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관전 포인트 | 지큐 코리아 (GQ Korea)

영화 <조커> 관전 포인트

2019-09-26T13:31:08+00:00 |movie|

올 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무려 8분이 넘는 길고 긴 기립 박수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조커>. 드디어 다음 주 개봉.

새로운 조커의 탄생
그동안 영화에서 ‘새로운 조커’를 보여준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였다. 조커 캐릭터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잭 니콜슨과 조커를 남기고 떠난 히스 레저가 ‘전설’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그 연기 잘한다는 자레드 레토 역시 약간 힘겨워보인 탓도 있다. ‘잘해야 본전’ 일 수 밖에 없는 이 캐릭터의 새로운 바통을 이어 받은 건 배우 호아킨 피닉스다.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는 그이기에 어떻게 ‘영혼을 갈아 넣어’ 새로운 조커를 탄생시켰을지, 설레기까지 하다.

우리가 몰랐던 조커
우리가 알고 있던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이자 광기에 사로잡힌 악당이었다. 하지만 2019 <조커>는 평범한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수많은 좌절을 겪은 뒤 범죄자 조커가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래서 트레일러를 통해 보여준 2019 <조커>는 예상을 뛰어넘는 장면의 연속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슬퍼할 기력도 느껴지지 않는 남자의 앙상한 모습.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아 서글프게 흩어지는 그의 목소리. 사람들 발길질을 감내하는 길 위의 돌멩이 같은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조커를 본다.

호아킨 피닉스의 변신
<글래디에이터>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혀 광기를 내뿜던 황제 코모두스의 형형한 눈빛을 기억하는가? 인공지능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수줍은 중년 남성 테오도르는? 호아킨 피닉스는 그간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우리가 매일 옷을 갈아 입듯이 그 배역에 맞는 최적의 옷을 입고서. 호아킨은 <조커>에서 ‘아서 플렉’이 “굶주려 있고,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축한 캐릭터를 몸으로 구현하기 위해 하루에 사과 한 개를 먹으며 23kg을 감량 했다고. 깊게 패인 주름과 앙상한 뼈 마디 마디가 고단한 ‘조커’를 보여준다.

반전의 감독
DC가 조커의 솔로 무비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영화팬들에겐 두 가지 걱정이 앞섰다. ‘과연 조커는 어떤 배우가 맡을 건인가’와 ‘그렇다면 이 영화의 연출은 누구일까’ 하는 것.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한번씩 오르내린 뒤 확정된 이름은 토드 필립스였다. <행오버> <올드스쿨> <듀데이트> 등 주로 술 먹고 사고 치는 대책 없는 남자들의 얘기에 탁월한 감독. 코미디에서 두각을 드러낸 감독이 <조커>를?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50:50으로 뒤섞인 가운데 어쨌든 베니스 영화제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토드 필립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어떤 반전의 연출을 보여줄지, 기다려볼 만하다.

응답하라 1981
<조커>의 예고편 트레일러를 보면 문득 영화의 시대 배경이 궁금해진다. 버스를 타고, 꽤 예스러운 낡은 건물에 들어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에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과거일 것’을 추측할 뿐.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를 연출하면서 <형사 서피코>(1973), <택시 드라이버>(1976), <네트워크>(1976) 등의 영화를 떠올렸다. 모두 분열되고 혼란한 도시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대 배경은 1970년대와 80년대이다. 필립스 감독은 고담시를 1981년으로 설정했다.

즉흥의 즉흥의 즉흥
토드 필립스 감독은 애초에 호아킨 피닉스를 염두하고 아서 플렉과 조커를 그렸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호아킨 피닉스의 예측불가능한 연기 방식. 대범하면서도 섬세하고 때로는 유약한 그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고 싶었다고. 그래서 <조커> 촬영장에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원하는 대로 연기하게 놔두는 방식을 고수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의도치 않게 탄생한 명장면들이 담겼다고. 마치 무림 고수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호아킨 피닉스의 불꽃 튀는 에너지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