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로 가득 차린 한 상 | 지큐 코리아 (GQ Korea)

채소로 가득 차린 한 상

2019-10-17T14:15:44+00:00 |food|

당신이 좋아하는 채소 이름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테이블 가득 한 상 차렸다.

로컬릿 남정석 셰프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다. 남양주시 와부읍 수레로. 낯선 목적지 ‘Local Eat’으로의 여행. 그 중심에는 이름도 색깔도 어여쁜 채소들이 있다. 물감 팔레트 위에 채소를 올린 것 같은 시금치 퓌레와 구운 감자 뇨키, 당근 토마토 퓌레와 호박 카넬로니, 맛 좋은 올리브 오일을 촉촉하게 흡수한 가지 라자냐가 테이블 위에 오른다. 화룡점정은 채소 테린. 지구 과학시간의 지층 모형처럼 브로콜리, 버섯, 애호박, 파프리카, 백태콩 후무스 등 온갖 채소를 켜켜이 쌓은 다음 케일로 감싼 요리다. 셰프는 팔뚝만 한 채소 테린을 조심스레 조각으로 썰어 접시에 올린 후 밖으로 황급히 나가 작은 정원에서 귀여운 꽃과 허브를 따다 장식한다. 먹기도 전에 입 안 가득 향부터 찬다.

My Favorite Vegetable 10월은 땅콩호박이 제철이에요. 생으로 먹어도 달콤하고 견과류처럼 고소해요. 버터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감귤 향의 풍미가 매력적이죠. 굽기만 해도 맛있고 수프로 끓여도 훌륭한 요리가 돼요.

Unforgettable Taste 시칠리아에서 먹은 호박꽃 튀김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겉이 폭신하면서도 쫀득하고 바삭해요. 한 입 깨물면 풍미 좋은 리코타와 모차렐라 치즈가 먹음직스럽게 흘러내렸죠.

Buying Guide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대화하는 농부 시장 ‘마르쉐’에 요리팀 셀러로 참여 중이에요. 이곳에서 농부들과 소통하며 제철 채소를 직거래할 수 있어요.

르 캬바레 도산 이영라 어반딜라이트 총괄 셰프
‘채소 한 상 차림’이란 미션에 신나게 여덟 가지 요리를 선보인 이영라 셰프. 그는 청담 에이든 호텔의 ‘르 캬바레 도산’, 플라자 호텔의 ‘르 캬바레 씨떼’ 등 총 5개의 공간을 책임진다. 요리사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좋아서, 계절감과 색감을 살리기 좋아서, 와인과 상생하기 좋아서. 고조된 목소리로 채소가 좋은 이유에 대해 쉼 없이 이야기한다. 그릴에 구운 노각피클 콜드파스타, 아스파라거스와 망고 달걀 미모사, 애호박 크림치즈 샐러드, 비트 스무디, 참나물 쿠스쿠스, 그릴에 구운 가지와 토마토소스, 과일을 올린 타르틴 등등의 요리가 등장했다. 샴페인 잔에 기포 있는 술을 따르자 비로소 그날의 테이블이 온전히 빛을 발한다.

My Favorite Vegetable 레드 비트를 제일 좋아해요. 다른 채소에는 없는 와인의 떫은맛과 비슷한 약간의 타닌이 있어요. 스프레드처럼 만들어 빵에 발라 먹으면 샴페인과 잘 어울리죠. 핫핑크 컬러가 섹시하기까지 해요.

Unforgettable Taste 6월 초 비가 내리던 어느 날 4시간을 달려서 친구가 사는 지리산에 갔어요. 대나무밭에 훌쩍 솟은 죽순을 푹 뽑아서 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데친 다음 된장을 찍어서 먹었죠. 부드럽고 고소하고 충격적으로 맛있었어요.

Buying Guide 신선식품 정기배송 서비스인 만나 박스를 종종 이용해요. 만나 농장에서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키운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꾸러미 박스 구성이 만족스러워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페스타 바이 민구 윤태균 셰프
남산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그린 다이닝 ‘페스타 바이 민구’. 지난 7월 새롭게 리뉴얼한 레스토랑에서 밍글스의 수장 강민구 셰프와 호텔의 윤태균 셰프는 새로운 메뉴를 함께 개발했다. 여러 명이 무리 지어 가서 모든 메뉴를 격파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건 메뉴판 사이에 자그마하게 쓰인 ‘Vegan’이라는 글자. 참깨 드레싱으로 버무린 엔다이브를 두부에 올린 샐러드, 차가운 허브 파스타, 부라타 치즈 카프레제, 새우의 일종인 랑구스틴으로 속을 채운 꽈리고추 튀김으로 싱그러운 테이블을 차렸다. 마지막 주문 시간이 가까워지는 낮 2시 혹은 밤 9시,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소비뇽 블랑 혹은 리슬링 한잔과 함께 즐기는 채소 마리아주.

My Favorite Vegetable 양파는 상대적으로 과소 평가받은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땅에서 나온 양파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요리가 됩니다. 양파에서 나오는 단맛과 특유의 향은 대체 불가예요.

Unforgettable Taste 북유럽 지역의 블랙 케일을 활용한 요리가 기억에 남네요. 블랙 케일을 찌거나 볶아 먹기도 하고 때로는 구워서 먹는데 그 방식이 이색적이었어요.

Buying Guide 제주도 도순 농장, 강원도 우보 농산, 전남 광양 미니오이 농장, 진도 농부 홍 감자, 여주의 박미영 농부로부터 좋은 재료를 받아서 사용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철 채소를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베이스 이즈 나이스 장진아 대표
마포역 작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식공간 ‘Base is Nice’. 뉴욕에서 10년간 레스토랑을 기획하고 만든 장진아 대표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 먹은 채소의 맛을 예쁘게 브랜딩해 마치 ‘선물’처럼 ‘식사’를 대접한다. 쌀, 찹쌀, 블랙 렌틸콩, 약용 귤피를 넣어 정성스럽게 지은 밥을 직사각형 틀에 찍고 그 위에 무화과와 구운 우엉, 오크라와 캐러멜라이즈한 옥수수, 영양부추와 구운 미니 양배추를 살포시 올린다. 메인 요리로는 제주 표고버섯과 래디시 구이를 준비했다. 구운 꽈리고추, 양하 절임, 백된장 단호박 퓌레 등을 찬으로 곁들였다. 주방에 보이는 인덕션 세 구. 간결한 조리법으로 “채소에 이런 맛이 있었나?”싶은 놀라운 요리를 만든다.

My Favorite Vegetable
유년 시절 제주도에서 먹던 채소 생각이 많이 나요. 정말 싱싱한 무를 맛보면 그 안이 쫀쫀하게 꽉 들어차 있어요. 겨울에 제주도에서 나는 월동무는 우리가 알던 맛과 완전히 달라요.

Unforgettable Taste 제주도에서 대파처럼 길게 자란 마늘의 대를 장아찌로 담근 것을 ‘마농지’라고 불러요. 밥반찬으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양하도 최근에 재발견한 재료예요. 제주도에서 잠깐 나오는 귀한 재료인데 씹다 보면 끝에서 생강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죠. 염장해서 먹어도 좋고 생선 요리에 곁들여도 참 잘 어울려요.

Buying Guide 대부분의 채소를 이마트에서 사요. 저는 흔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채소가 정말 맛있는 채소라고 생각하거든요.