들 중 가장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승희의 모습에는 메인 보컬, 예능인 등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능숙한 자신의 가능성을 여기저기서 분출하고 있는 승희를 보면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기대 이상이다.


CIX 배진영
워너원 활동이 끝나고 난 뒤로 배진영은 솔로곡 ‘끝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를 발매했다. 솔로곡과 솔로 팬미팅. 그의 행보는 2년간의 워너원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시작된 몇몇 워너원 멤버들의 솔로 데뷔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활동이 시작될 거라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배진영은 같은 소속사의 연습생들과 팀이 되기를 선택했다. 현재 그는 다섯 명의 멤버들과 함께 CIX라는 팀으로 활동 중이다. 앨범 재킷에 사인을 할 때 센터 자리에 사인을 하는 사람도, 무대에서 센터에 서는 사람도 그이지만, 배진영은 그 자리에 있는 멤버답게 최선을 다해 팀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다른 멤버들보다 자신을 더 자주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저 팀은 이름이 뭐야?”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눈웃음을 짓고, 재킷을 흘러내리게 만들어 어깨를 드러내면서. 워너원 이후의 CIX가 K-POP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ITZY 유나
데뷔 때만 해도 JTBC <믹스나인>에 출연해 최상위권에 랭크된 류진과 SBS <더 팬>에서 보아의 극찬을 받았던 예지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이즈원의 채연을 언니로 둔 SBS 출신의 채령도 드디어 언니에 이어 데뷔를 한다는 이유로 뉴스거리가 됐다. 하지만 다른 아이돌의 서바이벌에 잠시 얼굴을 비췄던 유나는 오히려 데뷔 이후에 훨씬 더 시선을 끌었다. ‘달라달라’에서 귀여운 손동작과 상반된 거침없는 스텝으로 걸어 나오던 막내는 ‘ICY’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한 자세로 센터에 선다. 단번에 시선을 앗아가는 금발 머리에 두려울 게 없다는 듯 골반을 좌우로 여유롭게 움직이며 밀레니얼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 바로 지금 유나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된다. 게다가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신인이지 않은가.


SF9 로운
최근 열린 SF9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로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빨리 성공할 줄 알았거든요.”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와 탄탄한 몸, 배우로 활동할 정도로 또렷한 이목구비로 모자람 없는 연예인의 외모를 지닌 그는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가수가 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팀의 성공은 멀어 보이기만 했고, 로운은 그 헛헛함을 이겨내고 “멀리 보는 사람이 되려고요”라고 말한다. tvN <선다방>에서 유인나가 말하는 사랑의 모습에 대해 갓 20대가 된 청년 특유의 어리숙함을 보여줬던 그는 SBS <여우각시별>에서도 여주인공을 홀로 좋아하는 밝은 청년이었다. 어려서 잘 몰랐던 감정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로운, 혹은 극중 로운이 맡은 역할들은 푸릇했던 새싹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처럼 보인다. 곧 방영될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그는 처음 주연을 맡았다. 그가 피울 꽃이 크고 풍성한 다발로 완성될 수 있을까.

    에디터
    글 / 박희아('아이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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