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감독의 삶,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대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배우이자 감독의 삶,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대화

2019-09-26T16:50:23+00:00 |interview|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파파라치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시원하게 날려주기로 유명한 스타였으나, 새로운 <미녀 삼총사>의 주연이 되면서 셀러브리티의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감독으로서 첫 장편 연출작 <물의 연대기>의 각색도 마쳤다. 하이힐을 벗고 레드 카펫에 서고, 삭발한 머리로 드레스를 입으며, 어느 머나먼 항성계에서 데이비드 보위와 만난 캐서린 헵번 같은 기묘한 존재와 나눈 한나절의 대화.

anhel eyes 재킷, 발망. 반지, J. 해너. 삭스, 팔케.

cafe society 드레스, 아우터,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귀고리, 해리 윈스턴. 타이츠, 칼체도니아.

check mate 재킷, 스커트, 모두 구찌. 블라우스, 샤넬. 슈즈,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귀고리, 해리 윈스턴. 반지, J. 해너. 삭스, 팔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실버레이크 저수지 정박지 서쪽의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얼굴에 쏟아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리를 잡았다. 짧고 버석한 금발머리와 또렷한 티존에 자리한 금색 눈썹이 근사하다. 시든 잔디 같은 금빛이다.

언젠가 그가 더 짧게 자른 금발이 떠올랐다. 베네딕트 앤드루스 감독의 정치 스릴러 영화 <세버그>에서 스튜어트가 연기한 진 세버그의 헤어스타일이다. <세버그>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배우이자, 로맹 가리의 연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배우 진 세버그의 삶을 그린다. 흑인 인권운동가 하킴 자말 및 흑인 인권단체 블랙팬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FBI의 표적이 됐고, 숱한 음해와 공작 끝에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 말이다. “아주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을 경험했는데도, 세버그에겐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스튜어트가 말한다. “그는 많은 오해를 받았죠. 유명인을 영웅처럼 숭배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유명인은 그냥,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세버그를 보면서 사실이 아닌 상상에 집착했어요. 이는 결국 그의 파멸을 낳았죠.”

스튜어트는 텍스트를 연기하는 데 특화된 배우처럼, 몸짓의 모스 부호로 말한다.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는 동작으로 신호를 보내고, 어깨나 턱에 깃든 힘을 통해 마음속 깊은 불안을 전달한다. 나지막한 설명조로 빠르게 말을 이어갈 동안, 그의 녹색 눈과 눈가의 움직임은 계속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숲 속에서 모터바이크를 탈 때(<트와일라잇: 뉴 문>), 데님 쇼츠 차림으로 포드 머스탱을 타고 질주할 때(롤링스톤스 뮤직비디오)처럼 격하게 움직일 때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는다. 스튜어트는 초조하게 움직이는 감정으로 자신만의 신체 언어를 만든다. 멈추지 않은 차에서 뛰쳐나가고(<퍼스널 쇼퍼>), 격분한 표정으로 부모의 말을 참아내고(<스틸 앨리스>), 포크와 나이프를 문 채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켈리 레이차트 프로젝트>),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주문한다(필자와의 아침 식사).

11월 미국에서 개봉하는 <미녀 삼총사> 리부트 버전에서는 스튜어트가 비대칭 헤어스타일 위에 플래티넘 블론드 가발을 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미녀 삼총사가 내부 고발 후 지하 세계를 찾아온 시스템 엔지니어를 보호하는 액션 코미디물이다. 엘리자베스 뱅크스(작중에서 보슬리 역도 맡았다) 감독이 연출했으며, 나오미 스콧과 엘라 발린스카가 출연한다. 스튜어트가 맡은 사비나는 뉴욕 대기업의 상속자에서 국제적 스파이로 변신한 인물이다. 으스대기 좋아하지만 어딘지 어수룩한, 허술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사비나는 악당 추격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위기를 연발하지만 어떤 압박 속에서도 침착하다. 늘상 뭔가를 먹고 있기도 하다. 스튜어트에게 이 역은 코미디 연기 도전이다. “실제 저랑은 많이 다른 모습이죠. 전 유머를 던지기엔 생각이 너무 많고, 뭘 해도 굼떠서요. 제가 웃긴 대사를 하면, 감독님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줄 정도예요. ‘이봐 멋쟁이, 농담은 속도가 생명이라고’ 하시면서요.”

“스튜어트의 대사에 농담을 많이 넣었어요.” 뱅크스의 말이다. “애드리브도 넣었죠. 그 옛날 <웻 핫 아메리칸 썸머>로 거슬러 오르는 그 문화에 뿌리를 뒀거든요. 보시면 바로 느껴질 겁니다.” 뱅크스는 스튜어트의 말과는 다르게 스튜어트가 “이 영화에서 그 어떤 코미디 배우 못지않게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고 말한다. 그는 각본 작업 당시 스튜어트의 캐릭터를 팬의 입장에서 본 팬픽션 느낌으로 접근했다. “영화에서 보고 싶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이 무엇인지, 팬으로서 내가 어떤 연기를 보고 싶은지 생각했죠. 그리고 바로 그걸 시켰습니다.”

스튜어트의 연기는 과열방지 장치가 달린 듯 과한 법이 없다. 샌드위치를 먹는 연기는 샌드위치를 먹는 것처럼 보인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볼 때도 과장된 포즈를 취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구현한 후 다음으로 넘어간다. 스튜어트는 과장하지 않으며, 쿨하다. <미녀 삼총사>에서는 유머와 함께 이스탄불에서의 경마 경주, 총격전, 이스라엘의 무술인 크라브 마가 등 스펙터클한 액션이 펼쳐진다. 브레이크 없이 고속 질주하면서, 시리즈의 전통에 따라 전체 등급 볼거리도 한가득이다. 댄스 배틀, 기상천외한 스파이용 물품, 핑크색, 노아 센티네오 등등.

새로운 <미녀 삼총사>는 20년 전 드루 베리모어, 캐머런 디아즈, 루시 리우가 출연한 영화와 동시대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나쁜 뜻이 아니다. 영화는 가볍고, 좋은 쪽으로 특이하다. 출연진이 함께 작업하는 걸 한껏 즐겼겠다는 느낌이랄까. 스튜어트에게 새 <미녀 삼총사>의 분위기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묻자,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이 영화에선 “그저 편하게 행동하는 여성을 다루기 때문”이란다.
크리스틴 제임스 스튜어트는 1990년 4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끔찍한”(멋지다는 뜻이다) 부모님과 함께 샌퍼넌도 밸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존과 줄스(“주-얼-스가 아니에요”라고 스튜어트는 말한다)라는 이름의 부모님은 모두 영화인이었다. 존은 무대 감독, 줄스는 스크립트 슈퍼바이저다. 오빠 캐머런도 촬영 기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소년들로 북적한 대가족이었다. 그는 이들을 형제라 부른다. “부모님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데려오곤 했죠.” 스튜어트가 말한다. “제 가장 친한 친구는 가정 환경이 조금 불안정했는데, 그 애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됐어요. 오빠의 친구도 우리 집에서 늘 지냈고요. 거대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어요. 우리끼리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있어서, 기분 좋게 보호받는 느낌이었죠.”

스튜어트는 어머니의 멘토이며 대부 같은 존재였던 미키 무어에 대해 말한다. 무어는 세실 B. 드밀 감독의 영화 <십계>와 존 스터지스 감독의 영화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 출연했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뮤지컬 영화에도 여러 편 참여했다. 무어는 스튜어트의 삶에 실제로 개입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지만, 그가 남긴 할리우드의 유산(지하실 전체를 꽉 채운 기념품들)은 스튜어트에게는 소중한 민간신앙 같은 것으로 남았다. 화려한 겉모습 너머, 영화를 만드는 일에 그는 깊은 애정을 느낀다. “어릴 때 부모님과 촬영장에 놀러 갔다가 다른 아이들이 있는 걸 보고 오디션을 보겠다고 말했어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 거기 있고 싶었을 뿐이었죠.” 스튜어트가 말한다. “그때 공부에선 빠르게 멀어졌어요. 하지만 학문에 관심은 아주 많아요. 숭배하죠. 서른이 되어 가지만 스스로가 어리다고 느껴요.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건 어깨 위의 큰 짐이죠.”

하지만 스튜어트는 촬영장도 학문 못지 않게 숭배한다. 스튜어트를 영혼의 동생이라 부르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스튜어트의 매력이 “세트장에서 편하게 어울리는, 그러니까 사과상자에 털썩 주저앉아 제작진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스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스튜어트는 아사야스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와 <퍼스널 쇼퍼>를 촬영했고, 전작을 통해 미국인 최초로 프랑스의 국립영화상인 세자르상을 수상했다. 아사야스 감독은 말한다. “그의 어떤 면모를 깨달은 계기가 있었죠. 언젠가 저는 영화의 러닝 타임이 너무 길어서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엔딩 크레딧을 줄일까, 엄청 길잖아. 그걸 누가 끝까지 읽는다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크리스틴이 갑자기 화를 내는 겁니다. ‘무슨 말이에요? 그 사람들한테는 크레딧이 전부잖아요. 얼마나 중요한 건데요. 감독님한테는 잠깐이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생명 같은 거라고요.”

스튜어트는 열한 살 때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패닉 룸>에서 조디 포스터의 딸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긴장감을 견디는 관객의 능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작품이다. 아역 시절 조디 포스터가 그랬듯, 스튜어트도 어린 나이에 관객의 감정적 동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재능을 선보였다. 그 결과, 영화는 성공했다. 스튜어트는 불안, 분노, 순수한 두려움을 하나로 압축할 줄 안다. 이후 스튜어트는 (훗날 <아메리칸 울트라>와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다시 만날) 제시 아이젠버그와 함께 <어드벤처랜드>에 출연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그는 뱀파이어 로맨스 영화 <트와일라잇>의 벨라 스완 역에 캐스팅됐다. <트와일라잇>을 통해 스튜어트는 할리우드 스타의 세계(와 그 불쾌한 이면)에 입성한다. <트와일라잇> 5부작이 만들어질 동안, SNS에는 ‘트와이하드’라는 거대 팬덤이 등장했다. 이들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 간의 실제 연인 관계에 대한 집착적 관심을 유희처럼 즐기면서, 스튜어트의 사생활은 타블로이드의 볼거리가 됐다.

당시의 열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호스트로 출연한 스튜어트는 오프닝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자신을 11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11회 모두 패틴슨과의 결별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후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제가 싫었으면 지금의 저도 마음에 안 드시겠네요. 지금의 저는 호스트인 데다가, 어어엄청난 동성애자거든요.” 스튜어트에게 연애(그는 촬영 당시엔 모델 스텔라 맥스웰과 다시 만나고 있었으며, 맥스웰은 화보 촬영에 동행했다)에 대해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을 영리하게, 그리고 위트 있게 보호하고 있다. 이상형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전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사람만 만나요.”

갑갑했던 ‘트와일라잇’ 꼬리표는 꽤나 끈질기게 스튜어트를 따라붙었다. 스튜어트는 켈리 라이카트와 아사야스 등 독립영화 감독과 작업하면서 커리어의 돌파구를 찾았다. “전 그들과의 작업이 저 자신보다 훨씬 크다고 느꼈어요. 제작자로서 레이차트와 아사야스의 이야기에 비하면 제 고민은 너무나 사소했죠. 그리고 제겐 ‘쟤, 트와일라잇 걔잖아’ 식의 셀러브리티 문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라는 배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주어진 거였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직도 당시의 여파를 느낄까, 아니면 넘어섰을까? “이제는 넘어선 것 같아요. 하지만 굉장히 많이 좌절했었죠. 제가 관심을 그만큼 받길 원했던 것도 아닌데, 뭐, ‘쓰레기’처럼 보였잖아요. 사실 전 그렇게 반항적인 사람은 아녜요. 딱히 반골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 그저 사람들이 절 좋아하기를 바랄 뿐이죠.”

내년에 스튜어트는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자서전 <물의 연대기>를 원작으로 각색해 영화화하는 데 돌입한다. 젠더, 성, 폭력, 신체의 기록인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된 후 열광적 팬덤이 생겼고, 스튜어트의 킨들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갔다. 2017년에 단편영화 <컴 스윔>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스튜어트는 <물의 연대기>로 첫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셈이다. 스튜어트는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의 경험에 대해 상기한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그가 발음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마법을 부린 듯 성스러우며, 듣는 이를 세뇌시키는 듯하다.

“유크나비치는 몸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수치심에 대해 말해요. 더럽고, 당황스럽고, 이상하고, 징그러운, 여자로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말이죠. 그런 성장담은 처음이었어요. 전 남자애들이 양말에 자위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평범하고 웃긴 일인 것 마냥 묘사되는, 망할 <아메리칸 파이> 같은 걸 보면서 자랐단 말이죠. 반면 여자가 절정에 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어쩐지 공포스럽고 기이하게 느껴지잖아요. 유크나비치의 글 속 묘사를 읽으면서 ‘아,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거구나. 고마워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튜어트는 유크나비치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다. 두 사람 모두 내면의 깊은 정서가 이어진 듯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스튜어트는 각본 작업에 들어갔다. 각본이 완성되자, 스튜어트는 유크나비치와 그의 남편 앞에서 그걸 소리 내 읽었다.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동안, 낭독을 마친 스튜어트는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의 연대기>를 방 저편으로 던졌다. 마음이 놓이면서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걸 느껴요. 저는 제 자신을 배역에 던지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전에 꼼꼼히 연구해서 연기에 임하는 게 더 편하거든요. 배우 중에는 광기어린 재능으로 자기 존재를 덜어내는 능력이 있어서, 자신이나 타인에게 그 어떤 내용도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도 있죠.” 스튜어트가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전 그게 점점 어려워지네요.”

대신 스튜어트는 자신을 거의 무너뜨릴 뻔한 것에 이끌려 투쟁심을 키우는 쪽이다. 유크나비치는 <물의 연대기>가 스튜어트의 ‘유목민적인 면’과 통했다고 말한다. 스튜어트는 몇 주 동안 유크나비치가 사는 포틀랜드에서 머물며 각색을 진행했다. 가끔은 유크나비치의 집 근처에 승합차 스프린터를 주차한 후 반려견 콜과 차 안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소재나 이야기, 기적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편이다.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떠오르면, 온몸으로 체화한다. “바닷속 단 하나의 진주 조개라도, 장면 하나, 대사 한 줄이라도, 전 직접 다가가서 온몸으로 느껴야 해요. 무엇을 창작해내는 데는 꼭 어떤 공식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스튜어트는 자신이 어떤 종류의 영화 제작에 끌리는지 설명했다. 아마 이것이 영화를 연출할 때 그가 삼는 나침반일 터다. “뭔가를 안다고 내세우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방에 흩뿌리는 영화, 그런데 끝날 무렵쯤 그 이야기가 사방에 뿌려질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위에서 그 작품을 꼭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임을 관객이 깨닫게 되는 영화들을 사랑해요. 존 카사베티스 감독을 좋아하고요. 플롯이 아니라 영혼 중심적이고 탐구적인 작은 영화, 그런 걸 만들 수 있다고 믿게 해 주는 그 모든 것이 좋아요.” 스튜어트는 영화를 낭만이 아닌, 미완성인 것을 모아 최대한 하나의 모습으로 드러내는 형식으로서 접근하는 것이다.

fancy free 드레스와 슈즈, 모두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귀고리, 해리 윈스턴. 타이츠, 칼체도니아.

by the book 시스루 톱, 팬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슈즈, 르네 카오빌라. 귀고리, 해리 윈스턴. 반지, J. 해너. 삭스, 타비오 USA.

strike a pose 재킷과 팬츠, 모두 랄프 로렌 컬렉션. 목걸이, 샤넬 파인 주얼리. 브래지어, 캐린 길슨.

스튜어트처럼 침착하면서 동시에 각성 상태인 사람은 처음이다. 다리를 지속적으로 떨면서도 생각의 흐름에 푹 빠진 상태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도 자신의 직감이 지닌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잔뜩 몰입한 모습이다. 아사야스는 스튜어트를 “첫 테이크의 배우”라 부른다. 한편, 각본과 시 등 자신의 글이 화제에 오르자, 어떤 감정을 전달할 만한 정확한 단어를 찾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는 말과 함께 스튜어트의 얼굴이 밝아진다. “어릴 땐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도록 불안했죠.” 스튜어트는 설명되지 않는 것을 향해 마음을 열고, 그에 대한 “답을 알아내려 결심했을 때의 그 긴장감”을 사랑한다. 그것이 그가 가진 잠재력의 핵심이다.

아사야스는 <퍼스널 쇼퍼>에서 스튜어트의 1인 심리극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틴은 업계의 요구나 평범한 에이전시가 할 법한 요청에 자신을 맞추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일만을 그간 해 왔죠.” 그리고 그는 “이 배우가 어디로 갈지 두렵기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퍼스널 쇼퍼>의 유령에 사로잡힌 듯한 스튜어트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필자가 물었다. 유령을 믿나? 스튜어트는 “말을 걸어요”라고 답한다. “촬영차 분위기가 묘한 동네에 가서 수상한 아파트에라도 머물게 되면, 전 ‘안 돼, 난 못 해.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나는 안 돼’라고 말하는 상태가 되어버려요. 유령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어떤 에너지가 있어요. 꼭 유령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런 것이 있죠. 사람도 늘 공간에 흔적을 남기거든요.”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을 운전 중이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갑자기 방향을 꺾는 차들 사이에서 게임을 하듯 좁은 도로를 빠져나갔다. “세상에, 방금 보셨어요?” 필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정신인가? 이건 정상이 아냐.” 스튜어트는 양손으로 핸들을 잡는다. “비켜요!” 순식간에 타오른 분노는 그만큼 빠르게 사그라든다. 이제 대화의 주제는 진 세버그의 프랑스어다. “악센트는 형편없지만, 발음은 완벽하죠. ‘트르-에 비이이-엥.’” 이어 LA의 소용돌이 같은 분위기와 “왜 사람들이 그 분위기에 이끌렸다가 실망하는지”로 주제가 바뀐다. 이후 차는 스튜어트의 첫 여자친구 집을 지나친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그의 몸이 조금 떨린다.

유크나비치는 스튜어트가 충돌이나 폭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뭔가가 폭발하면, 아마 크리스틴은 산산조각 난 잔해 중 가장 흥미로운 조각을 찾아서 주운 다음 계속할걸요. 매일 같이 자기 자신을 재발명할 수 있는 사람이죠. 제게는 그게 평생의 목표인데. 크리스틴을 만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게 현실에 있구나. 사람의 형태로 있구나.”

유크나비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스튜어트와 저수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가 소강 상태에 빠질 때마다 불쑥 어떤 느낌이 찾아왔다. 상대를 실망시켰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마치 주차장에서 추가요금 지불을 깜빡했을 때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감각이다. 허무가 느껴질 때면 주변을 둘러보면서 강아지라도 한 마리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크리스틴과 함께 일하고 대화하다 보면 불꽃 같은 에너지가 넘실댈 때가 있어요. 그 후 소강 상태가 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싶어지죠.” 유크나비치의 말이다.

스튜어트는 강렬한 목적의식을 별것 아닌 듯 드러낸다. 슬래커 스타일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캘리포니아에 뿌리를 둔 패션 스타일의 믹스도 의지와 무심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진부한 수트를 거부하는, 셔츠 없는 턱시도의 대가다. 크롭 티셔츠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LA공항에 나타나고, 티에리 뮈글러에 스틸레토를 신고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서는 로퍼와 검은 라텍스 바지를 입었다. 인터뷰 날 스튜어트의 패션은 푸른색의 리바이스 디스트로이드 진, 검은색 척 테일러 컨버스화, 구멍 뚫린 HUF 티셔츠, 실버 체인 목걸이다. 하얀색 야구 모자는 뒤로 돌려 썼다.

이런 패션 이력은 스튜어트가 시사회장에서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임을(물론 이미 했다) 보여준다. 이런 스타일은 스튜어트가 모델로 활동하는 샤넬의 럭셔리한 이미지에 뜻밖의 경쟁력을 더한다. 스튜어트가 입으면 은사를 섞어 짠 라메는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연한 핑크색 드레스에는 삭발한 머리를 매치해 샤넬의 고상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스튜어트는 올해 멧 갈라에 스팽글 장식이 달린 흰 샤넬 팬츠, 검은색 톱, 오렌지색 투톤 헤어를 선보였다. 어느 머나먼 항성계에서 데이비드 보위와 만난 캐서린 헵번 같았다.

“샤넬과 일할 때면 언제나 제 내면의 이야기를 아주 진실하게 표현한다고 느껴요.” 그는 지난해 2월에 타계한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와의 관계를 회고한다. “그가 그렇게 엄격하고 무서운 이미지라니 이상해요. 실제로 마주하면 그런 사람이 아닌데.” 스튜어트는 말을 잇는다. “그는 정말 놀랍고 충격적일 정도로 가식이 없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었어요. 좋은 건 좋으니까 좋다는 식이었죠. 뭐, 때때로 인간 말종처럼 굴기도 했지만, 적어도 자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자신이 무서운 사람이란 걸 인지하고, ‘창의적인 마음을 갖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그 마음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뛰게 하자’고 마음 먹은 듯했죠. 대화할 때면 늘 상대를 터치했어요. 말을 걸 때면 손을 내밀면서 이야기를 하지, 절대 그냥 보기만 하지 않았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라거펠트의 자취가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심오한 힘이죠.”

스튜어트는 수영에 약하다. “물에는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가 말한다.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가게 되면 저는 절망하죠.” 그는 두 손을 가슴 높이로 든 후 동물의 발처럼 말아 쥐었다. “수영을 못 하니까 물에 들어가게 되면 개헤엄을 쳐요. 이렇게요.” 유크나비치의 <물의 연대기>에서 수영 선수로서의 삶은 중심 내용이자 핵심적 비유다. 유크나비치에게 스튜어트와 수영하려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럴 뻔했죠.” 유크나비치가 답했다. “좀 무서워하긴 하지만, 크리스틴이 수영 이야기를 할 때 보면 눈빛이 대단하거든요. 운명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수영이 뭐 별건가요, 누군가와 같이 수영장에 들어가서 좀 허우적대는 거지. 하지만 전 이 생명체는 우주가 제게 보낸 것이고 제 인생을 바꿀 것이라 느꼈거든요. 그래서 수영이 일종의 세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과 스튜어트의 불안한 관계에는 연약하면서도 따스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사람은 파도를 잘 탄다는 이미지가 있고, 스튜어트는 전형적인 캘리포니아인이다. 그런데 개헤엄이라니. 가장 쉽고, 조용하고, 간단한 방식이다. 그리고 누구나 가장 먼저 배우는 영법이기도 하다. 그것은 어쩐지 그와 어울린다. 깔끔한 발차기로 떠올라, 양손을 가르며, 눈은 수면 위에 두고,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