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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첸의 두번째 솔로 앨범 비평

2019.10.04GQ

두번째 솔로 미니앨범을 발표한 첸은 더이상 꾸미거나 매만지지 않는다.

“엑소에서 보이는 첸의 모습이 화려함이라면, 솔로 앨범에서는 솔직함으로 다가가고 싶다.” 지난 10월 1일에 진행된 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쇼케이스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의 바람처럼, 새 앨범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상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편지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우리 어떻게 할까요’, ‘그대에게’, ‘고운 그대는 시들지 않으리’, ‘널 안지 않을 수 있어야지’, ‘그댄 모르죠’, ‘잘 자요.’ 여섯 장의 편지를 나열하면, 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금세 와닿는다.

주요 음원 사이트에 영어 부제 없이 한글로만 나열된 ‘사랑하는 그대에게’의 트랙리스트는 첸의 앨범이 지향하는 바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한글로만 곡명을 게재하는 일이 대단치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첸이 4월에 발표했던 첫 번째 솔로 앨범에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Beautiful Goodbye)’, ‘하고 싶던 말(Sorry not sorry)’처럼 영어 부제가 달려 있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한글 제목(영어 제목)’으로 곡을 표기하는 일은 SM엔터테인먼트의 유구한 전통과 같았다. 늘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레이블이었고, ‘SMP(SM Performance의 줄임말,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강렬한 사운드와 가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댄스음악을 가리킴)’를 비롯해 샤이니, f(x) 등 음악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아티스트를 론칭하며 세련된 음악을 만드는 레이블로 각인되었던 회사는 주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하나로 영어 부제를 사용해왔다.

달라진 트랙 리스트의 모습은 첸이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키워드가 ‘솔직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조촐하고 단출해 보이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사운드 질감을 살리면서 꾸밈없이 담백하게 사랑을 얘기하는 방식. SM엔터테인먼트는 첸의 음악을 굳이 트렌디함으로 포장하지 않는 전략을 통해 기존에 회사에서 발매했던 앨범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콘텐츠 성격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타이틀곡 ‘우리 어떻게 할까요’의 뮤직비디오는 밤의 풍경과 사랑에 빠진 연인을 교차로 보여주며 가사의 내용과 정서를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첫 번째 솔로 앨범 타이틀곡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의 뮤직비디오가 난해한 미장센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가사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앨범에서 ‘고요한 침묵만 가득한 마음은 / 텅 비어 온기마저 흩어져 / 쓸쓸히 혼자 견뎌온 꽃 한 송이(’꽃‘)’, ‘긴 밤은 우리 사이 미움을 녹여내리고 / 그럼 되잖아요 내가 잘할게요(’사랑의 말)’처럼 아름답게 사랑을 묘사하는 데에 골몰했던 첸은 두 번째 앨범에서 ‘내 품 속으로 달려드는 널 / 도대체 난 그런 널 안지 않을 수 있어야지’라고 직설적으로 속삭인다.

연서(戀書)를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연서의 미덕은 음악적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앨범에서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다른 창법을 쓰며 대여섯 명의 가수가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변화에 대한 욕심조차도 내려놓고 편지를 받을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데에만 집중한다. 역설적으로, 욕심을 버리면서 첸은 더욱 변화에 가까워졌다.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사월, 그리고 꽃’이 그러했듯 첸이 보컬리스트로서 소화할 수 있는 장르가 어디까지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가수가 사랑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울림을 주고 싶을 때, 굳이 난해하거나 미학적인 상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첸처럼, 그대를 안지 않고 못 배기는 나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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