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멋진 사람들 – 야니스 아테토쿤보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지금 가장 멋진 사람들 – 야니스 아테토쿤보

2019-09-03T14:01:05+00:00 |culture|

빤한 감탄사로는 부족하다. 지금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멋지고, 가장 남다른 사람들.

“코치들은 아테토쿤보에 대해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진화’한 선수라고 말한다. 그 어떤 전통적인 포지션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줄 아는 선수라며 말이다.”

야니스 아테토쿤보

2014년,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테토쿤보(Giannis Antetokounmpo)가 신인 신분으로 ‘NBA 올스타 위크엔드’의 부대행사에 참가했을 때였다. 기자들은 아테토쿤보가 어떤 선수인지보다는, 과연 이 복잡한 이름을 NBA 올스타들이 어떻게 발음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한 베테랑 선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알파벳 보이’라는 짧은 단어로 답변을 대신했다. 5년이 지났다. 이제 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할지 고민하는 이는 없다. 그리스 국적의 아테토쿤보는 NBA에 등장한 ‘신인류’이자 ‘유니콘’이다.

2018~2019시즌, 아테토쿤보는 세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농구선수다. 데뷔 여섯 시즌 만에 MVP가 됐고, 자신의 별명인 ‘그리스 괴인(Greek Freak)’에서 따온 농구화까지 갖게 됐다. 조만간 NBA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아테토쿤보 정도의 신장(211센티미터)이면 골밑에서 센터나 파워포워드 역할을 했다. 가드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주고 포스트에서 몸싸움을 하며 자기 자리를 확보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아테토쿤보는 다르다. 201센티미터의 트레이시 맥그래이디나 스코티 피펜처럼 드리블하고 돌파하며, 198센티미터의 빈스 카터처럼 높이 점프한다. 힘을 가득 실어 내리꽂는 덩크슛은 그 누구보다 위력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수비할 때는 또 어떤가. 그 엄청난 체격과 신체 능력을 활용해 상대 선수들을 겁먹게 한다. 발이 느리지 않아 외곽까지 나와 상대 공격을 견제한다.

‘농구’에 대한 기억이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쉽게 상상할 소스를 드리겠다. 일단 서장훈보다 크다. 207센티미터의 장신으로 현역 시절 ‘골리앗’이라 불렸던 한국 최고의 센터였다. 그런 서장훈보다 키가 큰 농구선수가 허재처럼 드리블하고 현주엽처럼 상대를 튕겨내며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머지않아 골밑 움직임은 전희철, 김유택처럼 우아해질 것이다. 이번에는 만화 <슬램덩크>를 빌려보자. 공격할 때는 서태웅처럼 전천후고, 수비와 리바운드를 할 때는 강백호처럼 동물적이라고 생각해보시라. 몇 번이고 점프했는데도 지친 기색 없이 바로 전속력으로, 누구보다 빨리 달린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 선수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도 않았다. ‘서태웅+강백호’가 능남의 윤대협(경기 운영), 북산의 정대만(3점슛)의 장점까지 갖춰가는 중이다. 이쯤 되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악몽 같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NBA 마니아들이 가장 자주 찾는 ‘바스켓볼 레퍼런스’라는 사이트에는 아예 아테토쿤보의 포지션을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라 적어놨다. 그의 재능은 역사를 돌아봐도 비슷한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1990년대에 하킴 올라주원이나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센터들이 출중한 드리블 실력을 보인 적이 있지만, 아테토쿤보처럼 혼자 공을 몰고 넘어와 돌파하지는 못했다. 엄청난 스피드에, 넓은 보폭으로 단 몇 걸음 만에 수비를 뚫고선 마치 림에 헤딩이라도 할 기세로 이륙해 강력한 덩크를 꽂는다. 상대가 이중 삼중으로 에워싸면 빈 공간을 찾아 패스를 하고, 때로는 188센티미터짜리 가드처럼 절묘하게 방향을 전환하며 상대를 맥 빠지게 한다. 2000년대의 ‘전설’ 케빈 가넷도 ‘Do-Everything’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테토쿤보는 또 다른 스타일의 강인함과 유연함을 보인다.

코치들은 그를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진화’한 선수라고 말한다. 어떤 전통적인 포지션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줄 아는 선수. 이러한 스타일로 지난 시즌, 평균 27점씩을 뽑아내고 어시스트도 6개 가까이 해냈다. 리바운드도 12.5개를 잡았다. 모두 NBA 데뷔 후 개인 최고 기록이다.

70년이 넘는 NBA 역사상 한 시즌 평균 25득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겨우 9명이다. 함께 언급될 선수가 카림 압둘-자바, 윌트 체임벌린 같은 전설적인 센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테토쿤보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웠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슛 성공률은 57.8퍼센트로 가장 높다. 기술 및 통계 분석 등이 더 발전해 작은 습관도 간파되고, 경기 내내 여러 명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만으론 표현이 어렵다. 전력 분석가들이 일컫는 ‘분석을 초월한 선수’의 클래스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약점도 있다. 3점슛과 풋워크가 부족하다. 더 쉽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신인류의 신체에, 역사가 입증한 최고의 기술을 장착한다면 누구도 막지 못할 존재가 될 것이다. 다행히 아테토쿤보는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단점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혁신적인 농구를 펼치는 아테토쿤보지만, 농구와 ‘NBA’라는 거대 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는 올드 스쿨에 가깝다. 어린 시절의 찢어질 듯한 가난을 극복한 탓인지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잘 안다. 평소 패션에서도 잘 나타난다. 헤어스타일과 수트도 소홀히하지 않는 동년배 선수들과 달리 아테토쿤보는 후원 업체의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 정도만 입는다. NBA 선수의 출퇴근 패션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오늘날 트렌드와는 상반되는 모습. 그는 “농구 생각에 방해가 되는 것은 단 1퍼센트라도 없애고 싶다”며 “당장은 무엇을 입을지보단 농구만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테토쿤보가 등장하기 전에도 210센티미터에 잘 달리고 높이 뛰는 선수는 있었다. 그러나 매 시즌 성장을 이어가고, 다방면에서 재주를 뽐내며 팀 승리까지 책임진 에이스는 없었다. 그를 NBA의 ‘신인류’라 부르게 된 이유다. 글 / 손대범(<점프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