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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의 재발견

2019.10.01GQ

오마이걸이 Mnet <퀸덤>을 통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에 데뷔해, 5년 차에 이른 걸그룹이 데뷔 이래 가장 큰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오마이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기회가 찾아온 시기라는 점에서 동정보다는 응원을 받아야 마땅한 시기다.

데뷔곡 ‘CUPID’를 통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오마이걸은 단순히 소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그룹과는 거리가 멀었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소녀가 소녀였던 사람들과 그들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감정들에 관해 부르는 찬가에 가까웠다. 큐피드의 화살을 쏘면서 ‘이제 말랑한 달콤한 꿈을 꾸겠지’라고 주문을 걸던 소녀가 ‘너를 생각하면 흔들리는 나무들과 /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 이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단 증거’라고 사랑을 바람에 비유하기 시작하면서, K-POP 신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비로운 캐릭터들이 탄생했다. 비현실적인 듯하면서도 감수성이 발달했던 청소년기를 지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 오마이걸의 현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여전히 소녀에 머물러 있는 게 불편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도리어 2019년의 소녀들보다 이미 오래전에 소녀 시절을 보낸 여성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 아직은 별 거 아닌 풍경이지만 /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이라는 ‘비밀정원’과 ‘마냥 좋았던 do you remember 그때 불꽃놀이 / 모래알 같은 기억들 속에서도 / 난 단숨에 널 찾아낼 수 있어(‘불꽃놀이’)’로 이어지는 곡들은 연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희망에 차서 꿈을 꾸던 과거의 나와 그때의 나와 이별한 현재의 나, 나아가서 그 시절을 지금껏 소중히 여기는 나를 상기시키는 힘이 있다.

오마이걸의 모든 수록곡들이 K-POP 리스너들 사이에서 매번 극찬을 받는 이유도 그들의 멜로디와 가사가 앞서 말한 서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BTS의 음악이 그랬듯이 문학과 영화에 가까운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의 Mnet <퀸덤>에서 오마이걸이 러블리즈의 ‘Destiny(나의 지구)’를 편곡해서 불렀을 때 화제가 된 일은 이들의 5년을 떠올리면 크게 놀랍지 않다. 기존에 자신들이 확립한 신비로운 이미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Destiny’라는 곡을 고르고, 음악에 극적인 퍼포먼스를 덧입힐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독특한 콘셉트라는 하나의 키워드에 골몰해서 이룩한 성과다.

지금 오마이걸이 주목받으면서 K-POP 산업에서 활동 중인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비슷한 기적이 한 번쯤 일어나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마이걸의 사례에서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은 딱히 없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만든 방송사에서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기적일 리가 없는 것처럼. 이것은 오로지 늘 준비돼있던 오마이걸이 성취한 것이다. 오마이걸의 구호는 “찾았다, 오마이걸!”이다. 지금처럼 그 구호가 적절한 시기가 또 찾아오기를. 다시 찾은, 오마이걸에게.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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