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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짐살라빔 VS 음파음파

2019.09.03GQ

레드벨벳이 “이상한 것 같은데 좋아”와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해” 사이를 오갈 때.

레드벨벳의 올 여름은 세 번으로 나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지금까지 레드벨벳이 해온 콘셉트를 모아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놀이공원으로 형상화하고, 멤버들은 가상의 공간을 활보한다. 이중에 세 번의 순간을 포착해 음악으로 표현한 결과물이 바로 ‘The Reve Festival’로 완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동안, 레드벨벳은 ‘The Reve Festival Day 1’의 타이틀곡 ‘짐살라빔’과 ‘The Reve Festival Day 2’의 타이틀곡 ‘음파음파’로 “좋아!”와 “좀 이상한데?” 사이를 오가는 오묘한 반응을 얻었다. 혹자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상한 것 같은데 좋아.” 내지는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해.”

레드벨벳은 ‘짐살라빔’과 ‘음파음파’를 통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짐살라빔’의 앨범 재킷에는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유연한 포즈를 한 슬기가 있고, 커튼을 열고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당장 눈앞에 무엇이 튀어나올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웬디가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신체를 활용하면서, 발랄하고 엉뚱한 동작을 넣은 안무는 ‘주문을 외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져’라는 가사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음파음파’는 좀 다르다.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나온 레드벨벳 멤버들은 모든 동작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게 춤을 추고, 스포티한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후렴구와 ‘음파음파’를 외치는 후크, 도입부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장점도 있다.

두 콘셉트는 다르지만, 어느 쪽이든 밝은 ‘레드’와 어두운 ‘벨벳’ 사이의 정체성을 해치는 콘셉트는 아니다. 그러나 크게 인기를 끌었던 ‘빨간 맛’과 ‘Power up’이 갖고 있던 명쾌한 여름의 이미지들이 흐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짐살라빔’이라는 주문과 ‘음파음파’라는 의성어는 레드벨벳이라는 팀을 표현할 수 있지만, 흔히 연상되는 여름의 단면들과는 조금씩 어긋난다. 초여름에 나온 ‘짐살라빔’과 끝여름에 나온 ‘음파음파’의 순서를 바꾸었더라면, ‘짐살라빔’의 의상을 다소 더워 보이는 복잡한 콜라주보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꾸었더라면 어땠을까. ‘음파음파’는 가을이 가까워진 시점에 발매되었고, 쌀쌀해진 저녁을 체감하는 날씨에 파스텔톤의 톱과 스커트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거대한 태풍은 어쩐지 때늦은 느낌이다.

전작들보다 아쉬운 ‘Day 1’과 ‘Day 2’의 성적은 이런 아쉬움들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의 레드벨벳에게 주어지는 “좋다”, “이상하다”와 같은 직관적인 감상평은 단순히 노래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하나의 스토리를 담는 그릇이 ‘The Reve Festival’처럼 화려한 것은 좋지만, 개별 콘텐츠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레드벨벳의 스토리텔링을 모두 이해하는 팬들 외에, 대중의 기대까지 충족시키려면 훨씬 더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기획과 계획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짐살라빔’과 ‘음파음파’ 중에 하나를 고를 게 아니라,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는.

    에디터
    글 / 박희아('아이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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